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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Jan 23. 2024

절망 끝에서 돌려차기

라라크루: 금요문장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5년 중학교 졸업 이후로 한 해도 빠짐없이 내게  새해인사와 명절인사를 하는 예쁜 제자 하나가 있다. 이름도 예쁜 하나뿐인 제자, 예나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 인사를 건네는 아이에게 작은 상이라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언뜻 스친다. 카톡을 보낸다. "예나야. 샘이 밥 사줄게. 한번 보자!"  예나는 반색을 하며 좋아한다. 먹고 싶은 곳도 가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정하라고 선심 쓰듯 결정권을 넘기고. 며칠 후, 그녀는 전시회는 어떠냐고 수줍게 묻는다. 흔쾌히 오케를 보낸다. 그리고 햇살이 따뜻한 오후, 33살, 어엿한 성인이 된 제자와 서울 한복판, 서촌에서 만났다.

예나는 보자마자 반색하며 웃으며 팔짱을 낀다. 반갑고 좋다고 있는 그대로 100% 표현하는 그녀의 순수한 모습이 참 좋다.


오늘의 작가, 멘도와 나

그림 그리는 일 이외의 취미는 없다는 일러스트레이터 루이스 멘도의 그림을 보러 왔다. 그는 지긋해 보이는 나이에도 힙한 옷을 입고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신세대 작가다. 작품을 감상하고 그녀와 나눈 이야기와 멘도의 그림을 엮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본다.



해맑은 웃음 뒤, 숨은 그림자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그녀의 이야기보따리가 펼쳐진다. 그녀는 회사를 옮기고 힘들다고 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고 어색하다고. 이전 회사에서 신이 나서 일을 하고 아이템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판매망까지 구축하는 모든 일을 성공리에 마쳤지만 자신을 쓰고 효용가치가 끝나자 회사는 그녀를 내몰았다 한다. 열심히 진심을 다해 일한 만큼 그녀는 큰 상처를 받았다. 지금은 조건이 나은 회사에 이직했지만 일이 재미없다고 그냥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라고.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그녀의 모습

생기발랄한 그녀의 에너지가

먹고사는 일에 굴복해 소진되었고

생기를 잃은 채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근심가득한

그녀의 어깨가 왠지 슬프다.


새장 속에 갇힌 작은 새가 그랬을까.

제한된 공간 속에서만 살아야 하는 크고 멋진 공작새가 그랬을까.

챗바퀴 돌듯 같은 곳을 맴돌아야 하는 그녀의 일상이

높은 하늘을 날고 싶은 그녀의 푸른빛 소망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혼자 보냈을 상념의 시간과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혼란의 밤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비상을 꿈꿨을

그녀의 느린 오후가 그려진다.


화려한 도시 속에 자신을 숨겼을 테고

밝은 웃음 속에 그녀의 고민을 웃어넘겼겠지만

내겐 보였다.


그녀는 맞지 않은 곳에서

열정을 숨기고

바람을 감추고

꼭두각시처럼

살고 있는 것이


그녀는 그녀의 한계를 실험 중이었다.

괜찮은

아무렇지도 아닌 척

남들과 똑같이 사는 척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척

고 있었다.


사실은

자신의 순수한 열정과 진심이 다칠까 봐

꺼내지 못하고 감추고 숨겨두고

본능에 숨겨진 순수한 에너지가

자신도 모르게 울퉁불퉁 튀어나올까 봐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게 아닐지.


받아들이라고 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그리고

부족했던 나를 인정하고

밖으로 돌렸던 화살을

내 쪽으로 돌려 자기 계발의 시작점으로 삼으라고.


내가 잘하는 강점을 인정하고 더 멋지게 만들고

지금 하는 일을 벗어날 수 없다면 필요한 만큼만 에너지와 감정을 쓰고

나머지 시간과 노력은 다음 일을 위해 단련하고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으면 어떠냐고


더 멋진 나를 만들면

내가 원하는 것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고.

그런데 그보다 먼저 스스로를 알고 믿고 행복해야

남들 앞에서도 당당히 말할 힘과 확신이 생길 거라고

내가 아는 예나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씩씩하고 멋진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해주었다.


시수 sisu라는 핀란드어가 있다. 자신의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고 느낀 뒤에도 계속 시도할 수 있는 정신력을 뜻한다. 나는 이 단어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 사실은 그때 막 시작된 거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렇다. 성공하려면 한계까지 반드시 가야 한다. 한계점에 도착하면 거기서 한 걸음 더 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세계 최고 멘토들의 인생 수업- 팀 페리스 지음



나는 믿는다.

내가 믿는 만큼 애들은 더 자라고 성장한다라는 걸. 내가 잘한다 믿으면 아이들은 기적처럼 그 일을 해내고야 만다는 것을. 온 힘을 다해 믿음의 힘을 그녀에게 실어 보냈다. 절망 끝에서 시수의 힘을, 한계를 뛰어넘고 절망을 돌려차기 할 지혜의 에네르기파 장풍 파워를 최대출력으로 그녀에게 날려 보냈다.




*라라크루 7기 가입신청서 작성 링크(~1/28)

https://forms.gle/wXtrh6rMdJutSAj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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