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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나잇 Nov 21. 2023

감옥에서 벗어나기

해가 잘 드는 곳을 찾아서.

삶은 때로 창살 없는 감옥. 평생을 기약했던 벗과 이제는 연락두절 된 지 오래이며, 누군가는 누군가의 꿈이기도 하고, 몇 차례 시간을 놓친 뒤엔 그 누군가로부터 벗어나는 꿈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강제로 가두는 이가 아무도 없음에도 자꾸만 나는 어딘가로부터 갇히는 것 같고 쫓기는 것 같고 뒤돌아보면 열쇠도 자물쇠도 풀어낼 문제들도 기억나지 않는 그런 복잡하고 괴괴한 꿈속의 삶. 가끔 구름 위를 걷는 듯 정신이 몽롱한데, 그건 결코 기분이 좋거나 행복해서가 아니라 어느 날 찾아온 비루하기 그지없는 행색을 보니 회피의 한 증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벗어나고픈 욕구로부터 흐리멍덩해지는 정신을 붙잡기 싫은 나는 그저 졸음으로 치부하다가 길가에 울리는 자동차 경적소리에 나갔던 넋을 깨우기 일쑤. 돌아보면 역시 아무것도 없고. 흩날리는 밤의 공기들. 새까만 아스팔트가 내 얕은 시야에 가득 찬다. 영 쓸모없어 보이는 존재들만 나를 매섭게 내리쬔다.     


내가 바라는 나의 미래는 터무니없이 밝았거나 말도 안 되게, 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만 같아서 근거 없는 희망에 부푼 적도 많았다. 나이 지긋이 먹은 사람들이 지쳐가는 것은 전부 소극적 성향 탓일 거라는 과거의 오만과는 달리 성향보다는 현실과 이루려는 타협에서 많은 것들을 포기했거나 잃었거나 그와 동시에 맞잡은 상실이라는 얼굴에 체념했거나 하는 실질적인 피해들로 둘러싸였단 사연들을 이해하게 됐다. 고약한 향을 자아내는 음식물 쓰레기를 보며 불쾌한 감정을 잔뜩 드러내면서도, 실제로 그것을 만들어 내고 주워 담고 버리는 이들은 사람이어야만 하는 것처럼. 공생하고 공존하며 떼려야 뗄 수 없는 실패와 성공이라는 녀석들은 한 끗 차이라고 불리지만 냉탕과 온탕의 온도만큼이나 격렬한 간극을 담은 체감의 과정을 통해 꽤나 벅찬 감동을 전해 준다.     


감옥에 산다고 생각하면 어딜 가나 감옥일 것이며, 행복한 사람이라고 수십 번 되뇌면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데 왜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수가 현저히 늘어나서 지속적인 증가폭을 띄우는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고, 그로 인해 행복을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진정 거짓의 단어 하나 없는지 서로가 서로에게 신뢰 따위 접어버린 상한 의구심을 부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어떤 이의 행복은 어떤 이의 불행. 입술에 난 거스러미를 뜯어 피를 보는 건, 어쩌면 불안을 해소하려는 개인의 방식일지도 모르는데. 너도나도 떠나는 법을 찾느라 진짜 행복이란 건 뒷전이며, 행복을 가졌다 해도 심각하게 빠져들어 금세 건방을 떨거나 소수의 사람들은 본인의 발로 뻥 차버리기도 하고 이럴 리가 없다며 부정하는 데에 무참한 시간을 흘려보내는가 하면 아직 오지도 않을 확실히 온다고 예고조차 듣지 않은 다가올 불행에 미리 우울해하기도 하니까.     


어디까지가 감옥이고, 어디부터가 이상일까.     


새벽 내내 뒤척이는 선잠을 맞다가, 아침에 본 햇살은 분명 한 줄기 소망처럼 따스해야 하는데 걱정부터 앞서는 현실을 어디부터 받아들이며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 걸까. 곳곳에 스며든 작은 웃음거리.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어루만져줄 음성들. 목소리. 포근한 솜털. 아직 따뜻한 것들이 남아있다면. 머뭇거리는 두 발과 거친 호흡과 지쳐버린 심장을 다독거려 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해도 반드시 곁에서 숨 쉬고 있을 그런 것들. 잊으려 할 때 끝까지 붙잡고 있어야 할 낭만 같은 이야기를. 다치고 다치면서도 기대고 싶어지는 내가 바보 같지만.     


살아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남아서 죽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유 없이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왜 사는지 이유를 찾아가는 철학적 비유보다는 태어남 그 자체에 느끼는 감사한 마음가짐 하나만으로 쉽게 행복을 얻을지도 모르니, 그들을 본받고 배워야 한다는 첨언은 아니나 아주 깊은 심연에 빠져들어 나 자신이 괴로울 때엔 한 번쯤 복잡한 모든 것들을 잊어도 된다고 토닥이고 싶다.      


괜찮아, 다들 그렇게 살어. 매일 행복할 수는 없다고 해도, 작은 행복들은 일상 곳곳에 언제나 숨어있거든. 마음을 가볍게 먹어봐. 너를 포기하지 말고. 크게 기대하지 말고. 오래 아파하지도 말고. 너를 미워한다는 사람들의 미움들은 하나도 대단하지 않으니까. 너를 사랑한다는 사람들의 사랑들은 네 생각보다 더 크고 환하고 아름다우니까. 네가 살아서 숨을 쉬는 것보다 소중한 건 이 세상에 없을 거야. 잊지 마, 네 자리는 항상 반짝이고 있다는 걸.


이제 감옥에서 벗어나볼까. 아프게 했던 모든 건 사실, 내가 안고 있던 지난 과거일 뿐이라고, 놓아줘 볼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손톱만 한 행복도 행복이라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조금 더 가벼워질 수 있을까.   

   

눈 딱 감고. 한 발만 더, 내디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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