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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나잇 Dec 11. 2023

손님

낯간지러운 물목을 뚫고

손님이 오시려나요     


아카시아 꽃물을 잘게 다져

붉은 단심 아껴뒀어요     


잔혹하게 짓이겨졌어도

살아있는 마음이란 걸

당신은 알고 계실까요     


모로 누워 가만가만 천장을

같은 등속으로 둥둥 떠내려가는 구름을     


그 무렵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인연들이 날카롭게 구물거리며

서로의 등을 주무르던 때     


속절없는 나를 바라보는 당신은

호통을 칠까요

아니면 말갛게 웃을까요     


말갛게 새삼 말갛게

향긋한 웃음에 살구빛 심장이

달음박질치는 순간     


진심 너머까지 튀었던

붉은 꽃물이

우리의 귓가를 간질이겠지요     


어쩌면 겨우내 단단히 삼켜진

봄이 올 수도 있겠습니다


속정 모를 싱그러움

하룻밤 샘물로 차오른

여인의 볼우물이 그리우셨나요     


오신다기에 말도 없이

조심히 오시라고

긴긴밤 머무르셔도 된다고   

  

그 말 밖에는     


언젠가 구면이었던 포말을 뚫고

손님이 오시려나요     


한동안 우리는

얼마나 더 간지럽기 위하여

분홍 햇살에 두 뺨을 적실까요    

 

세어도 세어도 모를

가지런한 열립의 향으로 남아

사경의 품에 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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