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딸꾹질

by 청연




지난달 언제부턴가 양쪽 어깨가 심하게 아팠다.

정확히 말하면 어깨, 그리고 어깨와 붙어 있는 팔근육의 통증인데 정확한 근육 명칭은 모르겠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근육이 계속 아프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팔과 어깨를 움직일 때 격렬한 통증이 밀려왔다.


통증이 시작되면 완화될 때까지 꼼짝 못 하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그 증상을 병원에 가지 않은 채, 통증이 나타나는 동작을 회피하면서 한 달여를 그럭저럭 지내왔다.

지내다 보니 통증은 조금 완화되는듯했다.


지난주 시작한 수영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수영을 하자면 팔스윙을 해야 하는데, 그 동작을 하자면 예의 그 근육에 엄청난 통증이 찾아온다.


병원에 가니 어깨 근육이 조금 찢어지고 석회가 끼었다고 한다.

왜?

특별한 이유는 없단다.

그저 노화라고, 주사 맞고, 치료받고 약을 먹으라고 한다.

의사가 하라고 하면 하는 수밖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하고, 체외충격파 치료까지 받았다.

그리고 소염진통제와 위장을 보호해 주는 약까지 처방을 받아왔다.


약을 먹은 첫날,

아침에 약을 먹은 후 조금 지나고부터 딸꾹질이 시작되었다.

그냥 조금씩 끅끅대는 딸꾹질이 아니라 온 가슴팍이 울릴 정도의 심한 딸꾹질이다.


오전에 시작된 딸꾹질은, 조금 잦아든다 싶다가도 입을 통해 뭐라도 - 물 한 잔이라도 들어가게 되면 여지없이 대폭발로 이어졌다.

오후가 지나서도 계속되더니 저녁식사 후 그리고 밤까지 이어졌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심한 딸꾹질이 얼마나 힘든 것이라는 걸.


아주 오래전,

힘든, 매우 힘든 병이 찾아와서 한동안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고 약을 먹던 때가 있었다.

그때 그 약의 부작용이 딸꾹질이었다.

약을 먹는 동안은 며칠간 계속해서 극심한 딸꾹질을 끄억끄억 해야만 했다.

딸꾹질이 무서워서 약을 먹기 싫을 정도였다.

그러나 약 먹기 싫다는 투정을 부릴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딸꾹질로 지쳐가면서도 그 약을 먹어야만 했다.


그때 알았다.

딸꾹질이 이렇게 힘든 증상이란 걸...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엄마에게도 매우 힘든 병이 찾아왔다.

방사선 치료도 하고, 약도 먹어야 하는 힘든 치료를 이어나갔다.

그때 엄마에게 처방된 약 중에 오래전 내가 먹었던 딸꾹질 유발 약이 섞여 있었다.

처음엔 그 약인 줄 모르고 있었는데,

약을 드신 엄마가 자꾸만 딸꾹질이 난다고 해서 같은 종류의 약임을 알아차렸다.


아...

힘든데...

체력적으로도 약해진 엄마가 계속 딸꾹질을 해대면 많이 힘들 텐데...


엄마에게도 선택지는 없었다.

약 먹기 싫다는 투정을 부릴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는 며칠 동안 계속 그 약을 먹었는데 엄마는 투약 기간이 훨씬 짧았다.

먼저 경험을 한 나는 설명을 드렸다.


딸꾹질 때문에 힘들 수 있음을...

그래도 옛날 약보다는 좋아졌다 하니 참고 먹어보자고...


자주 찾아뵙지 못한 나는 전화 통화 때마다 물어본다.


딸꾹질이 힘들지 않은지.

힘들지...

그래도 먹어야 하는 약이니까 먹어야지...


그저 전화통화뿐이었다.

더 자주 찾아가서 등이라도 두드려 드리고 물이라도 한 잔 떠 드렸어야 했는데,

그저 알량한 전화통화뿐이었다.


뭐 드시고 싶은 건 없는지,

입맛이 있을 리가 있나...

그래도 뭐라고 잘 드셔야 한다고,

그걸 알면서도 잘 먹지 못하는 게 그게 환자지...



첫날 딸꾹질로 고생을 하고도 나는 이틀째 약을 또 먹었다

(약은 하루 한 번이다)

딸꾹질할 테면 또 해보라지

엄마도 참아낸 그까짓 딸꾹질.

웬일인지 이틀째는 딸꾹질이 나오질 않았다.

첫날 먹고 적응이 생긴 걸까?


사람이란 참 요상하다

은근히 딸꾹질을 즐겼다.

아니 즐겼다는 표현은 맞지 않고, 뭐라 할까 자기 학대를 했다고 할까?


엄마생각이 나서다.

힘든 약을 드시고 딸꾹질을 참으시던 엄마가 생각이 나서다.

그리고 알량한 전화질만 해대던 그때의 내가 생각이 나서다.

그렇게라도 엄마생각을 더 이어가고 싶어서였다.


엄마는 돌아가시기 직전에 울지 말라고 하셨다.

나 죽어도 많이 울지 말라고 하셨다


아들은 아직도 그 말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돌아가시며 하신 말씀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지키질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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