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 앞을 지나다가

그깟 생선...

by 청연

몇 년 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일을 할 때가 있었다.


기차가 아무리 빠르다 할지라도 서울과 부산을 매일 출퇴근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부산에 숙소를 잡아두고 생활을 했다

그때 자갈치 시장엘 자주 갔었더랬다.


자갈치 시장은 꽤 넓다.

부산의 홍보물이나 관광안내자료 등에 나와있는, 갈매기 형상을 하고 바다에 접해있는 현대식 건물의 자갈치 시장은, 전체 자갈치 시장에 비하면 매우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자갈치 시장은 현대식 건물 외에 노점으로 죽 이어져있는 전통시장이 훨씬 더 크다.

많은 생선가게가 골목 형태로 길게 늘어서 있는데 종류도 다양하고 값도 싸다.

주말에는 관광객이 오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 올라가기는 한다.


한 번은 자갈치 시장을 갔다가 엄청나게 큰 갈치를 팔고 있는 걸 보았다.

작은 갈치는 가시 발라내고 나면 먹을게 별로 없기 때문에, 갈치는 어체가 커야만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큰 갈치가 가격도 저렴했고, 전국으로 택배도 보내준다고 하니, 두 박스를 포장하여 엄마에게 한 박스 보내고 장모님께도 한 박스 보내드렸다.


갈치를 받은 엄마는 아버지와 함께 모처럼 맛있게 잘 드셨다며 좋아하셨다.

나는 엄마에게 동네에서도 흔하게 살 수 있는 생선 말고 이렇게 큰 생선이 나오면 종종 보내드리겠노라 했다.

그리고 지난번에 매우 큰 병어를 팔고 있었던걸 기억해 내고는, 큰 병어를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그 후로도 종종 자갈치 시장을 갔는데, 어쩐지 큰 병어가 눈에 띄질 않았다.

병어를 판매하고는 있지만 동네에서도 볼 수 있는 크기여서 더 큰 놈이 나올 때까지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다.

큰 병어를 맛 보여드리고 싶었다.

동네 시장에 흔히 없는 매우 큰 병어를 말이다.


더 큰 병어를 보내드리겠노라는 아들의 약속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조금 작더라도 얼른 사서 보내드렸어야 했는데...

동네에서 살 수 있는 생선이라도 자주자주 보내드렸어야 했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만이 남겨져 있는 줄 몰랐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해보지만,

말기암이란 고약한 놈이 그렇게 넉넉하게 기다려 주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지 않았는가 말이다.


종종 상가를 지날 때면 생선가게 앞을 지나게 된다.

다른 생선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유독 커 보이는 갈치와, 크기와 상관없이 병어가 진열되어 있는 걸 보면 눈이 간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시간이 무서운 이유는

지나간 시간은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게 어떤 가슴 아프고 애절한 사정이 있더라도

시간은 단 한 번도 뒤돌아 봐주질 않는다.

지독히도 매정하다.


후회는 언제나 뒤늦은 단어이다.

빠른 후회란 없다.


그깟 생선 조금 더 보내드렸더라면 후회는 없었을까?


그럴 리가...

수십 가지 후회 중 한 가지 후회가 생선가게 앞을 지날 때 떠오르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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