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을 들춰본 적이 언제일까?
안방 어딘가 구석자리에,
때로는 거실 한 귀퉁이에
몇 권의 사진첩이 꽂혀있었다.
삼 남매 추억들이 따로 보관된 각각의 사진첩들,
그리고 부모님 사진첩.
부모님 사진첩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두 분과 자식들 함께 찍은 사진을 모아둔 가족사진첩.
가족사진을, 혹은 지난 시절 내 사진이라도 볼까 하는 마음으로 사진첩을 들여다 본적이 도대체 언제던가?
기억이 없다.
보려 하지도 않았고 볼 필요조차 없었던 오래된 사진들, 기억들, 그리고 추억들.
지난해 부모님 돌아가시고 어수선하던 기간 동안
부모님 사진첩 한 권과 내 사진첩 두권, 그리고 간직하고자 하는 물건 몇 가지를 한 박스에 모아두었더랬다.
나와 부모님의 추억이기에 가져와서 보관하려 했던 것이다.
제대로 돌보지도, 들여다보지도 았았던,
어찌 보면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그저 추억으로만 남을 물건들이었건만
누군가에겐 탐나는 박스로 보였던 것일까.
며칠 만에 그 박스는 사라져 버렸다.
가끔씩 책상에 앉아있다가
문득 글로 옮기고 싶은 주제가 스치울때가 있다.
예를 들어
딸아이들이 소풍을 간다고 하면 소풍에 대한 기억,
도시락을 싸간다고 하면 도시락에 대한 기억,
세상 제일 맛있었던, 그러나 이젠 맛볼 수 없는 엄마의 오이소박이에 대한 기억.
이런 기억들이 떠오르면 그 장면이 담겨있던 옛날 사진 한 장이 뒤따라 떠오르곤 한다.
그러나 기억에만 잠시 머무르는 한 장면일 뿐,
그 사진은 없다.
사진이 없고, 기억도 흐릿해지고
사진과 기억 속에 머물러 있을 엄마, 아빠도 없다.
사진이라도 있다면, 사진과 함께 기억을 더듬어서라도 그때의 두 분을 만날 수 있을 텐데...
없다.
지금 가지고 있는 휴대폰에 부모님 사진이 몇십 장 들어있다.
달랑 몇십 장의 사진이 있다.
그나마 두 분 사용하시던 휴대폰에 남아있던 사진을 내 휴대폰으로 옮겨놓은 사진들일뿐, 계실 때 함께 찍은 사진은 없다.
때문에 이미 늙어버리신 모습의 사진만 있을 뿐, 추억 속 그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은 없다.
없다.
유난히 어릴 적 일들을 잘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은 못되는가 보다
어릴 적 기억이 그다지 풍부하게 남아있지 않다.
가끔씩 혼자 있을 때는
옅어진 기억을 흐집으며 시간 속으로 들어갈 때가 있다.
기억 끝에 달린 추억
그 추억을 따기 위해 기억을 따라가 본다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추억들이 나올 테니...
사진 속 기억을 추억하며........................... 청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