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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May 27. 2024

한강을 건널 것이냐,  
한강물에 남을 것이냐.

치열했던 수영이야기



수영을 처음 시작한 건 너무 오래된 얘기라 기억조차 가물가물한데, 아마도 20대 후반이었으리라.

     

20대 후반 그 당시 지역 선후배들 몇몇과 운동으로 새벽수영을 하기로 의기 투합하여

이름하여 수사모(수영을 사랑하는 모임)라는 모임까지 만들고,

본격적으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쉽게 예상되듯이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면 으레 저녁엔 삼삼오오 모여 술자리를 갖곤 한다.

새벽수영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잦은 술자리를 한다니, 수영은 물 건너간 것 아닐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숙취에 수영을 게을리하는 일을 막기 위해 결석 시 일정 금액을 내는 벌금제도까지 만들어 엄하게 모임을 운영했더랬다.     

그래서인지 이른 아침마다 술 냄새 폴폴 풍기면서도 하나둘 수영장에 모였고 일취월장 수영실력은 늘어갈 수 있었다.


거의 매일 풍기는 술 냄새 덕분에 같이 강습받는 여성분들께 따가운 질타를 받기도 했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진지하게 수영을 했더랬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모 단체에서 ‘한강 도하 수영 대회’를 개최한다며 참여를 요청해 왔다.

한강을 건너려면 적어도 2km를 헤엄칠 체력과 실력이 되어야 하는데,

초보단계인 나로서는 꽤 무리가 되는 대회였다    

 

그러나,

그때 나는 젊었다.


젊음이 무엇인가?

다소 무리함도 무모하게 덤비는 단어가 아니던가?

그때도 스스로를 만능초보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능초보란 무엇인가?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나 ‘초보’의 시기를 겪게 된다.

비록 초보이지만 잘 해내는 초보를 이름하여 만능초보라고 명칭 하였다.    

 

‘한강 도하 수영 대회’를 덜컥 신청해 놓고 강훈련에 도입했다.

자유수영 시간을 이용하여 스스로 맹훈련을 하다 보니 25미터 수영장을 왕복 20바퀴, 즉 1km 정도는 여유 있게 주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목표인 2km는 아직 무리였다.

이대로 대회를 진행했다가는 중간에 구조 대원에게 끌려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하루하루 대회 날짜는 다가오고 있었고, 초조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대회를 기다리게 되었다.   

  

드디어 대회 전날,

서울 경기 지역에 폭우가 쏟아졌다.

한강 폭이 계속 넓어졌다.

물살도 거세졌다.

걱정은 더 커져만 갔다.

급기야,

홍수 전단계까지 내린 비 때문에 대회는 전격 취소가 되었다.    

 

나는...

살았다. ^^     


그 후로도 한동안 수영을 했으나 언제부턴가 이런저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하여 수영을 더 이상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계속 수영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운동으로 더없이 좋은 종목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수영 강습 신청을 시도해 봤으나, 자리가 없었다.

수영은 기존 회원에게 먼저 수강신청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기존 회원이 도통 나가질 않으니 신규 신청자가 들어갈 자리가 웬만해선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번 달 강습도 새벽부터 접속하여 신청시도를 하였으나 실패했는데, 엊그제 빈자리가 나왔다.

그러나 화, 목 이틀짜리 강습에, 시간대도 애매하여 선뜻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그래도 무리를 해서라도 들어가면 기존회원 자격이 되어, 다음 달 강습 신청에 우선권이 있으니 그때 강습시간을 변경하겠다는 계획으로 덜컥 신청을 해 버렸다.     


그리고 오늘,

오래된 수영복과 수영모자, 수경 등을 서랍 깊숙한 곳에서 꺼냈다.

도대체 언제 적 수영복인지도 모르겠다.

무척 오래됐다.


이거 입고 수영하다 중간에 터지지나 않을까 걱정까지 될 정도다.

TV 진품명품에 내놓으면 골동품이라고 웃돈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수영 가기 전에 욕실에서 한번 입어보고 갈 것이다.

욕실에서 찢어진다면, 수영장 앞 매장에서 새 걸 사면될 테니 큰 걱정까지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명색이 수영복인데 찢어지기야 할 텐가?    

 

수영을 다시 시작하며 유명한 수영선수 이름이 떠올라야 하는데 자꾸만 조오련만 떠오른다. ㅎㅎ

아시아의 물개라고 했던가...     


어쨌든

나는 다시 물개가 돼보려 한다.


물개다.

그냥 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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