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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Jun 29. 2024

누구 커피 주문할 줄 아시는 분?

밀려오는 자괴감


일정중간에 약간의 시간이 비었다.
가까운 커피숍으로 더위를 피신하기로 하였다.

마침 골목에 커피숍이 있어서 들어왔는데,
지난번 선물 받은 이 커피숍 상품권에 잔액이 약간 남아있는 게 생각이 났다.

게다가 해당 커피 회사에서 보내준 1천 원 할인쿠폰도 몇 장이 있었다.

당당히 키오스크로 다가가서 주문을 해본다.


내 계획은 이랬다.
가지고 있는 상품권의 잔액을 모두 쓰고, 커피회사에서 보내준 쿠폰으로 1천 원을 추가결재하고,  나머지  잔액은 신용카드로 계산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이 복잡한? 주문을 내가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키오스크를 아무리 눌러봐도 내가 원하는 결재의 조합은 찾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정규 고등교육을 모두 이수하고, 나름 아직 젊고 스마트하다고 자부하는 스스로의 자부심은 한낱 망상이었단 말인가?

주문에 실패한 나는 좌절하여 카운터로 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골목에 위치한 커피숍은 마침 손님이 드물어서 한가했다.

직원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결재를 진행하려 했으나, 결국엔 실패했다.
직원도 내가 원하는 결재의 조합을 찾아내지 못했다.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현장 주문이 아닌 앱을 통한 주문을 해야 하며, 상품권은 앱으로는 사용이 불가했다.

결국 한가한 매장의 자리에 앉아서 앱을 이용해 주문을 해서 할인 쿠폰만 사용하고 잔액을 핸드폰 결재로 진행하였다.

어렵고도 힘든, 고행커피 한잔 주문 과정이다.

지금 내 앞에는 시원한 커피 한 잔이 놓여있다.
한 잔의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도대체 얼마나 더 공부하고 스마트해져야 한단 말인가?

이러니 삼거리다방 미스박이 타주는 커피, 설탕, 프림 각 2스푼씩 넣고 얼음 동동 띄워주던 옛날 다방커피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그나마
#친구들중에서는
#내가젤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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