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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꿈 Jul 18. 2020

공정함을 이야기한다는 것

교실 안에서 공정무역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의 반응이 심드렁할 때가 많기 때문이죠. 물론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학생들에게 공정무역이라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개념, 혹은 나와는 동떨어져 보이는 주제로 여겨지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무역'이라는 단어가 주는 물리적인 거리감이 확실히 있나 봅니다.


그러나 공정무역이라는 개념이 나의 일상과 정말 아무런 관련이 없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오늘 여러분이 먹고 마셨던 식음료를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경로로 내게 오게 되었지 천천히 생각해보시겠어요? 물품을 구매했던 슈퍼마켓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소급해보는 거예요. 혹은 그 제품이 가까이 있다면 성분 표시 라벨을 확인해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아마 여러분은 낯선 나라의 이름들을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많은 제품들은 일차적으로 자연과 생산자 간의 치열한 갈등과 소통을 통해 피어난 아름다운 결과물들입니다. 그런데 그 수고의 결과물이 생산자들은 유리된 채 소수 유통기업에 집중적으로 배분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공정하다 말할 수 있을까요?


무역 안의 공정함을 이야기한다는 것.


그것은 내가 안주하는 식탁을 넘어 생산자까지 거슬러 오르는 위치 변화입니다. 생산자가 자연의 섭리와는 갈등할 수는 있어도 다른 인간과는 갈등하지 않도록 하는 것. 더 많이 얻고자 하는 집단적 욕망을 모든 생산벨트 내 사람들과 함께 제어해가는 것. 이것이 공정무역의 시작입니다. ‘소비한다'는 것은 광의적인 측면에서 권력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이동되는 다분히 정치적인 행위인 것입니다. 물론 공정무역은 소비자들이 그 권력을 다시 공정무역단체를 통해 생산자에게 이양하는 순환구조를 이루는 것이고요.


좀 더 긍정적인 의미로 표현해볼까요? 공정무역을 소비한다는 것은 세상이 좀 더 공정해야 하고,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는 개개인의 의지 표현이자 인간 변화 가능성을 신뢰하는 행위입니다. 실제 몇몇 선생님들은 어린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씀하기도 하더라고요.


‘지금 너희들에게 당장 참정권은 없지만, 그와 맞먹는 강력한 소비권이 있다. 그 권리를 통해 너희들이 세상을 바꾸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여러분께서 달콤한 초콜릿을 먹고, 풍미 가득한 커피를 마실 때 한 번쯤은 의식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는 우리와 그물코로 이어진 이웃들의 땀방울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그렇다면 공정무역 제품에 표시된 페어트레이드 마크가 좀 더 친숙하고도 가깝게 느껴질 것입니다.


참고로 아름다운커피,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등 다양한 공정무역 단체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관련된 더 많은 정보가 담겨 있으니 이참에 공정무역 커피 한잔하면서 천천히 둘러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원 게시글: http://edu.beautifulstore.org/archives/936?pnum=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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