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느끼는 세계시민교육의 어려움
1980년대 후반부터 교통과 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인해 국가들 사이의 상호연계성과 상호의존도는 지속해서 높아져 갔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이를 통해 세계는 지역과 민족국가의 영역을 넘어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의 영향을 서로 주고받는 복합적이고도 다차원적인 영역으로 진입하게 되었죠. 이와 같은 세계화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국가들은 상호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으며 기존에 분할되어 있던 영토 경계선과 국경의 의미는 점차 해체되었습니다.
세계가 긴밀히 연결되면서 동시에 전 세계적인 위험 또한 함께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위기, 자원위기, 환경위기가 결합한 복합위기는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면서 때때로 상호작용을 일으켜 위험을 증폭시켰어요. 더구나 이런 지구적 문제들은 개별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완전히 해소될 수 없으며 내용에 따라 첨예한 이해 갈등을 일으키고 있죠.
이상의 세계화에 의한 결과로써 기존 민족국가 안에서의 시민과 시민의식에 대한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었어요. 국가 간 경계를 넘어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global village)으로 동일하게 인식하며,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인종 간의 문화적 이질성이나 상황적 특질을 이해하고,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수용하며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세계시민으로서의 태도가 현실적으로 필요하게 된 것이죠.
이처럼 공간적 제한이 사라진 세계의 새로운 시민에 대한 모델로 등장한 것이 ‘세계시민’에 대한 개념이며, 그 세계시민성을 전달하는 교육화 과정이 바로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GCED)’이라 부릅니다. 그간 한국에서도 글로벌시민교육, 지구시민교육, 국제개발협력교육, 지속가능교육, 글로벌시티즌십교육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정부와 국제기구, 국제개발단체 중심의 NGO들이 꾸준히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해오고 있었어요. 또 세계시민에 대한 인식 확대는 교과과정 변화에도 영향을 주어 2009년에는 국가교육과정 안의 인간상 중에서 세계시민 역량이 강조되었고, 2015년부터는 본격적인 명시와 함께 세부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세계시민교육의 가속화에 중요한 기점이 된 것이 바로 같은 해 진행된 제70차 UN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약속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SDGs)’의 채택인데요. 알려진 바대로 UN 192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의결된 전 지구적 공동의제인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leave no one behind)’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중 4번째 목표는 ‘양질의 교육’ 영역으로 기본교육과정의 이수, 직업 및 기술교육 지원, 문해력 향상, 정보통신기술 확대로 인한 격차 해소 등 교육의 영역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데요. 특히 4.7의 하위 목표가 인권, 성평등, 평화와 비폭력에 대한 문화 안착, 세계시민의식, 문화 다양성에 대한 공감 영역으로 설정되어 있어 입시 교과 중심으로 진행되던 한국의 공교육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목표를 달성해야 할 필요성에 따라 한국의 교육부와 지자체 교육청에서는 앞다투어 SDGs 4.7 수행을 위한 세계시민교육에 힘을 쓰고 있는데요. 그 긍정적인 결과물로 세계시민교육 인정도서 『지구촌과 함께하는 세계시민』이 서울, 경기, 강원, 인천교육청이 공동으로 예산을 부담하고 집필진을 구성하여 2017년 2월 경기도교육청의 심의과정을 통과함으로써 교사들에게 배부되었습니다. 그보다 먼저 세계시민교육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던 한국의 여러 국제개발 NGO들도 동일한 흐름에 발맞춰 기존에 진행하던 세계시민교육 영역을 양적 · 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주최하고 있는 <세계시민교육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에도 다양한 NGO들이 협력하여 여러 교육 실무자들과 일반 시민들에게 세계시민교육의 의미와 영역을 환기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국제기구, 시민단체들의 노력과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과는 달리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관련 교육의 진행에 관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대표적으로 세계시민이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라 이에 대응하는 교육 기관 및 NGO의 내용 해석이 다소 상이하고,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지 몰라 실제 학교에서는 세부적 실천영역과 연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더불어 세계시민교육이 기존에 진행되던 인성교육, 민주시민교육 등과 차별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겠다는 의견 또한 적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관련 내용을 배우는 학생들도 해당 주제에 대한 실천이나 경험보다는 전반적인 내용 인지 수준에 그쳐 하나의 단순 교과과정처럼 인식되는 한계 또한 존재했죠.
이상을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시민교육의 두 가지 문제점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는 세계시민성과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이해방식이나 접근방식에 대한 공통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 둘째로는 세계시민의 개념인식을 개인 도덕성 중심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존재해 기존의 도덕 · 인성교육과의 구별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답을 천천히 찾아가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