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Arrival, 2016)
https://youtu.be/rVN1B-tUpgs?si=IaO4e8jqFE0opWb-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같은 컨텐츠를 반복해서 보는 것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내가 총 3번을 본 영화가 있는데,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 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나에게 만남과 이별의 교과서 같은 영화였다. 처음 영화를 본 건 한참 장거리 연애 중일 때 혼자 영화관에서, 두번째는 연애를 하던 중 만나던 사람과 함께 TV로, 마지막 관람은 이별한 날 혼자 노트북으로 영화를 관람했으니 나의 현실적인 만남과 이별과도 맞닿아 있었다.
(* 이후 내용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영화의 장면은 주인공의 회상 장면으로 시작한다. 딸을 낳고 아이는 자라나고 불치병에 걸리게 되며 아이의 아버지는 떠나고 몇 년이 흘러 아이는 죽는다. 주인공의 슬픔과 함께 회상은 끝난다. 언어학 전공 대학교수인 주인공은 수업 중에 UFO 가 내려왔다는 기사를 접하고 국가적인 비상경보가 울리며 황급히 수업은 마무리 된다. 외계인의 언어를 해석하기 위해 녹음 파일을 가지고 군 대령은 언어학 전문가인 그녀를 찾아지만 그녀는 그들을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 언어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음날, 군인들은 그녀를 과학자인 다른 전문가와 함께 헬리콥터에 태우고 UFO 가 있는 곳에 설치한 군 기지로 이동한다. UFO 안으로 접근하여 처음 만난 외계인들은 7개의 다리를 갖고 있는 생명체들이었고, 다리로 먹물과 비슷한 물질을 뿌려 원과 같은 모양의 글씨를 보여 준다. 처음에 주인공은 보호 장비를 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칠판에 보드마카로 글씨를 써보이는 방법을 쓰게되며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기 어려워 하다가, 보호 장비를 벗어 던지고 스스로를 드러내며 점차 소통이 가능해진다. 외계인들의 지구 방문 목적을 알지 못하는 채로 언어를 알려주는 것에 대해 군인들은 께름칙한 반응을 보이고 그 과정이 너무 느리다며 불만을 표시하지만, 주인공은 오류 없이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을 설명하며 그들을 설득한다.
동료인 과학자는 주인공에게 언어에 따라 사람의 사고가 형성되는 학설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들의 언어를 배워가는 그녀가 그들과 같이 사고하게 될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주인공은 외계인들의 언어에 몰입하게 되면서 그들에 대한 꿈을 꾸고 환상과 비슷한 이미지들을 점차 보게 된다. 그러던 중 UFO 가 위치한 12개의 지역 중 중국에서는 마작을 가지고 외계인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지구에 온 이유에 대해 그들의 대답을 'Use weapon'으로 해석하게 되면서 그들이 이곳을 침공하러 왔다고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은 마작을 이용할 경우 행동에 대한 해석이 공격과 방어로 밖에 해석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하면서 언어를 왜곡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하지만 각 나라의 국제 정세가 불안해 지자 많은 나라들이 중국의 해석에 동의하며 외계인들을 공격하는 쪽으로 의견이 취합되어 갔다.
주인공은 UFO 를 향해 달려가고 UFO 에서 조그만 셸이 내려와 그녀를 장벽 안의 공간으로 데리고 온다. 그녀는 외계인과 소통이 가능해 지면서 본인이 보는 환상에 대해 질문하고, 외계인은 그녀가 '미래를 본다'는 것을 알려준다. 외계인들은 시간의 개념이 없이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보는 종족이었고 그들의 언어를 알게 된 그녀가 그들과 같이 미래를 알게 된 것이다. 그들이 지구에 오게 된 이유는 지구를 돕기 위해 그들이 왔고, 먼 미래에는 지구인들이 그들을 도와주어야 함을 알리기 위해서라는 것과 함께 미래를 보는 것이 무기(weapon)임을 알려주고 주인공을 UFO 밖으로 보낸다.
중국군은 외계인들을 공격하려고 하고 있었고 주인공은 이를 막으려고 한다. 군인의 전화기를 훔쳐 중국 군대표에게 연락을 해 자신이 본 미래를 이용해 그를 설득하고 중국군은 공격을 취소하게 된다. 사태가 마무리 되며 외계인들은 지구를 떠난다.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한 동료 과학자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녀는 그와의 헤어짐과, 그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병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미래를 이미 알지만 '당신 품이 이렇게 따뜻한 것을 잊고 있었다.'는 대답과 함께 그 고백을 받아들인다.
(https://namu.wiki/w/%EC%BB%A8%ED%83%9D%ED%8A%B8 - 나무위키 '컨택트' 줄거리 참고)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는 드니 빌뇌브 감독 특유의 웅장한 영상과 압도적인 느낌의 배경음악, 그리고 첫 장면인 회상 장면들이 과거가 아닌 미래라는 충격적인 반전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영화를 너무 재밌게 봐서 원작인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읽었지만 인상 깊었던 내용이 조금 달라 당황했다. 원작은 주인공의 미래를 보는 능력과 관계 없이 평범한 이혼 부부처럼 두 사람이 갈라선다. 그러나 영화를 다시 보면, 책과는 조금 다르게 아이가 불치병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낳기를 결정한 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해 남편이자 동료였던 과학자가 떠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은 남편과도, 딸과도 언젠가는 이별의 순간이 다가올 것을 알지만 사랑하였을 때의 그 소중한 시간들이 너무 행복하였기 때문에 그 만남들을 받아들인다. 영화를 보고, 나도 이별로 인해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소중한 추억들을 남겨 주었던 만남을 감사해하며 받아들이게 되었다.
요즘 이 영화에서 초점을 두게 된 장면들은 외계인들의 언어를 습득하며 그들과 같이 생각하고 미래를 보게 된 주인공의 모습이었다. 주인공의 꿈 속 눈앞에 외계인이 나타나며 화들짝 놀라 꿈에서 깨는 약간은 공포스러운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계속 생각났다. 교회를 다니고, 의료인들끼리 하는 신앙모임도 꾸준히 나갔지만 양쪽 그룹에서 모두 나에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적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두 번 다 얼버무리며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두 그룹 모두 내가 많이 닮고 싶은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곳이어서 그들을 이해하고 싶었고,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을 만난다는 것에 대해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때마다 그건 기도할 때 격앙되는 분위기로 인해 생기는 착각이 아닌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 겪은 경험들로 인해 그것이 정말 현실로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상상했던 경이롭고 환상적인 느낌이 드는 체험과는 조금 달랐다. 새로운 언어를 배워 새로운 사고를 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게, 이제는 새로운 언어로 말할 수 있게 되어 다른 세상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래. 이제 어떡하지?' 라는 물음이 떠올랐지만, 점차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 세상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흥미진진한 모험을 시작한 기분이 든다. 이전에는 정해진 시간의 굴레에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체념하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무한한 세상에서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느끼며 걸어가는 삶이 되었다. 전날 처음 뵙게 된 선교사님으로부터 하나님께서 너를 '위로자'로 불러주셨다는 기도를 받았다.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더라도 사랑을 구하며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되길.
누 9:23 또 무리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