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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달리기

by 한박달
나이키 러닝어플로 기록하면 예쁘게 기록된다 헷

코로나 19가 바꾼 우리의 일상은 너무 많고 많지만 그 중 가장 안타까운 건 제대로 운동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내 집처럼 드나들던 아파트 헬스장은 몇달전에 닫힌 문이 도통 열리지 않는다. 뛰는 것 또한 마스크를 끼고 뛰면 너무나 힘들다. 어느 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면마스크를 끼고 2킬로미터 정도 달렸는데 드래곤볼의 시간과 정신의 방이 생각나고, 이러다 죽겠다 싶을 때 멈췄다. 물론 마스크를 끼지 않고 달리는 용자들이 많다. 그러나 스스로 꺼림직할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괜히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몇달이 지나 코로나의 전파가 살짝 주춤할 때 집 앞 하천에 나갔다.


막 비가 그친 오전의 청계-중랑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 정도라면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만 조심하면 사람들과의 거리 유지가 가능할 듯 싶었다. 마스크를 주머니에 넣고 달렸다. 오랜만에 달리니 무릎이며 발꿈치가 뻑뻑한 느낌이었지만 숨이 차오르는 순간 몸의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플레이리스트로는 라르크의 베스트앨범, 아주 좋아하는 앨범은 아니지만 운동할 때 들으면 무척 잘 어울린다. (그러고보니 운동할 때엔 명곡보다 '신나는' 음악이 필요하다.)


오랜만에 달려서 그랬을까. 1킬로 정도 달렸는데 힘이 든다. 100미터만 더.. 100미터만 더... 하고 발을 옮겼다. 하루키나 김연수 작가는 1킬로만 더... 하고 달리는데 내 스케일은 너무 작디 작구나. 중간 중간 빗물이 고인 곳을 디디면 물이 튀기고. 내 발은 계속 앞으로 앞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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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을 달리며 좌우를 보면 여름의 분위기를 머금은 식물과 나무가 보인다. 나무 옆을 지나며 심호홉을 하면 나무냄새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냄새 뿐 아니라 식물의 녹색도 달릴때엔 강렬하게 다가온다.


목표는 5km였지만 3.5킬로를 20분 정도 달리고 멈췄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많이 달린 셈이다. 좀 더, 조금만 더 달렸으면 좋았겠지만 아쉬움은 뒤로 묻고 집으로 걸어왔다.


오는 길에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를 들렀다. 특이하게 전철역 위, 다리에 있는데 여기가 도깨비 촬영지라고 해놓은 표식이 퍽 촌스럽다. 그 드라마를 안봐서 감흥이 없었는데 사실 뭐 드라마를 좋아했었어도 별 감흥은 없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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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리에 올라온 수확이라면,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풍경이 꽤 멋있었다. 걷는 사람들을 위에서 지켜보며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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