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청소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음악을 듣는다. 플레이리스트는 내 soundcloud. 지금 나오는 노래는 이상은의 ‘휴’로 담다디와 비슷한 풍의 노래다.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남기기 힘들었는데 아무 것도 하기 싫어져 매일 하는 카카오플백 인증만 하고 sns에 하기 좋은 이야기 좀 하다가 자고 회사가고 멍하니 있다가 집에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회사에서 하는 일은 내가 가장 서툴게 할 수 밖에 없는 일인데 이걸 몇년 동안 하고 있는 걸 보면, 대단한 것 같기도 하고 바보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진짜 원하는 걸 깊이 몰두한 적이 거의 없었다. 대신 좋아하는 건 취미생활로 즐겼다.
제대로 했다가 실패하면 사실 별 재능이 없다는 사실에 상처받을 것 같아 늘 한쪽에만 발을 담그고 도망갈 궁리를 했었다.
이런 성향에 대한 불만은 늘 있었는데 그 감정을 감정을 글로 풀었다. 그런데 요새는 쓰지 못하고 스트레스만 계속 쌓였는데 며칠 전부터 책을 읽으며 조금씩 나아졌다.
어제는 서울숲에 갔다. 지하철 무인대출기에 대출한 책을 빌리러 갔는데 날씨가 완전 여름 날씨였다. 집에만 있기엔 아까운 마음에 아내에게 당장 전화해서 서울숲에 가자고 했다.
아내는 요리를 잘한다. 서울숲에서 먹을 도시락을 부탁했더니 뚝딱 멸치주먹밥과 두부로 속을 넣은 유부초밥을 만든다.
서울숲은 집에서 버스로 10분인데 유독 어제는 차가 막혀서 거의 30분 정도 걸렸었다. 다들 날씨가 좋아 어디로든 가나보다.
서울숲에 사람이 많을까봐 걱정했는데 우리가 도착한 오전 11시 즈음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우리가 늘 앉는 물가 근처 나무 밑에 돗자리를 펴놓고 아점을 먹었다.
풀밭의 식사, 마스크를 벗고 혹 주변에 오는 사람은 없는지 두리번 거리는 건 불편했지만 나무와 하늘을 보며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건 정말이지 상쾌한 경험이었다.
요새 하는 북커버 챌린지 때문에 돗자리 위에 책도 올려놓고 사진도 찍었다.
요새는 경험 자체보다 그 경험을 어떻게 인증하느냐가 중요하다. 핸드폰(카메라)이 없으면 자기 증명이 안되는 요즘. 싫다고 외치지만 예쁜 사진이 나오면 괜히 뿌듯하다.
밥을 먹고 서울숲을 한바퀴 도는데 어떤 커플은 도저히 사람들이 앉지 않을 자리에 돗자리를 펴고 뭘 먹고 있다. 진정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한건가. 아니면 취향이 특이한걸까.
또 예쁜 숲에는 결혼 전 사진을 찍는 남녀가 있었다. 더운 날씨라 피곤해보였다. 물론 어제 날씨가 엄청 좋았으니 사진은 잘 나왔겠지. 뭐. 서울숲에 가면 가끔 그런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늘 호기심이 생긴다. 어떻게 찍는지, 기분은 어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