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이다. 이체할 건 이체하고 일했다. 월요일이라 더욱 정신이 없었다.
점심엔 부서 사람들과 고깃집에 가서 갈매기살을 먹었다. 한주의 시작이 고기라니. 뭐 맛이 없지는 않았으나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퇴근길엔 박상현씨가 쓴 나의 팬데믹 일기를 읽었다. 예전에 회사에서 강연자로 모신 적이 있는데 꽤 느낌이 좋은 분이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페이스북도 팔로잉했었고 책까지 샀다. 책은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한 시기에 쓴 SNS 기록을 엮은 내용이다. 꾸준한 기록이 큰 가치를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뭐 대단한 걸 쓰려고 한 줄도 못쓰고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브런치에 뭐라고 쓰건 남들은 크게 나한테 관심이 없는데 말이다. 지금 이렇게 부담 없이 하루를 정리하는 글을 쓰는 게 무척 즐겁다. 쓰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건 퍽 오랜만이다.
저녁을 먹고 동네 공원에 갔다. 코로나 이전엔 여기서 달리는 사람도 참 많았는데 한동안 조금 정체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늘 가보니 특유의 북적이는 느낌이 있다. 무엇보다 꽃이 무더기로 피어있어서 한참 꽃을 보다 왔다. 신기한 건 같은 품종인데 위치에 따라 한 꽃은 피고 한 꽃은 시들어가고 있었다. 취업 직전 도서관을 전전하던 시절 이 공원 근처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저녁이 되어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비빔밥을 비벼먹던 순간이 생각났다. 그때도 이 공원에는 꽃이 피고 있었을 텐데 그때는 꽃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춥고 마음이 시렸다. 그때는 회사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착각이라는 점, 그리고 이 순간만 벗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큰 에너지원이라는 걸 느꼈다. 지금 또한 힘들게 들어간 그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하나의 위로이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저녁엔 오뎅 전골에 흑맥주를 먹었다.
뜨끈한 국물에 오뎅,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맥주.
궁합이 좋은 음식이다.
내일은 노량진으로 회식하러 간다.
하. 거리두기 할 때가 행복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