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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달 May 18. 2024

토요일 아침

오랜만에 좋아하는 카페에 왔다. 근래 집 이사 때문에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주말에도 집에서만 틀어박혀 게임만 했는데. 이런 시간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느껴진다.


회사에서 선후배들과 이야기 나누던 중 이사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했다.

아파트명, 대출금액 등.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또 어떤 부분은 약간 자랑하는 마음 (아무것도 없던 상황에서 집까지 매매하게 되었다는 점)으로 말하게 됐는데 회사에서 내 이름을 알던 사람들 모두가 이사 가는 걸 알게 되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그건 당연하지만 내가 그 소재가 되는 건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정말 친한 친구와 같은 마음으로 축하해 주거나 걱정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다음부터는 내 개인 신상에 대한 대화는 회사에서 자제해야겠다.


오늘은 회사에서 주최하는 마라톤 날이다. 거의 매년 마라톤에 나가 10킬로미터를 달리고 왔는데. 요새 이사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5킬로미터도 뛸 체력이 없다. 물론 앞사람만 쫓아 뛰면 3킬로 뛰던 사람도 6~7킬로는 뛸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렇게 무리하면 꼭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티빙에서 98년도 GTO 드라마가 있어서 보는 중이다.

남자 배우인 소리마치 타카시가 그야말로 빛이 난다, 98년도, 중학교 시절 이 드라마를 봤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때엔 뭘 봐도 흡수가 빨랐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극찬하며 봤을 것 같다. 그래도 지금 봐도 나쁘지 않다. 일본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 내 주변에 별로 없는데 나만 ott에서 예전 일드가 나오면 정주행 한다. 책과 달리 영화나 드라마는 끝까지 보는 게 어려운데 일드만큼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본다. 일본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 드라마에는 내가 이유 없이 막연히 그리워하는 90년대 또는 00년대 초반 감성이 담겨있다.


지난 4월~5월을 떠올려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길지 모르는, 일어날지도 모르는 불운을 걱정하며 살았다. 이미 선택한 것에는 미련을 버리고 그 선택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는 게 백번 낫다는 걸. 이번 일을 통해 깨달았다. 친한 형은 그렇게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날 보고 심리 상담을 받으라고 하는데. 내게는 산책이나 독서가 그런 심리 상담에 준하는 효과를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이사를 위해 짐을 정리하며 생각보다 산 책이 많다는 걸. 또 산 책 중 읽지 않은 책이 많다는 걸 깨닫는다. 이사 일까지 집에 있는 책을 최대한 읽기 위해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전부 반납했다. 지금은 하루키의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는 중이다. 1권씩 읽고 별로인 책은 알라딘에 처분하고 싶은데 과연 몇 권까지 읽을 수 있을까. 어릴 때에는 산 책이라면. 아무리 별로라도 간직하고 싶었는데. 전자책을 읽거나 빌려보는 게, 산 책을 읽는 수를 훨씬 상회하는 걸 보고. 그저 흘려보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친한 형이 이사 선물로 턴테이블을 사준다고 한다. 그래서 예스24 이런 곳에서 LP를 구경하는데 정말 저렴한 게 4만 원 초반대다. 그것도 사고 싶은 걸 고른다기보다. 있으면 사야지 하는 게 엘피 같다. 어릴 때엔 황학동 근처 돌레코드에서 팔던 엘피를 보고. 2만원대 어떤날 등을 보고 엄청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물가도 비싸졌고. 나름 비싸다면 비싼 이 취미를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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