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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코스 2019 춘천마라톤 대회 (10km)

by 한박달

"기차표(청춘열차)는 끊었어?'

전날 아내가 물었다.

"아니, 그냥 경춘선 타려고 했는데."


당일 청량리에서 경춘선을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전철에는 산에 가시는 분들, 이주 노동자 분들이 많았다. 좋은 경치를 구경하며 각오를 다지는데 중간중간 정차 시 열린 문 사이로 찬바람이 들어온다. 긴바지를 입고 뛰어야 하나 싶을 정도의 추위였다. 가는 동안 걱정했는데 춘천역에 내리니 별로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2번 출구에 마련된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대회 장소로 걸었다.


출발 장소엔 러너들도, 응원하는 가족들도 많다. 사진 찍는 그들을 보며 나도 한컷 찍어볼까 핸드폰을 꺼냈는데 배터리가 50퍼센트밖에 없다. NRC 어플로 시간 및 기록을 체크해야 하는데 곤란한 일이다. 아쉽지만 음악을 들으며 출발선에 섰다. 마라톤 진행은 베테랑 배동성 아저씨였다. 언제나 매끄러운 그분의 진행을 들으며 출발을 기다렸다. 하늘은 맑고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춘천 마라톤을 신청하고 몇 달 동안 이날을 기다렸다. 그 기다림이 뿌듯한 결과가 되길 바라며 달리기를 시작했다.


길 자체가 넓어서 뛰는데 불편함은 없었지만 참가 인원 자체가 워낙 많아 초반에는 지그재그 갈 수밖에 없었다. 3km 까지는 천천히, 6km까지 속도를 내고 그 이후에 힘을 내어 달리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너무 천천히 달렸다. 반환점 이후엔 속도를 낼 체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렸다. 지난 5월 서울신문 하프마라톤을 뛸 때 걷고 뛰고를 반복했던 기억 때문에 빨리 뛰는 스스로를 경계했다. 게다가 시간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그냥 나의 템포에 맞추어 뛰었던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러닝 코스 자체는 이전까지 뛰었던 대회 중 가장 훌륭했다. 원래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뛰는 걸 좋아했는데 춘천마라톤 10km 코스는 계속 업 앤 다운이 반복되었다. 오르막을 오를 땐 내리막을 기대했고 내리막을 뛸 때엔 몸을 앞으로 숙여 체력을 비축하려 애썼다. 또 하늘과 주변 경관은 왜 그리도 예쁜지 주변을 보는 것만으로 충전이 되었다.


대회 운영도 훌륭했다. 음수대나 스펀지 제공 부스는 번호가 역순으로 되어있어 정체를 막았다. (그 외 자잘한 부분에서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는 인상이었다.) 버스킹, 디제잉, 자원봉사 분들의 환한 얼굴에 힘을 얻어 달렸다.

사진 찍은 게 너무 없네


결승점에 도착하니 메달과 주전부리를 줬다.

통큰 초코파이라... L사라서 초코파이도 통 크게 만드나 봅니다


주전부리를 먹으며 주변을 구경하고 있으니 문자로 기록이 도착했다.

가을의 전설!!이라 해두자


59분 31초... 1시간 이전인 건 다행이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컨디션이 괜찮아 결승점을 통과해서도 더 달릴 수 있었는데 그 힘을 달릴 때 쏟을걸 싶었다. 그러나 NRC 없이 달린 첫 대회로, 구속받지 않고 내 맘대로 달릴 수 있는 여유로움은 좋았다.


함께 달린 사촌동생과 닭갈비를 먹고 청평사 구경 좀 하고 집으로 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경춘선에 타니 더 피곤하게 느껴졌다. 미리 청춘열차를 끊어둘 걸 싶었다. 아내에게는 돈도 아끼고 더 낫지 않냐고 했지만 아니었다.


두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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