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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달 Nov 06. 2019

처음 경기장에서 본 여자배구

GS 칼텍스 vs. 현대건설

친하게 지내는 형 둘과 정기적으로 만난다. 독서모임으로 만난 사이인데 함께 을지로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달리기 대회에 나가기도 한다.


그중 한 형이 스포츠 관람을 좋아해 얼마 전에 효창공원에서 여자축구를 봤다. 그건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기자기한 축구, 시원한 날씨, 노을이 질 때의 하늘과 축구장의 푸른 잔디는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이었다.


그 형이 이번엔 여자배구 이야기를 꺼내서 냉큼 예매했다. 뭐 찾아보지도 않았다. 배구는 옛날에 현대자동차 서비스 임도헌이나 윤종일 정도 좋아했었지 그 후엔 관심이 없었으니. 그저 여자배구를 직접 본다는 것에 의의를 뒀는데... 실제 가보니 현장의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경기를 다 보고 검색해보니 여자리그 1위와 2위의 경기였다. 빅매치였네. 빅매치.)



순위도 몰랐으니 처음엔 GS 칼텍스가 언더독이라 생각했다. 그나마 현대건설엔 양효진이라도 있으니 현대의 우세를 예상했다. 그런데 강서브에 밀려 1세트 내준 것 외엔 탄탄한 조직력으로 3세트를 연달아 이겼고 게임이 끝났다.


여자축구는 정말 한적한 분위기에서 독서도 가능한 느낌이었다면 여자배구는 화려하고 시끄러웠다. 자본의 냄새가 물씬 났는데 경품, 응원단 등등 모기업의 지원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게 선순환인 게 여자배구 인기 덕분에 지원이 늘고, 지원이 늘면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인기가 높아지면... GS 칼텍스 여자배구단은 그 단계에 진입했다는 걸 직접 확인했다.


일반석이 아닌 지정석에서 봤다. 선수들 플레이가 엄청 가깝게 느껴졌다. 그동안 농구장, 야구장에 갔을 때엔 TV로 보는 것만 못하다고 느꼈는데 오늘은 자리가 좋아서인지 직접 선수들을 보며 응원하며 보는 게 훨씬 재밌었다.


아는 선수가 양효진밖에 없어서 홈팀 응원석에 앉아서 몰래몰래 현대건설을 응원했는데 GS의 수비 조직력이 너무나 훌륭했다. 스파이크를 죄다 막으니 이길 수가 있나. 현대건설은 타이밍 뺏는 이동공격이 절묘했는데 그걸 자주 쓰지 않았다. 속공이나 이동공격이 자주 나왔으면 오늘 경기가 더욱 재밌었을 텐데.


GS의 승리로 끝난 후 승리 인터뷰를 하고 생일자 촛불도 불었다. 관중들은 경기가 끝나고도 남아 승리를 자축하고 있었다. 게다가 줄을 서서 선수들과 승리의 하이파이브까지. 훌륭한 팬서비스다.


형들과 함께 나와 근처 순댓국집에서 국밥 하나 먹고 헤어졌다.


지금도 해보지 못한 게 무척 많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새로운 경험을 해본다면 적절한 자극이 될 것 같다.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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