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진정한 아티스트, 최양락

최양락 파이팅!

by 한박달


최양락의 개그가 좋았다.


네로 25시, 고독한 사냥꾼 등을 보면 심형래의 반복되는 바보 개그와는 뭔가 달랐다. 마무리는 웃프게 끝나기 일쑤였지만 그런 찝찝함이 곧 우리의 삶처럼 느껴졌다. 한마디로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소리다.


어릴 때 좋아했던 인물이라 그런지 가끔 TV에 나오면 늘 응원하는 마음으로 봤었다. 80년대 말~ 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전성기 이후에도 알까기나 목욕탕 에피소드로 주목을 받았었다. 그 붐업은 마치 불꽃처럼 아름답게 빛난 후 사그라들었지만 그때의 마법 같은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앨범으로 night fever가 있다. 마징가 Z, 개구리 왕눈이, 달의 요정 세일러문 등의 잘 알려진 만화 주제가를 최양락만의 방식으로 소화한다.


앨범이 발표된 해는 2001년이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전자음악 뮤지션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성공한 인물로는 클래지콰이 정도가 생각난다. 이 앨범에는 (유희열의 A Walk Around The Corner에도 참여한) 세인트 바이너리, shine이란 노래가 무척 근사했던 프랙탈 등이 참여했다. 이런 든든한 음악적 백그라운드에 최양락의 섬세한 개그 터치가 곳곳에 묻어난다.


전곡이 추천곡이지만 특히 인상적인 곡을 뽑으면


1. 달의 요정 세일러문 - 원곡을 완전히 비트는 전주에 최양락의 보컬을 가만히 들어보자. 세일러문을 재밌게 보던 어린이들의 30년 후 감성이 이런 게 아닐까. 조금 씁쓸한 노래.


2. 요술공주 세리 - 페리카나 치킨 CF에서도 들을 수 있었던 최양락의 요술공주 세리, 최양락의 보컬은 평범하나 반복과 변주가 특징인 전자음악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3. 엄마 찾아 삼만리 - 중간에 나오는 내레이션은 세기말 한국의 코미디를 알려주는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이다.


이 앨범을 구매하지 못한 게 참 아쉽다. 팬이라고 하면서 참 팬심을 표현하는 데엔 인색했구나 싶다. 그 아쉬운 마음을 유튜브나 (알까기 프로그램이나 쇼 비디오쟈키) 팟캐스트(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통해 달래 본다.


night fever는 최양락의 천재성과 당시의 음악 지형이 합쳐져 나온 역작이라 생각한다. 막 끓어오르던 전자음악 씬의 실험과 최양락, 둘 중 하나만 빠졌어도 김 빠진 탄산음료처럼 맹숭맹숭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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