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박함을 알린다

선거철에 우리가 만나는 소음들

by moment books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때가 생각난다.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엄청난 감정의 폭풍과 그 파장을 몸소 경험하며 살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자신들이 선택한 후보가 국가의 중요 직책을 담당하는 권력자로서 얼마만큼 자신들의 실제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잘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이렇게나 정보가 잘 발달하고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나 위정자들의 행태를 감시할 수 있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대한 맹목적인 무관심 혹은 철저하게 낮은 기대치로 인해 아예 그쪽으로는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많은 정치인들은 선거철에만 잠깐 시민들에게 얼굴을 내비치고 약간의 수고스러움만 감수한 다음에 4년 혹은 5년을 굉장한 권력적 위치를 즐기면서 풍요로운 인생을 향유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서울의 소음과 관련해서 내가 빠지지 않고 항상 언급하는 대상이 있는데, 바로 선거철 선거운동 단체들이 뿜어내는 외부스피커의 소음들이다. 어떠한 긍정적인 자세와 낙천적인 자세로 이 현상을 받아들이려고 해도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굉장한 분노를 일으키는 부분이다. 큰 대로를 넘나들며 나이트클럽을 광고하며 다니는 차량의 소음과 거의 비슷한 정도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나만의 생각이 아니기를 바라며, 몇몇 고정적인 특징을 집고 넘어감으로써 서울 시민들의 울분을 같이 공감하고 이해해 보고자 한다.


1. 노래 개사

최신 유행가가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다. 실상 가만히 노래를 들어보면 목소리에 다소간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녹음이 새롭게 된 것이다. 최신 유행가에 맞추어서 개사한 가사들이 들린다. 가장 촌스러운 부분은 후렴구를 '기호 몇 번' 하는 식으로 개사를 하는 부분인데, 그 발칙하고 경박한 합창의 사운드가 특별히 굉장히 촌스럽게 들린다.

2. 음역대

우리 인간의 귀는 매우 민감한 기관이어서, 어떤 특정 데시벨의 음역대에 도달하게 되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선거철 방송의 음역대가 대략 그러하다. 경박한 가사와 함께 들리는 그 음역대가 듣는 서울 시민들로 하여금 굉장히 소름끼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나는 예비군 훈련을 갈 때마다,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인 '3M 귀마개'를 반드시 준비해서 가곤 한다. 사격장에서 제공하는 귀마개가 만에 하나 형편없는 상태로 방치된 채로 있어서, 드뷔시의 피아노 곡이나 쇼팽의 녹턴과 같은 섬세한 곡의 흐름을 인지할 수 없을 만큼 귀를 훼손시키는 것이 두려워서 반드시 챙겼던 것이다. 사격장에서 들리는 호쾌한 사격 소리가 심장박동수를 빠르게 자극하는 훌륭한 자극제가 되기는 하지만, 그것이 미학적인 가치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래서 귀마개가 필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선거철의 유세 차량을 마주할 때 바로 이 저주받은 음역대의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천호대로와 같은 곳을 지날 때는 귀마개와 같은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 안무

서울시의 불행한 많은 중년의 여성들이 이 유세 차량에 합승해서 안무(율동?)를 벌이고 있다. 전혀 문화적 콘텐츠의 다양성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되고, 미학적으로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접근할 가치가 없는 그런 종류의 안무이다. 이런 광경을 보게 되는 것은, 이 짧고 불행한 인생 속에서 정말로 최대한 적게 마주하고 싶은 종류의 사건인데,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될 때가 있는 것이다. 어떻게 고용된 것인지, 자발적인 것인지, 얼마를 받고 하는 것인지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일종의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 보고 싶은 도시의 재앙적 모습 중의 하나이다.


분노의 감정의 직접적인 분출과 많은 관련자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냉소적인 말들을 통해 선거 유세 차량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살펴봤다. 이러한 말장난을 마무리 하면서, 정말 선거 유세를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쓸데 없는 구호나 노래, 춤으로 같이 즐기자는 식의 선거 운동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정책이나 공약, 앞으로의 방향성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선거 운동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거 운동의 당사자들은 이렇게 한바탕 놀듯이 유세를 하고 나면 '우리 당이 이 지역에서는 어김없이 뽑히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많은 젊은 세대의 사람들이 점점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선거의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더 이상 선거 유세를 관광버스 춤판처럼 만듦으로써 우리 도시를 촌스럽고 경박스럽게 만들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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