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시선
간접 시선
점심시간 옥상에 올라가 그냥 아무데나 걸터앉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날씨였는데,
이를테면, 햇살은 화창한데 바람이 살랑 불어오면서
나뭇가지와 잎사귀에 적당히 율동적인 움직임을 주는,
그런 정도의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날씨였다.
그런 움직임들을 좇는 시선이 무겁다.
눈꺼풀에 햇살이 내리쬐는 것조차
단순히 눈부심을 넘어 어떤 무게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사물을 직접적으로 보기보단
그림자로 드러나는 실루엣이 만들어내는
구성을 살펴봤다.
사물과 사물 간 복잡한 상호관계가 귀찮아진 탓이다.
그림자로 비춰진 인상은
한 차례 여과 과정을 거친 것으로
원인과 결과, 동기와 행위 사이의 상관관계를
굳이 따지고 살펴보지 않아도 된다.
바로 그럴 때 무척이나 자유로워져서
완전히 결판이 나버린 인상 자체,
더 이상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바로 그런 상태에 도달하게 되고
다른 아무런 생각은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여기가 바로 일상에서 우울증-권태의 어느 경계에 서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