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것을 인식했을 때는, 아마도 내 기억에는 열살 때쯤이었던 것 같다.
오른쪽 눈에는 마치 조그만 점과 같은 실타래 하나가 시야를 따라다니는 것이 보였고,
왼쪽 눈에서는 길쭉한 아메바 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둘 다 시축을 방행하지 않는 정도여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눈에서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가상의 무엇인가가 내게만 보이는 것 같기에
찝찝한 느낌을 지우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렸을 적에는 단순히 맑은 하늘이나 흰 바탕의 무언가를 봤을 때
의식하지 못한 어떤 순간에 가끔씩 보이는 그냥 신기한 현상 정도로만 인식되었다.
그런데 이 현상은 그 누구보다도 빠르고, 심하게 진행되었다.
이제 서른 중반의 나이에, 나는 아마도 안과 학계에서 정식적으로 기록화만 시킨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비문증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
유쾌할 수 없는 기록이다.
이곳의 이야기는 내 비문증의 역사와 여러 좌절과 투쟁의 에피소드,
그리고 이로 인해 형성된 삶에 대한 관점을 담은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