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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 Oct 08. 202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기쓰기

1008-길동에서

어제의 술자리는 조금 아쉬웠다. 생각보다 안주 값이 비쌌고 사장님은 친근하다는 핑계로 반말과 욕을 섞어쓰는 스타일이었다. 우리의 대화는 또다시 비슷한 뱡향으로 흘러갔고 왠일인지 나는 그 방향을 틀려고 노력했다. H군이 처음부터 합류하지 않은 것이 술자리의 시작부터 내 기분을 망쳐놨지만, 그가 없었기에 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중후반부 그가 합류해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했다. 어쩐지 나를 자꾸 혼내는 그...다시 회사에 간다면 절대 술을 먹지 않기로 했지만, 술을 정말 잘 못하는 나는 늘 술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이 있다. 요즘에 들어서야 나는 술이 주는 기쁨을 평생 모를 사람이라는 걸 인정했지만 또 나를 너무 모르고 술을 마시고 싶어지는 때가 자주 있기도 했다. 나는 모르는 그 재미라는 것이 늘 궁금한 거겠지. 술자리도 내 삶이 풍부해야 재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즐거웠어.

지금은 4시 23분. 일주일 내동 아프던 사람을 일으켜 간단한 소풍을 다녀온 참이다. 집에 남아 있는 재료를 끌어모아 김밥을 싸고 썩기 직전의 샐러드와 집에서 가져온 과일을 챙겨 생태공원에 갔건만 내부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도착해서야 알았다. 12차선 바로 옆에서 도시락을 까먹고 여기까지 온 게 아쉬워 생태공원을 한 바퀴 걸었다. 마음같아서는 끝까지 가보고 싶었지만...동행인의 체력을 고려하여 적당히 걷고 돌아왔다. 그것만으로 좋았다. 역시 나는 산이 좋은가, 친구와 간이 산악회를 하나 차려야지 생각했다. 이 계절이 가기 전에. 뭐 겨울에 가도 좋고. 가로수에는 모과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생으로 먹지도 못하고 차를 만들려면 손이 많이 가는 모과. 참 인간 중심적인 생각이다 싶다가도 어찌 저렇게 잔뜩 달린 걸까, 다 떨어져 버리고 마는 걸까 생각했다. 집 앞의 감나무도 그렇다. 못해도 100개는 달린 듯 한데 한 그루도 아니고. 고양이들도 감을 먹을까?

하루에 질문 하나씩 해결하기로 마음 먹었다. 오늘 해결해야 할 질문과 며칠에 걸쳐 생각해볼 질문으로 나눠야겠다. 해결해야 하는 질문과 함께 도전하는 퀘스트도! 오늘은 고다르 영화 한 편 보기, 원본 없는 판타지 한 챕터 읽고 생각 정리하기가 할 일이고, 해결할 질문은 하루하루의 해결할 질문과 퀘스트에 대한 것과 취미 찾기다! 내일 일정에 대해서 친구에게 연락도 해보고...매일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난다는 건 내게 큰 기쁨이다. 오늘은 일에 대해 생각해도 힘들거나 초조하지 않았다. 다행이야...저녁에는 영화를 보며 만두전골이나 짬뽕을 먹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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