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트렌드를 이끄는 곳
여기저기 놀러다니길 좋아하지는 않지만, 과거 한참 회사를 다니던 와중에도 핫한 곳, 핫플,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곳이라고 하면 강남, 홍대 정도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서교동, 연남동, 가로수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년 전 회사를 다녔을 때 후배에게 '요즘 놀러 가면 어디로 가냐'는 질문에 익선동을 많이 간다고 들었고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성수동이라는 동네가 자주 들려왔다. 친구들 뿐만아니라, 내 사무실에 방문하는 클라이언트들도 가끔씩 말을 꺼냈던 것 같다. '다들 성수동으로 넘어간다' 라고. 뉴스 기사에서도 몇번 본 것 같다. 예전에 제조 공장이 많았던 그 곳에 IT부터 마케팅, 엔터, 패션, 문화 등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많은 기업들이 이 쪽으로 이사를 가고 있다는 것. 특히 패션과 문화를 주도하는 기업들, 첨단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넘어가면서 새로운 인프라가 형성 되었고 사람들도 몰릴 수 밖에 없게된 것이 아닐까.
어떤 장소든 그 이름을 들으면 어떠한 분위기가 떠오르게 된다.
강남은 언제나 바쁘고 시끄러울 것 같고(실제로 그런 것같다...), 서교동은 조용하고 고급스런 재즈가 흘러 나올 것 같고, 이태원은 소울이 넘쳐 흐를 것 같고.. 하는 그런것들 말이다.
이와 같이 언젠가부터 성수동이라고 하면 트렌드를 선도하는 곳, 멋진 어른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나에게 박혀버렸다. 실제로 느낌있는 브랜드들의 팝업스토어는 전부 여기서 열린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필름 카메라와 함께 팬시한 이곳으로 당장 뛰어들었다.
건물들, 간판들, 특히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들 모두 자신이 멋있는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갓 지어진 높은 건물들과 함께,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낡은 건물들도 꾸밈없이 자신들을 드러내었다. 부서지고 녹슬어 있는 그 흔적들이 말그대로 힙하게 다가왔다.
카페거리로 들어서자 그런 광경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야말로 여긴 핫플레이스였다.
트렌드와 유행의 차이는 조류와 파도에 비유할 수 있다.
유행은 정말 크고 강하게 솟아 올라 많은 사람들에게 압도적인 파급력을 행사하지만, 조류는 가까이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조용한 흐름이다. 파도는 한번 치고 꺼지면 바로 다음 파도가 일어나며 이전에 큰소리 치던 그 파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조류는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파도와 다르다. 너무나도 고요해 보이지만, 실상은 아주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때에 따라 바다를 갈라버릴 수도, 도시를 통째로 삼켜버릴 수도 있다. 분명 성수동은 유행이 아닌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
디올, 탬버린즈, 무신사...
강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브랜드들도 이 곳에서는 더욱 유니크하게 느껴졌다. 다른 어느 곳보다 더 특별해 보이려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신경을 쓴 게 느껴졌다. 다른 팝업 스토어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제품에 스토리를 불어넣고 그걸 기발한 방법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걸 기획하고 설계한 사람들, 제작하고 실행한 사람들, 사람들에게 직접 다가가 알리려는 사람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소비하는 사람들. 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한 장소에 모여 서울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만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면 지극히 기술적인 문제이지만 화각이 아쉬웠다. 이 멋지고 쿨한 질감의 거리를 담기에 50mm 단렌즈는 부족했다. 언제나 몸이 가벼운 것이 가장 좋다는 내 원칙에 따라 렌즈를 하나만 챙겨 가는데, 장소와 주제에 따라 더 다양한 렌즈를 챙겨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아쉬운 나머지 다음번에 한번 더 방문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래 영상에서 무드에 어울리는 음악과 함께 이 날 찍었던 모든 사진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부디 여유를 갖고 천천히, 끝까지 봐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