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고즈넉함 속에 숨겨진 색
서울에서 가장 테마가 분명하고 특색 있는 곳은 바로 고궁일 것 같다. 항상 광화문 근처에 가보면 한복을 입고 다니는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색을 담을 수 있는 고궁에 가서 사진을 찍기로 했고 처음에는 그중에서도 덕수궁만 찍어보기로 했다.
석조전과 돌담길, 그리고 분수대와 멋진 교대의식까지 고궁의 멋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날 덕수궁으로 필름 한롤을 다 채웠지만 뭔가 만족스럽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장소를 더 확대해서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까지 가보기로 했고 그다음 날 바로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경복궁에 들어서자마자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걸어 다니고 있었다. 특히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고즈넉하게 앉아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진을 몇 장 찍다가 이번에 찍은 사진들은 조선시대의 풍속화 느낌이 나도록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대표적인 풍속화가로 신윤복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누런 배경에 여백을 깔고 포인트가 될만한 인물의 옷을 강하게 표현하는 특징이 있었다. 배경은 몽글몽글 부드러웠지만 오브제의 끝선은 선명했다. 이러한 특징들을 대략적으로 흡수하고 최대한 '조선시대의 화풍'을 내가 찍은 필름 사진에 옮겨보기로 했다.
고즈넉한 호수와 기와집, 그리고 뒷배경의 건물들이 왠지 모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신윤복의 그림들처럼 몽글몽글한 배경에 원색들을 강하게 꺼내놓으니 풍속화의 느낌들이 어느 정도 살아난 것 같았다. 사진인데 그림 같은 것, 그림인지 사진인지 헷갈려하며 계속 보게 만드는 것. 이것이 나의 필름예술이 아닐까?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어떤 오브제를 어떤 배경에서, 그리고 빛의 방향에 따라 어떤 각도에서 찍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좋은 사진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걸 또다시 깨닫는다. 다음에는 야간개장 때 와서 다시 찍어보고 싶다.
Camera: Nikon F3/T
Film: Kodak Film Gold 200
아래 영상에서 무드에 어울리는 음악과 함께 이 날 찍었던 모든 사진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부디 여유를 갖고 천천히, 끝까지 봐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