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나의 편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나의 편의 말 한마디 만으로
그럴 때가 있다.
마음이 괜히 싱숭생숭해서 해야 할 일들이 안 잡힐 때가 있다. 난 그런 날이 오면, 나의 안식처, 나의 고향인 엄마께 연락한다.
"왜 무슨 일 있어?"라고 묻는 엄마 말에
"아니, 그냥 보고 싶어서"라고 대답하곤 엄마의 근황을 묻는다. 엄마의 시골 근황을 쭉 듣고 부모님과 인가 친척 얘기까지 듣다 보면, 집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집에 자주 못 내려가는 대신, 보고 싶을 때 전화로 서로의 안부와 애정을 전한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거쳐 독립 전까지 집에 가면 엄마와 도란도란 거실에서 새벽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곤 했었다.
중요하고 긴급한 얘기라서 아니라
엄마가 들려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정겹다.
엄마의 지나온 며칠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이런저런 사는 얘기들을 들으며 삶을 충전한다.
이야기를 해도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목소리를 조금 더 듣고 싶다.
독립 전 까진 이런 사소하지만 다정한 대화의 소중함을 당연시 여기고 귀찮게 여긴 나날들도 있었다.
서로를 위한 말들이 잔소리로 들리고
때론, 숨 막혀서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독립해서 가족과 조금 떨어져서 지내다 보니, 엄마와 복닥거리며 대화하는 게 그립다. 가족은 어느 정도 적당한 거리를 가질 때 애달프게 애정 하는 모습이 생겨나는 듯하다.
우린 사랑하는 사이다. 서로 힘들 때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사이다. 그럼에도 적당한 거리는 필요하다.
서로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살고 있을 때
그리울 틈이 생기고, 보고 싶은 틈이 생긴다. 서로 기댈 수 있는 등도 대주고 애정 어린 말 한마디로 힘을 준다.
혹 너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숨이 막히다는 건,
상대가 숨이 막힐 만큼 서로를 너무 꼭 끌어안고 있어서가 아닐까.
지금의 관계가 숨이 막힌다면 힘을 빼고 서로가 숨 쉴 만한 적당히 거리를 두라는 신호다. 꼭 끌어안고 있어야만 사랑하는 게 아니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틈을 두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애정 어린 말을 진정으로 건넬 수 있을 때 사랑이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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