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밖 백선생 Mar 09. 2022

정리 후 정돈

혼수이불

  결혼할 때 엄마가 해준 혼수 이불. 이번 이사할 때 2톤가량을 버렸으나 차마 못 버렸던 것들 중 하나가 혼수로 해온 이불과 가구들이었다. 세월에 닳아서 아무리 기우려 해도 도저히 기울 수 없이 낡아버린 탓에 오늘 이별을 했다.



  나나 남편이나 참 못 버리는 사람이다. 물건에 담긴 사연이 추억으로 고스란히 간직되어 물건마다 스토리텔링 소재이거늘. 닳고 닳은 혼수 이불을 비롯한 많은 물품들이 쓰이지도 않은 채 이야기감으로만 남겨진 것들을 이고 지고 사느라, 막상 주거 환경은 엉망이었다.
  이번 이사는 좁은 사택으로 들어가야 하여 버리지 않고서는 사람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버렸지만, 물건들과 이별하는 시간들이 참으로 착잡했다. 다정도 병이다. 쓸따리 없이 정이 많다.
  혼수 이불이 14년 만에 이렇게 정리가 된다. 이별을 의미하는 정리와 이별 후의 추스름을 뜻하는 정돈. 정돈을 위해서는 정리를 잘해야 한다. 어떻게든 주어진 현실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닳아버린 지난 인연들과 잘 이별해야 한다. 정리 후 정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돈정리"가 아닌 "정리정돈"인 것이다.
  그동안 고마웠어~
매거진의 이전글 낙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