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올해 많이 가물었다고들 난리던데, 이 와중에 비가 온다.
대지를 톡톡 두드린 후, 대지에 촉촉 스며든다.
온실의 화초였던 내 사랑하는 동백나무를 옥상에 내놓았더니 이 녀석이 타 죽어간다.
실내에서 적당한 빛 받으며, 넘치는 관심을 받고 살아가는 반려식물이었던 고로, 직사광선 작렬한 그곳에 주인도 내다봐주지 않은 사이 그리 타들어갔던 모양이다.
이 비가 그런 너를 살려내기를.
비가 온다.
한 가수는 비가 오면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사람이 생각난다고 한다.
나는 비가 오면 그 가수의 그 노래가 생각난다.
내 주변에는 언제나 말이 없던 사람이 딱 한 사람밖에 없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서 죄다 말쟁이들이다.
언제나 말이 없는 그 사람 외에는.
언제나 말이 없는 그 사람에게 눈이 홀까닥 뒤집어졌던 그때, 그 사람은 나에게 말쟁이들 틈에서 휴식 같았다.
언제나 말이 없는 그 사람을 비가 올 때마다 생각하기 싫어서 매일 곁에 두며 보고 사는데, 함께 살기에는 언제나 말이 없는 게 답답하고 깝깝하여 매일매일 도를 닦는다.
죽으면 내 뼈들이 죄다 사리일 듯.
그냥
비가 오면 생각하고 말 걸...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정도가 딱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