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려고 일한다지만 먹으면 살 수 없는 희한한 직업.연예인을 향한 첨예한 칼끝의 희생에 대명사라 할 만한 주디 갈란드.두 살 때부터 무대에 올라 오즈의 마법사로 아역배우로서는 일약 대스타가 되었지만.일을 할 때는 잠을 못 자게 하는 마약을, 밤에는 수면제를, 헐리우드 관계자에게 미성년자로서의 성접대를 당해야 했던 끔찍한 시절이기도 했다. 이 모든 걸 주디로 하여금 하게 한 이는 다름 아닌 그녀의 어머니.본인이 하겠다고 해도 머리채라도 끌어와서 못하게 해야는 게 어머니일진대 그녀의 어머니는 도대체 뭐에 눈이 멀어 자식을 보지를 못했던 걸까!
마흔일곱 세 아이의 엄마인 주디는 남편과 이혼하고 애를 키우려 하지만 있을 거처 없이 옮겨 다니며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키울만한 그 어떤 것도 없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결국 아이들을 전남편에게 맡기고 그 끔찍하다던 런던 공연을 하러 간다.
"자식은 몸 밖에 있는 심장 같은 거지요."
아이들과 떨어지지 않기 위한 집을 마련하느라 아이들과 잠시 떨어져서 런던 공연을 가는 선택을 한 주디는 역설적으로 그것이 아이들과 영원히 떨어지게 되는 선택이 돼버린다.
더 이상 옮겨 다니지 않아서 아빠랑 살고 싶다던 아이들의 진심이.'어딘가에 있을 무지개'는 더 이상 '어디에도 없는 무지개'로 바뀜이었으니. 모든 것을 걸었던 그녀의 살 유일한 희망이 허상으로 바뀜이었으리라.
위태하게 매달린 마지막 잎새와 같았던 그녀의 유일한 삶의 버팀목이었던 희망이 떨어짐과 동시에 그녀 역시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예 저예 떨어진 꽃잎과도 같이 그녀의 삶을 놔버렸으리라.
이러한 그녀를 연기한 배우가 르네 젤위거였다는 점에 놀랐다. 성형이라도 했나 싶을 만큼 브리지 존스의 다이어리, 제리 맥과이어에 출연한 통통하고 명랑하고 사랑스러웠던 르네 젤위거가 어디에 있다는 것인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비쩍 마르고 나이보다 더 늙어버리고 완전히 세파에 찌들어말라비튼, 죽기 몇 개월 전의 비참했던 주디가 다시 살아나타난 듯한 것밖에로는. 르네 젤위거가 이렇게 대단한 배우였다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그 누가 봐도 이 배우가 르네라는 사실은 알아차릴 수가 없을 것이다. 르네의 연기는 완벽이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안 된다. 대단한 배우이다.
사족.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헐리우드에 숱한 아동성애자들이 아역배우들을 상대로 한 성폭행이 비일비재했던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 주디에서는 그런 모습이 잘 안 그려졌지만, 이 배우는 미성년 시절 헐리우드에서 성을 유린당한 대표적인 아역배우로도 알려져 있다. 미성년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만큼은 그 어떤 이유에서든 강력하게 가중처벌을 해야 함이 그녀의 삶을 안타까워하는 대중들의 힘을 필두로 공론화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