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혜택

2018.03.27. 일기 중에서

by 집밖 백선생


큰 아이 수영복을 사러 수영복 매장에 갔다.

아무래도 한참 정신없게 하는 36개월, 18개월 연년생 동생 때문에 나와 남편이 번갈아가며 애를 먹느라 도운이 수영복 고르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매장 직원 아주머니가 우스갯소리를 한다.

"애국자이시네요. 요즘엔 셋째면 혜택 많다면서요?"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죠. 이렇게 저렇게 다 피해 가서 실제로 받는 혜택은 많지 않아요. 그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요."

실제로 그렇다. 난 다자녀라고 혜택 받은 것은 어린이집 입소 우선순위 정도였다. 그것도 내가 맞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혜택을 받았다고는 할 수 없다. 맞벌이 가정 자녀도 동등하게 입소 우선순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다자녀 가정의 지원도 나 같은 사람은 참으로 억울하다. 32평 아파트가 있고, 차도 승합차이니 일단은 어떤 혜택이든 제껴지는 가정이다. 집을 어쩔 수 없이 대출 껴서 산 것도, 목사인 남편이나 시간강사인 내겐 그 큰 전세자금도 없고, 전세자금 대출도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강매'한 것뿐이다. 월세는 우리의 소득 수준에서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더욱 안 되고. 문제는 70프로가 다 대출을 낀 이 집도 재산으로 잡혀서 다자녀가정으로서 받는 혜택은 다 피해 간다는 것.

사실 다자녀 가정에게 물어봐라. 정부 혜택 받으려고 애 많이 낳았는지! 생명의 귀함을 알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낳은 거지. 이들은 만일 반대의 상황, 즉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산아제한 정책을 쓰는 시절이라고 해도 애들은 많이 낳을 사람들이다.

"기왕 주는 거 뭐 그렇게 따지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애 많은 집을 부러워할 정도로 국가가 팍팍 지원하면 애 많이 낳지 않을까요?"

그 아줌마 정색을 한다.

"그럼 우리가 낼 세금이 많아지잖아요. 저는 우리 딸과 며느리 애 하나만 낳고 너희 인생을 즐기라고 했어요."

'헐! 다자녀 가정을 무슨 세금 해충처럼 보는 듯한! 그러나 우리 정말! 다자녀 가정으로서 세금 혜택 받은 것 없다니까요! 아, 맞다! 전기세 14000원 한도에서 10퍼센트 할인받는데 평균 내보니 1년에 한 삼만 원가량 되대요. 수도세도 약 그 정도 되구요. 이런 걸로 다자녀 지원해줬다고 생색낸다면 저 같으면 더럽고 치사해서 안 받으렵니다.'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왔지만, 아줌마가 그래도 엄마 연배 정도 되는 듯해서, 그래도 어른 공경은 머릿속에 있는지라...

"우리나라 출산율이 이대로 가다가는 100년 안으로 우리나라 없어진다잖아요."

했더니, 그 아줌마 말이 걸작!

"100년 후 나 죽은 다음에 우리나라가 어찌 되는 내 알 바 아니고. 나 살 때는 한 번 사는 인생 즐기면서 살아야지요."


난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은 사람과 말을 섞는 것 자체가 소모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이나 SNS 상으로도 도저히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은 댓글 단 이들과는 상종 않는 것이 내 체력과 시간을 아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면한 사람과 대화는 오죽하리오! 또 내 삐딱한 성깔에 독 같은 말 내뿜을까 봐서 그냥 수영복만 사고 나왔다.

'나 죽은 다음엔 내 알 바 아니다.'라는 말을 요즘 어른들에게서 정말 많이 듣는다. 이런 이들에게 출산 장려 정책은 마치 자기들 호주머니 털어가는 정책처럼 취급되겠지. 과거 나랏님들의 부정부패로 부당하게 그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돈에 대해서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당장 자신의 아들, 딸, 손자, 손녀가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는 데에는 '나 죽은 다음 뭔 소용?!'이라는 사람들. 이들이 어른!

갈수록 이 땅엔 어른다운 어른이 없어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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