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안동 병산서원은 정말 특별한 곳이다. 일단 대한민국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1997년 2월 처음 병산서원에 가서 내가 공부하는 쪽의 길을 갈지도 모르겠다는 어렴풋한 뜻을 세웠다. 2013년 2월 병산서원에 다녀와서 박사논문을 마무리했다. 2018년 2월 오늘. 병산서원을 알게 된 지 21년째. 병산서원을 처음 봤던 나이만큼의 시간이 흘러서 다시 찾은 오늘.
봄기운을 가득 머금은 병산서원의 앞 뜰.21년 전 이곳에서 느낀 2월의 봄기운처럼 어렴풋하게 품었던 학문의 뜻이 지금 여기까지 이어져왔고. 곁에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나를 응원해줬던 애련이 언니, 그리고 내가 낳은 삼 남매 중 가장 학문적일 듯할 둘째 녀석과 함께 했던 병산서원에서.
가슴에서 솟구치는 것.학문 선택한 것 정말 잘했다.이제부터는 정말 제대로 해보자.이것은 지금까지 해온 것에 제대로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난 이것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제대로"를 말함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노인들을 찾아 이야기를 들은 것을 논문으로 발표하는 준비를 하며 내가 이것을 하기 위해 태어나 지금껏 준비해온 사람임을 깨달았다. 이 각오를 다지는데 가장 먼저 생각난 곳이 병산서원이었다.그리하여 내겐 병산서원이 특별한 것이다.21년 전의 어렴풋한 봄기운처럼 다가왔던 학문의 길이 21년 후 오늘.
내가 앞으로 남은 삶 동안 어떤 분야에서 학자로 불려 인정받고 싶은지를 병산서원의 뜰에 싹을 틔우고 왔다.
언니랑 매년 2월 이곳에 오자고 했다.앞으로 21년간 매 2월마다 이곳에 와서 얼마만큼 자랐는지 보러 올 수 있을까?
오늘 함께 온 둘째 녀석이 그때쯤 이곳에서 저도 가치 있는 학문에 씨를 뿌리게 할 수 있을까?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큰다고. 내 등이 그런 모범이 되는 등이 될 수 있도록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