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밖 백선생, 집안 백엄마

2018.02.10.

by 집밖 백선생

오늘 갑자기 허리가 삐끗! 이유도 모른 채로 허리가 삐끗해서 걷기조차 고통스러운데 애들은 계속 들었다 놨다 해야 하는 상황 연속. 내가 집에서 늘 하던 일이 이렇게 허리를 많이 쓰는 일이었구나. 막내는 쉴 새 없이 기저귀 갈아줘야 하고, 둘째는 쉴 새 없이 변기에 앉히고 내려야 하고, 두 애들 먹이느라 계속 애들 식탁 의자에 올렸다 놨다, 씻기느라 올렸다 놨다, 수시로 안아달라니 안았다 놨다, 눈만 돌리면 어디 꼬꾸라지거나 다치니 안았다 놨다... 내가 이러고 매일을 살았으니 허리가 남아날 리가 없지. 그러다 허리가 나간 모양.

그런데 그 나간 허리로, 걸을 때마다 비명이 나오는데, 오늘 종일 애들을 들었다 놨다를 했다. 그냥 고통에 익숙해지며 마비가 됐는지, 눈물이 나와서 애들한테 화도 내고 소리도 질렀지만 그 허리로 계속 애들을 들었다 놨다...

오늘따라 남편은 왜 이렇게 안 오는지! 퇴근 시간을 훌쩍 지나서 온 남편. 허리 아프댔는데 그냥 늘 아프다는 소리겠지 하는 듯하며 애들한테 웃어주는데 울컥! 당신도 똑같이 다친 허리로 애들 똑같이 종일 보면 이 고통을 알까? 악담을 쏟아내며 컴퓨터와 찜질기를 챙겨서 근처 커피숍으로.

제길! 남편에게 애들 바통 터치하고 아픈 허리에 찜질기 차고 다시 컴퓨터를 열고 논문 쓰는데 눈물이 그렁그렁. 애 키우며 돈 벌며 논문 쓴다는 건 아는 사람만 안다. 무얼 참고, 무얼 걷어내고, 무얼 포기하는지. 몸 아픈 것, 맘 아픈 것, 자존심 신경 안 쓴 지 오래. 하지만, 그걸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 몰라주면 이보다 더한 게 올라와서 서럽다.

내게 아직도 걷어낼 게 남아있나? 애 엄마이고 보따리 장사고, 또 누군가 말한 것처럼 '자칭 학자'인 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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