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체험담 연구

2017.04.18.

by 집밖 백선생

날씨도 내 맘을 아는 건지 비가 주룩주룩 옵니다.

내가 어쩌다 전쟁 체험담에 꽂혀서 이런 맘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전쟁 체험담 어렵지 않아? 연구는 재미있고 행복하게 해야 되잖아. 그런데 전쟁 체험담은 그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 다 듣고 있으려면 맘이 괜찮겠냐고."

하시는 충고를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괴로울 때가 많습니다. 인터뷰할 때는 물론 녹음된 파일을 전사할 때도 몇 번씩 기분을 달래야 할 때가 많습니다. 오늘 제가 채록한 파일은 아니고 선행연구 검토하는 중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읽는 중에 또 눈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전쟁 중에 갓난아기가 우니까 그 아버지가 피난한 곳을 들킬까 봐 그 아기를 강물 속으로 던져버리라는 것을 엄마가 겨우 업어 살렸다는 이야기인데요.

아기나 아버지나 어머니나 다들 입장이 이해가 가니까 더 눈물이 납니다.

우리 어른들이 그런 혹독한 세월을 겪으셨던 분이십니다. 배움의 기회마저 박탈당해서 꼴통보수라 조롱받을 짓좀 하더라도 우리 이해해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들의 그런 모습조차 우리 역사의 모순이니까요. 그들의 생존으로 우리가 존재하고, 그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누리잖아요.

경로당 가보십시오. 열이면 열이 다 배우지 못한 게 한이라고 하십니다. 배우셨으면 절대 그런 꼴보노릇 안 하실 분들입니다.

그들이 험한 세월 겪으며 살아내셨던 내공을 존중하고, 감사해하는 그런 우리 세대가 돼보는 게 어떨는지...

아무리 힘들어도 이상하게 저는 이 주제가 계속 끌립니다. 파면 팔수록 감동도 있고, 분노도 있고, 절규도 있고, 고통도 있고, 기쁨도 있습니다. 아직 정체는 잘 모르겠지만 이 담화가 갖는 무한 매력이 저를 엄청 끌어들입니다.

그래서 다시 눈물 닦고 계속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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