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이지 못한 걸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따라서 불륜 소재 서사물은 별로 취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불륜 속 주인공들에게 설득을 당할 때가 있다.<메디슨 카운트의 다리>가 그랬고한 20년 전 황신혜, 유동근 주연 드라마 <애인>이 그랬다.그리고 이 영화의 남과 여에게 다시 한번 설득을 당했다.스토리는 진부했으나몽환적인 핀란드의 배경이 마치 꿈을 꾸는 듯했고전도연과 공유의 연기력이 이 설득력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아파서 싫어서 딴 데 본 게 아니라좋아서 좋아하는 것을 바라본 거야.그게 바로 바람인 거야.그런데 그 좋은 게 진심이었던 거야.잠시 불다가 멈추는 공기의 흐름, 환기?이런 게 아니고계속 좋아서 떠나지 않았던 거지.여기저기 잠시 머물다 스치는 게 아니라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절대 비키지 않는 그런 사람이라면그건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이 영화의 주인공 남과 여는 이렇게 나를 설득시켰다. 공감이 되었다. 이성이 나도 모르는 어느 순간 갑자기 훅 맘 속에 들어오는 것. 당황스러워도 어쩔 수 없는 것. 잘 아니까. 맘이 이기지 못하는 게 얼마나 많은데... 허락되지 않은 사랑이라 다가갈 수 없대도 내면에서 자라나는 것을 어쩔 건데. 내 맘을 뚫고 나와 나를 뭉개버린 마음은 신념도 거스르고 맘 속에 그이를 향해 뚜벅뚜벅. 소중한 이에게로 가는 걸음을 어쩔 건데...
엔딩 신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특히 배경음으로 깔린 ost의 바이올린의 고음 협주가 남과 여의 눈물을 퍼올리는 펌프마냥핀란드 숲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공유의 검은 차가 내뿜는 절규마냥오열을 멈추고 택시 밖에서 남은 감정을 정리하며 뱉는 담배연기마냥... 그렇게 아련하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