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걸 정말 싫어하여 패딩으로 둘렀는데, 강의실에 가야 해서 구두를 신었더니 발만 시려웠다. 어린 시절 없는 살림이라도 부모님은 애 발 잘 언다고 꼭 부츠 신겨보냈지만 내 발은 부츠도 아랑곳없이 잘 얼었다. 늘 동상이 걸려 간질간질했던 탓에 잠을 못 이루기 십상이었다. 꼭 그때처럼 발이 얼었다.
손발이 많이 차갑던 오늘의 하늘은 청명했다. 시원했다. 차갑지만 하늘은 깨끗하게 청소된 듯 반질반질했다. 이제야 긴긴 꿈에서 깨어난 듯, 오랜 여행으로 지친 여독이 완전히 풀린 듯.
난 겨울에 손이 잘 트고 발이 잘 어는 어린이였다. 7살에 학교에 들어간 나는 공부는 잘 따라갔지만 운동은 늘 뒤처졌다. 노는 애들 틈에서 늘 밀리고 뒤쳐져서 밖에 나가 노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방 한구석에 틀어박혀 tv 보다, 책 보다가, 자다가 뒹굴다가. 아빠는 그런 내게 "선비 처녀"라고 부르셨다.
겨울엔 특히 이불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틀어박혀 있는 게 내 특기였다. 지금도 틀어박히면 몇 주, 몇 달을 안 나갈 자신 있다.
이번 학기 종강을 하고 잠시 방학 때 할 일의 리스트를 만들어보니 이번 방학은 틀어박혀야 할 시기인 듯하다. 밀린 일들이 이리 많을 줄이야! 그간 무언가에 홀려서 일들을 이렇게까지 미뤄뒀는지!
손발이 잘 얼던 도시 소녀는 추운 바람만 불면 후두신경통에 시달리는 도시 어른이로 성장하였다. 여전히 틀어박히는 걸 좋아하는 습성 그대로, 때론 이게 무기가 돼서 일의 동력이 되는 줄도 잘 알겠던 학기였다. 이번 방학 때는 이 동력을 의지하고 믿을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