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째 틀어박혀서 현재 가정주부로서의 일을 하고 있다. 집 정리는 잘 못한다. 빨래는 안 한다. 난 오로지 요리와 설거지만 한다.
난 밥도 할 줄 모른 채 32년간 부모님 밑에서 해주는 밥만 먹다가 시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다. 시어머니로부터 요리를 배웠고 분가했을 때는 네이버가 요리 선생이었다.
요리를 외워서는 못해도 네이버를 보며 하다가 말다가... 대부분 세 팩에 만원 하는 반찬이나, 일하는 사모님 요리 언제 하겠냐며 성도님들이 만들어 주시는 사랑의 반찬을 밑반찬으로 먹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외워서 국, 찌개, 밑반찬을 만들고 있다. 심지어는 맛있기까지 하다. 특히 애들 키우는 집이다 보니 애들 간식류인 파스타, 피자, 그라탱 등은 내다 팔아도 될 정도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맛있다.
요리를 잘하게 된 데에는 집밥 백 선생인 백종원의 영향이 크다. 네이버 요리에서는 늘 계량을 하는 방식이어서 이거 외우는 게 정말 힘들었다. 도대체 이 양념이 왜 들어가는지도 이해가 안 되는 걸 외우는 건 공부 못하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백종원의 계량 원리는 이랬다. 여기 있는 재료들을 다 찍어먹을 수 있을 만큼의 양념. 바로 그거였다. 거기서 요리의 원리를 깨우친 것이다.
"단짠+새콤달콤+고소"가 기본적인 맛의 원리이니, 이것을 낼 수 있는 양념을 만들되 재료를 다 찍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만들면 되는 것이다. 이게 요리의 원리였는데, 어떤 재료를 몇 숟갈, 몇 컵이라 하는 걸 먼저 봤으니 요리가 넘사벽일 수밖에.
그래서 지금은 요리를 아주 잘하는 편이다. 물론 아주 버려 망쳐버릴 때도 없진 않다. 요리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떠밀려 요리를 하게 될 때 내 주특기인 김치찌개를 망친 적이 있어서, 아예 요리 허당으로 각인된 경우가 있었다. 굳이 부정하고 싶진 않다. 밖에 나가서까지 요리를 하고 싶진 않은 고로. 집에서도 애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내가 열심히 한 요리를 누군가가 맛있게 먹어주는 걸 절대 행복으로 생각하진 않으니까.
단, 내가 열심히 한 요리를 안 먹는다면, 차리리 먹었던 것이 나을 수 있을 정도의 강도 높은 복수를 한다. 학생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직업병이 목 질환과 다리 질환이다. 따라서 주방일은 지친 다리를 또 혹사시키는 노동이다. 이걸 감내하고 만든 요리는 마땅히 입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갈 곳에 못 들어간 요리가 엉뚱한 곳에 버려지면 내 입에서 나오는 희한한 것들로 귀 고문을 당하는 수가 있다. "차라리 먹을 걸", 나아가서는 "제발 먹게 해 주세요" 애원하며 쓰레기통을 뒤지는 퍼포먼스를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 가족은 내가 해주는 요리가 최고로 맛있다고 한다. "엄마 요리가 나라 샤대~, 아내의 신 내린 손이 나라 샤대~"로 시작하는 용비어천가급 감탄사가 온 집안을 울리는 화기애매한 저녁 식사와 아울러 가족의 평화가 온 세상에 가득 찬다. 내 요리 비법은 사실 가족들의 이 용비어천가라 할 수 있자.
난 요리를 잘한다. 오늘 저녁 메뉴는 콩비지장이라는 한식 요리와 고구마 베이컨 피자라는 양식 요리를 함께 선보였다. 남편과 아재 입맛의 결정판인 큰아들을 위한 콩비지장과 유아 입맛을 못 벗은 연년생을 위한 피자. 오늘도 가족들의 요리 찬양을 들으며 지극히 높은 곳에 계시는 분께 영광을 돌리며 이 땅 위에 가득 찬 기쁨의 평화를 누렸다. 가정주부, 행복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