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새와 같이 아프게 뚜벅뚜벅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2019.8.17. 본인인스타게시글중
감독: 홍상수
출연: 김민희
두 번째 보는 영화.
내 행복이 아무리 소중해도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 쟁취하고 싶진 않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난 내가 아무리 사랑해도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랑이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다. 나 혼자 내면이 너덜너덜해지고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아프다고 해도, 다른 이를 때려가며 이루는 사랑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내 기준에서 불륜이 용납될 수 없는 이유는 딱 이거 하나다. 따라서 홍상수와 김민희의 불륜을 미화하거나 편들 생각은 전혀 없다는 전제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어디까지나 영화를 보고 느껴지는 것만을 기록한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 작년에 이 영화를 보고서 홍상수, 김민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중학교 때 읽었던 소설 <가시나무새>가 생각이 났다.
슬픈 운명이다. 피울음 우는 저들의 진심도, 그 진심에 또 피울음 우는 저들의 가족도. 그들의 이야기인 건 보는 사람이 다 알겠지만. 그래서 우웩이라는 사람도 있고. 우웩인 건 알겠지만 그래도 솔직한 자유를 누리고 싶은 것도 알겠고. 그 자유에 본인들을 포함한 가족들이 너무 아픈 것도 알겠고.
서로 얼마나 사랑할지 알 것 같다. 영화에 다 보인다. 얼마나 아플지도 보인다. 저런 김민희라면 내가 홍상수라도 미칠 듯하고, 저런 홍상수라면 내가 김민희라도 빠져들 듯하다. 저들은 어찌 보면 애초부터 하나의 뮤즈였다가 갈라진 반쪽일 수도 있다. 영화로 본다면 그냥 둘이 천생연분이다.
다른 건 잘 모르겠다. 다들 다양한 생각을 존중한다. 그러나 솔직하지 않은 것은 다 가짜다라는 저들의 대전제는 지극히 자의적으로 보인다. 내가 솔직하고, 그로 인해 시원하고, 자유를 누리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그로 인해 그와 상관없는 누군가를 본의 아니게 아프게 한다면... 그건 솔직하지 않은 가짜보다 못한 범죄자가 아닐까?
나라면, 차라리 솔직하지 않은 찌질한 비겁자로 욕먹는 것이 다른 이까지 맘 아프게 하는 죄를 저지르는 것보다 맘이 편할 것 같다. 아무리 사랑해도.
연인으로서 누리는 사랑의 달콤함이 곧 아픔으로 함께 느껴야만 하는 가시나무새와 같은 사랑이여. 덕분에 나는 영화로 즐기나 그대들의 그 아픈 사랑을 이리 봐 넘겨도 좋을지 불편하구나. 그래도 자꾸 그대들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건 그대들의 아픔의 깊이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외딴 호수를 노 저어가며 들여다보는 듯도 하고. 그런데 난 그대들의 이야기가 참 좋고 곱씹어 생각하게 되네. 그런데 이 이야기로 인해 또 아플 이들이 자꾸 떠올라서. 어떤 이들의 아픔을 이리 무심히 봐 넘겨도 될런지 하는. 그런 오지랖이 자꾸 생기게 하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