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이브 파티 with 가족+이웃

성탄절, 겨울방학 그리고 밤참

by 집밖 백선생


성탄 이브엔 사랑하는 가족과 정다운 이웃과 파티를! 실컷 먹고 놀고 즐기며. 주님 뵈올 그날까지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성탄의 찬 공기에서 종소리가 들리는 듯, 어느 이름 모를 골짜기 속을 타고 흐르는 마냥. 늘 그렇게 신비롭고 애틋한 낯선 나라 어딘가에 있을 법한 내 유년의 성탄 기억의 조각을 소환하여. 우리 아이들에게도 기쁜 성탄절을 선물했다.

너희에겐 어떤 기억의 조각으로 간직될까? 그 조각 속의 내가 이뻤으면 좋겠구나! 주께 위탁받은 주의 자녀들 도운이, 세운이, 채운이, 주성이. 또한 주의 자녀인 이 집사님, 황 목사님, 그리고 나.

함께 한 오늘의 기쁨만큼 내 인생의 좋은 추억 하나 더 늘어 행복했던 예수님의 2021번째 생신을 기념하며.



성탄절 이브에 교회에서 공연한다고 맞지도 않은 한복을 입고, 어른들 쓰는 립스틱 바르고, 머리를 질끈 올리고 교회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거나 율동을 하면 어른들이 까르르 웃곤 했던 몇십 년 전의 그 풍경. 그러고 보니 딱 오늘이다.

어제 나는 내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성탄 이브를 선물하기 위해, 이웃을 초대하여 멋진 파티를 준비했다. 내가 그만할 때의 나를 추억하는 그 기억의 장소가 평생 이렇게 행복하듯이, 아이들이 훗날 힘을 얻고 행복감에 젖을 추억의 장소는 오늘의 기억이 되게 하기 위해서...



요즘 세월에는 '야식'이라고도 부르는 밤에 먹는 식사를 예전 우리 할머니는 '밤참'이라고 하셨다. 엄마 쪽이 왜소한 체격이라 우리들이 죄다 아담 사이즈였던 데 반해, 우리 할머니는 옛날 사람치고는 키도 크고, 덩치도 크셨다. 전쟁둥이 젖배를 곯아 못 크셨다는 우리 아버지만 빼놓고,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버지, 고모들 모두가 다 거구셨다.

시골 가면 할머니는 늘 아랫목에 누워계시다가, 때가 되면 '증지'라 부르시던 부엌에 가서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어서 드시곤 했다. 할머니 계신 곳이 동네 사랑방이다 보니 이 할머니, 저 할머니들이 낮동안에는 우리 할머니방에 모여 노시다가, 밤이 되면 연속극 보시면서 악역을 하는 인물들을 격하게 욕하시다가 집으로 가시곤 하셨다. 그러면 손녀들과 함께 쓰던 할머니방에서 밤이 깊으면 꼭 증지에 나가셔서 밥과 여러 가지를 꺼내오시곤 했다.

그중 특히 맛있었던 것이, 이렇게 추운 날 부뚜막에 남은 찬밥과 찬 김치였다. 시골의 자연적인 찬 공기에 식은 찬밥과 김치의 맛은 이 세상 어떤 밥솥이나 김치 냉장고가 감히 내지 못할 맛이었다. 시골의 공기가 아무래도 천연 msg를 발라놓은 듯, 어쩌면 그런 맛이 날지 싶은 그 특별한 맛! 저녁때 남은 이런저런 재료들을 죄다 때려 넣고 만든 '밥 식이'라는 요리도 할머니만의 특유의 요리였다.

어린 나에게 먹이기 쉽도록 쭉쭉 세로로 찢어서 한 숟가락 뜬 밥 위에 김치 조각 하나 올려주시면, 그걸 넙죽넙죽 받아먹을 때의 그 맛이 아직도 그립다. 매운 거 못 먹는다고 물에다 씻어서 주셨던 그 밥과 김치. 세월이 지나 성인이 되어 갔을 때도 그 찬 밥과 김치는 늘 그리웠다. 성인이 됐을 때 애련이 언니네 가족과 대미산을 등반할 때 다른 거 하나 없이 밥에 김치만 넣어 도시락으로 들고 가서 정상에서 먹었을 때, 할머니의 맛을 소환하여 내 인생 최고의 도시락이었다.


할머니는 늘 밤참을 드시고 배가 든든해야 편안히 주무시곤 하셨다. 꼭 이 맘 때였다. 방학이 시작되는 시기가 크리스마스가 있는 그 주. 방학식이 끝나고 시골 가면 이런 날씨에 이런 공기였다. 화장실도 가려면 다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야 했어서, 날 어둡기 전에 화장실 다녀오는 것은 필수였다. 왜 그렇게 밤만 되면 화장실이 가고 싶던지, 늘 무서워서 자는 언니들 깨우면서 핀잔 들을라 치면, 할머니께서 나오셔서 함께 있어주곤 했던 화장실.

그런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가 고약할 법도 하지만, 시골 밤의 특유의 찬 공기와 겨울을 머금은 시골 냄새와 섞여 독특한 향취와 정취를 풍겼다. 지금도 가끔씩 꿈에 나오는 그 화장실. 꿈에 그 화장실을 보면 푼돈이라도 꼭 꽁돈이 생길 정도로 참으로 불편했던 화장실이었다. 큰집이 집을 허물고 새로 짓기 전까지 있었던 그 화장실. 화장실 때문에 시골 가기가 겁났던 그곳이 가끔씩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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