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딸이 7세 아들을 부른다.
"오빠."
7세 아들이 6세 딸에게 대답한다.
"토끼야."
남편에게 말했더니 박장대소. 남편과 내가 서로 장난할 때 부르는 호칭을 어느 순간 애들이 따라 하는 것이다.
남편과 나는 친구였다. 내가 학교를 7세에 들어갔기 때문에 난 친구들보다 한 살이 어리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남편이 나보다 한 살이 많은 셈이다. 난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보다 한 살이 어린 게 가장 싫었다. 동네에서 같이 놀던 친구들에게 나는, 내가 일찍 학교에 들어가면서 요상한 언니 혹은 누나가 되자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동급 친구들은 내가 한 살 어리다고 놀려댔다. 7세에 학교 들어간 것이 일종의 콤플렉스여서 친구들이나 1년 후배들에게 이걸 들키지 않으려고 무단히 노력을 했다.
남편과 친구였기 때문에 서로 이름을 부르다가 결혼 후 어른들과 함께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보, 당신"으로 호칭되었다. 그러나 동급생이라도 한 살이 많은 사촌은 친척이기 때문에 '오빠'인데, 남편은 애초부터 친구였기 때문에 남편을 두고는 절대 그 호칭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장녀였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오빠라는 호칭을 쓸 일이 없었다. 여중에 여고를 나왔던 데다가, 대학에서는 오빠라는 호칭을 쓰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대체로 "선배"였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이 오빠인 경우는 없었기에, 난 이 호칭을 쓸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올여름 어떤 각성이었는지, 남편에게 한 번 오빠라고 불러봤다. 남편이 자신이 뭘 잘못했냐며 긴장을 하는 데, 이게 어찌나 재밌던지 계속 놀리듯 오빠라고 부르곤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오빠라고 부르면 내게 "토끼"라고 한다. 내가 어디로 토낄지 몰라서 토끼라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장난치듯 오빠와 토끼로 쿵짝을 맞추고 있던 차.
내가 농담 삼아 "오빠." 하면 "응, 토끼야."라고 장난치는 남편과 나의 거울이 바로 이 연년생들의 호칭에 묻어 나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 나오는 중년 작가인 정혜영은 술버릇이 "토끼?!"라 외치면서 온 거리를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것이다. 그 장면이 너무 재밌어서, 나도 남편이 "토끼"라고 부르면 온 집안을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연년생들은 그것까지 따라 한다.
우리 부부의 장난을 비추는 연년생의 모습이 퍽 귀엽다. 자녀는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거울을 들여다보니 우리 부부도 나름 이쁘게 살고 있는가 보다. 올 한 해 우리 부부는 오빠와 토끼로, 우리 가족은 이렇게 서로를 비추면서 알콩달콩. 스쳐가는 인연들, 머물다가 흘러가다를 반복하지만. 그래도 가족이라는 버팀목은 늘 그렇게 날 지켜준다. 이게 참 고맙다. 멋진 크리스마스 파티로 고마움을 표현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