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직접 해서 먹을 때의 좋은 점은 그 요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재료를 맘껏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떡볶이는 파를 먹기 위해서, 어묵탕은 무를 먹기 위해서 요리한다. 이런 부재료는 일반 분식집에서는 먹지를 못한다.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야지만 실컷 즐길 수 있는 맛이다.
생선조림에서도 가장 먹고 싶은 건 무다. 불고기에서는 저 팽이버섯이 가장 맛있다. 이건 일반 음식점에서 먹을 때 함께 즐길 수 있는 부재료이긴 해도 내가 직접 요리했을 때 들어가는 양이나 질과는 비교가 안 된다. 난 요리의 주연급 대우를 해주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 요리에 꼭 필요한 파랑 무랑 버섯처럼. 늘 난 주연보다는 주변 인물에게 더욱 애정이 갔다. 음식도 그렇지만 문예물 속 인물도 그렇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서도 내가 열광한 캐릭터는 최유진이 아닌 구동매였다. 드라마나 영화, 소설은 말할 것도 없고, 현실 속 사람들에게도 그런 것 같다. 보스보다는 참모 쪽에 더 눈길이 간다. 끌고 가는 제왕적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보다는 묻어가며 주변을 살피고 어우러지게 만드는 서번트 리더십을 가진 이를 더 신뢰한다.
소싯적 한참 연애를 할 때도 난 편안하고 부드럽고 매너 있는 남자와 잘 맞았다. 제일 싫은 남자들이 마초맨, 터프가이, 꼰대 같은 남자였다. 연애와는 멀어진 지금에는 사회적 관계에서 보는 남자들도 이런 류의 남자들과는 가급적 부딪치고 싶진 않다. 물론 여자들과의 관계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편안하게 있는 듯 없는 듯해도, 자신의 존재감은 확실히 드러내는 그런 사람들에게 눈이 가고 그런 이들과 잘 지냈던 것 같다. 남편도 그런 사람이고,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그러나 여태 떡볶이에서 파를, 어묵탕이나 생선조림에서 무를, 불고기에서 버섯을 맛있게 쪽쪽 골라먹어 놓고서는 파나 무가 버섯이 이 요리에서 한 게 뭐냐고 하면 곤란하다. 지금껏 네가 먹은 건 뭐냐고 되묻게 만드는 사람. 이런 사람과는 결별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