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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육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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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민경 Jul 09. 2020

서로가 최고다

아기 고양이와 부족한 집사 

   

안 듣는 척 하지만 모든 관심은 저에게 와 있습니다. 

  아기 고양이가 아침에 우유를 한 통을 먹더니, 토를 했어요. 저렴한 분유를 주다가, 잘 안 먹길래 잘 먹던 비싼 분유로 바꿔주니 너무 맛있었나봐요. 또 언니가 먹던 참치도 먹었는데 그것도 안 좋았던 것 같아요. 아침에 우유 먹고 3시간 마다 먹던 우유를 마다 하길래,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갔어요. 의사 선생님께 상황을 말씀 드리니, 캔 먹은거 살려고 먹은거라고, 고양이는 원래 잘 토한다고 하셨어요. 아직 소화기관이 자라지 않았는데 먹어서 토할 수도 있다 하셨어요. 그렇게 자라는 거니까 걱정 말라고 하시고 소화제를 처방해 주셨어요. 솔직히 내가 우유 양도 조절 못 했고, 참치도 말리지 못해서 죄책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고 엄청 마음이 위로 받았어요. 내가 부족하지만, 우리 주인님들을 위해서는 진짜 최선을 다하고 있었거든요. 왠지 의사 선생님이 그래도 괜찮아. 너 열심히 하고 있어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았어요. 

배위에 있는 뚱띠의 무게는 6키로 입니다. 



 아기고양이는 다른사람이 있을 때도 저를 따라다녀요. 맨날 너무 따라다녀서 귀찮아 작업을 할 땐 작업실 문을 꽁꽁 닫아 놓는데, 문앞에서 애오애오 웁니다. 큰 고양이도 같이 애오애오 웁니다. 제가 오늘같이 실수도 많이 하고, 구박도 많이 하는데 죽어라 저를 따라 다닙니다. 


  종종 애완동물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 간섭과 조언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고양이에게 빵을 주면 어떻게 하냐, 생선회를 띄어 주면 어떻게 하냐 등 어쩔 땐 고양이가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내 고양이가 조언해 주는 그 사람하고 살고 싶어 할까요? 그래도 나랑 살고 싶어 할까요? 그렇다고 제가 이상하게 키우는 건 아닙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지만, 부족하고, 완벽하지는 못합니다. 


  우리 고양이들에게 나는 엄마가 된 것 같습니다. 나는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이든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가 없습니다. 종종 엄마가 나보다 꽃을 사랑하는 거 같아 속상할 때가 있는데 완벽하게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가 있더라도 나는 우리엄마랑 바꾸지 않습니다. 우리 고양이들에게 나는 그러한 엄마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완벽하게 사랑해 주는 우리 고양이들. 

  내 고양이들은 내게 완벽한 고양이들 이고 , 나도 완벽한 주인이 될 거에요. !! 

발바닥도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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