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육묘일기

똥만 잘 싸도 고마워

똥 이야기

by 배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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쭙쭙이는 우유를 먹는 중, 똥을 참 안 쌌습니다. 그래서 똥때문에 병원에 두번이나 갔어요. 처음에 3일동안 화장실을 안 가서 병원에 갔을 때는, 의사 선생님께서 그냥 모래위에 올려 두라고, 다 흡수되고 쌀 거가 없어서 안 싸는 거라고 하셨어요. 하긴 그러니까 이렇게 쑥쑥 크는 거겠죠? 차근차근 모래에 싸는 것도 익숙해 지고, 또 여기저기 싸면서 쭙쭙이는 자라났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6일동안 똥을 안 싸더라고요. 그리고 우유는 얼마나 잘 먹는지 배가 어찌나 빵빵했는지 몰라요. 똥꼬를 톡톡톡 두드리고 배변유도를 아무리 해봐도, 물티슈에 살짝 똥색깔만 날 뿐 똥을 안 싸는거에요. 이러다가 배가 터져 버릴거 같아 걱정이 되어 또 들쳐안고 동물병원에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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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은 기름같은 물약을 주셨어요. 남용하진 말라고 하셨어요. 주사기로 억지로 쭙쭙이 입에 밀어 넣었어요. 약을 먹고 몇 시간 뒤, 쭙쭙이는 오징어 다리같이 길고 굵은 똥을 낳으셨어요. 그동안 못 싼 똥을 한 번에 내보내서 그런걸까요? 진짜 지렁이 인 줄 알았어요. 세상에 똥 싼것이 뭐라고 이리도 행복할까요?

강아지를 만나면, 꼭 "손!" 해 봅니다. 강아지가 손을 주면 세상 똑똑하다고 강아지에게 칭찬해 줍니다. 그럴때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나도 강아지 하고 싶다..나도 손만 해도 칭찬 받고 싶다.. 그리고 쭙쭙이는 똥만 싸도 칭찬을 받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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쭙쭙아, 너는 좋겠다.
똥만 싸도 예쁨받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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쭙쭙이는 똥 싸고 똥꼬 그루밍도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한 지 며칠 되었는데 제가 못 본 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쭙쭙이에게 뽀뽀를 엄청많이 했습니다. 그랬습니다.


그런데 반전사건이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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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자꾸 나서, 냄새의 근원을 찾던 중, 소파 뒤에서 엄청난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의자 뒤에는 그야말로 똥파티가 벌어져 있었습니다. 똥만 있는 게 아니라, 눌러 붙은 오줌에, 고양이 장난감에 진짜 총체적 난국 이었습니다. 모래에 싸지 않아 안 싸는 줄 알았는데, 쭙쭙이는 쾌변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오빠 옷에 쌀 때 눈치 챘어야 했는데요... 이 아이는 아직 화장실 개념이 잘 없다는 것을....아직 배울 것이 많은 아가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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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밑 똥파티에 이어, 화분에 똥을 싸 저를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혹시 개구쟁이라 이러는 걸까요? 혹시 저를 놀리려고 이러는 걸까요? 화장실이 더러워서 그러는 걸까, 모래가 맘에 들지 않아 그러는 걸까, 모래를 청소도 해 주고, 모래를 바꿔도 주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우리 주인님 , 저를 고생시키시네요...


모자이크.jpg 나도 누가 똥만 잘 싸도 예쁘다고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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