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몇년 전 전원주택에 이사오신 후,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셨어요. 그 중 미미라고 유달리 사람 손을 타지 않는 고양이가 있었어요.
미미는 종이박스에 담겨 버려진 아이를 친구가 구조했었는데, 그 고양이를 내가 또 분양을 받았어요. 그리고 부모님 댁에 살고 있는 얄미의 여자친구로 임명하였어요. 미미는 얄미와 함께 엄청 행복하게 지냈어요. 가끔가다 앞마당에 뱀과 쥐를 잡아다 부모님께 보은도 했어요. 엄마아빠는 선물을 받고 항상 고마워하며 캔도 까서 주셨어요.
미미는 학대를 당한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아니면 박스에 버려져 있어서 사람에게 잡히면 또 박스에 같혀 버려질 것 같은지, 사람에게 30센치 이내로 오지 않았어요. 30cm이내로 오지 않았어요. 만지려 하면 빠르게 도망을 갔어요. 눈만 마주치면 골골대며 비비던 얄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어요.
그러던 미미가 어느 겨울 새끼를 낳았어요. 부모님이 만들어 주신 아이스박스 아파트에 4마리를 낳았어요. 엄마아빠는 꼬물이들이 귀여워 자꾸 들여다 보셨고, 젖주는 미미가 힘이 딸리지 않게 고급캔을 급여하셨었어요. 그런데 아빠가 지나치게 자주 새끼들을 들여다 보신 듯 해요.
안 그래도 곁을 안 주는 미미인데, 사람들이 들여다 보는 게 꽤 스트레스 였는지 어느날 새끼를 모두 옮겨버렸어요. 지금까지 사료도 그렇게 열심히 주고, 캔도 맨날맨날 대령하는 주인..아니 집사를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절대 믿음직스럽지 않았나봅니다. 엄마아빠는 너무너무 서운해 하셨고, 미미에게 화도 내셨어요. 그러나 미미는 냥냥대고 말대꾸만 할 뿐 새끼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어요.
이런 미미가, 어느날 갑자기 거품을 물고 죽었어요. 부모님 댁 주변은 농지가 많아서 제초제 사용을 많이 하는데, 의사선생님이 제초제를 먹은 듯 하다고 하셨어요. 후에 얄미도 비슷한 증상으로 죽었어요. 미미는 집까지 와서 죽었어요. 엄마아빠는 크게 놀라고 슬퍼하시고 새끼 걱정을 하셨어요. 그런데 미미가 죽은 장소 한 발짝 옆에 새끼 네마리가 옹기종기 있었어요. 엄마아빠가 자주 다니시는 길 목에 눈에 잘 띄도록 놓고 죽은 거에요.
미미는 죽어가면서 새끼를 물어주러 왔나봐요. 그리고 엄마아빠가 그 새끼들을 거둬주리란, 살려주리란 믿음이 있었나봅니다. 새끼들을 물고 오고, 죽어가던 미미의 마음이 상상조차 안 됩니다. 평소에 그렇게 곁을 안 주었지만 미미의 마음은 그래도 엄마아빠를 믿고 있었나봐요. 눈도 못 뜬 새끼인지라 너무 어려 사람이 계속 붙어서 수유와 배변유도를 해야했고, 그 일을 내가 맡게 되었어요. 그리고 잘 길러 4마리 중 3마리를 좋은 곳에 입양 보내고 제일 빵실빵실 하게 생긴 뚱띠만 곁에 남겼어요. 그리고 이제 쭙쭙이가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