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때가 제일 예쁜 내 고양이
7.1. 서로가 최고다
7.1.1. 내가 키우는 고양이 아니야
엄마는 고양이 안 키운다 말씀하신다. 그냥 배고파 하니까 밥을 주는 거고, 목 말라 하니까 물을 주는 거고, 집이 없어서 추우니 아이스 박스를 엮어 아파느를 만들어 주는 것 뿐이라 말씀하신다. '절대'키우는 고양이가 아니라 말씀하신다. 그러나 엄마네 집은 고양이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이다.
고양이들은 항상 엄마 주변을 맴돈다. 엄마 주변에서 배까고 빵굽고 잠자고 쉰다. 그렇다고 만지게 하지도 않고, 비비지도 않는다. 그런데 항상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 곁에 있어야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 같은게, 낯선(?) 동물이 다가오면 엄마가 다 지켜준다. 진짜 집고양이도 아닌데 저러고 자도 될까 싶을정도로 늘어져서 쉰다.
야생의 고양이는 배 부분이 약하기 때문에 함부로 까고 자지 않고, 또 언제나 도망가야 하기 때문에 앞 다리를 안쪽으로 넣는 빵굽는 자세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부모님 댁에 있는 고양이들은 세상편한 자세를 하고 자고 뒹군다.
7.1.2. 상생
고양이들은 엄마에게 어려움이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한다. 다른 고양이랑 싸우고 와서 다리 살점이 너덜너덜해진 얄미는 치료해 주는 엄마의 손길을 받아 들였다 미미는 무언가를 먹고 갑자기 고양이별로 떠났는데, 죽기직전 숨겨 두었던 새끼들을 엄마 가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두고 갔다. 예삐는 세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그중 가장 부실해 보이는 쭙쭙이를 엄마에게 쿨하게 키우라고 주고 갔다. 그래서 그 쭙쭙이를 제가 키우고 있다.... 똘이는 뱀에 물려 일시적 하지마비가 되었는데, 움직이지도 않는 다리로 새끼들을 물어다 엄마에게 돌봐달라고 했다. 똘이는 그 후 이틀 뒤에 아궁이에서 발견이 되었고, 엄마가 제공하는 특식을 먹고 지금은 완쾌가 되었다. (똘이는 잡히지 않아서, 병원에 데려 갈 수 없었다.) 고양이들은 엄마가 자신들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또한 고양이들은 엄마를 도와 준다. 전원주택이라 뱀도 살고 두더지도 살고 쥐도 산다. 그런데 고양이들은 쥐도 잘 잡고 두더쥐도 잘 잡고 뱀도 잘 잡는다. 그런데 새는 좀 안 잡았으면 좋겠다. 꼭 겨우 목숨만 붙어 있는 상태로 엄마에게 가져다 준다. 그리고 칭찬을 바라는 눈빛으로 쳐다 본다. 인터넷을 살펴보니 고양이가 인간에게 행동을 하는 이유로 몇 가지가 나와 있었다. 사냥을 할 줄 모르는 인간에게 사냥을 가르치려고 겨우 목숨만 붙은 생물을 가져다 준다는 의견도 있고, 선물이라는 의견도 있고, 자기는 맛있는 사료 먹고 맛없는 건 인간에게 준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답은 고양이만 알고 있겠지? 어쨌든 엄마아빠에게 도움이 되니 참 기쁜일 이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고양이를 키우는 게 아니긴 하다. 엄마와 고양이는 그냥 친구이다. 62살 차이나지만 그래도 친구. 그것도 아주 친한 친구.
7.2.잘 때가 제일 예쁜 내 고양이
7.2.1. 고양이는 얌전해?
많은 사람들은 고양이가 얌전한 줄 안다. 강아지는 막 짖고 장난치고 그러는 게 당연한 줄 아는데, 고양이는 가끔 야옹야옹하고 가만 있는 줄 안다. 그러나 현실은 미치광이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높은곳에 다 올라간다. 올라가기만 하면 다행이다. 올라가 그 곳에 놓여 있는 것들을 발로 톡톡 건들여 떨어뜨린다. 저의 경우는 작은 장난감 등 소품을 좋아해 자질구레 한 물건들이 많은데, 고양이 눈엔 그 물건들이 떨어뜨려 달라고 말을 하는 것으로 보이나 보다. 자신이 있는 곳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걸까?
둘째, 가죽제품, 벽지, 장판 등 뜯을 맛이 나는 것은 죄다 뜯어 놓는다. 분명 고오급 스크레쳐를 두개나 마련해 주었는데!!! 스크레쳐는 스크레쳐대로 사용하고도 다른 것 마저 스크레쳐로 만든다. 발톱으로 뜯고, 이빨로도 물어 뜯는다. 온 집을 고양이에게 바친 기분이다.
셋째, 벌레를 잡는다. 이건 장점일까? 바퀴벌레를 잡아 가져오면 고맙기도 하다. 그러나 벌레 사냥을 하면서 화분은 넘어가고, 물건들은 떨어지고, 초토화가 된다. 집 고양이도 사냥본능은 남아 있는 듯 하다.
넷째, 우다다다를 한다. 두 마리가 있으면 미친듯이 나 잡아 봐라를 한다. 집을 대각선으로 막 휘저어 다닌다. 층간소음이 심히 걱정된다. 아직 아랫집에서 말씀이 없으셔서 참 다행이긴 한데....
다섯째, 이렇게 난리를 치며 온 집안에 발바닥을 찍어 놓는다. 발에서 땀이 나는 건지, 물이 있는 화장실 등을 다녀와서 그런건지 모르겠으나 아주 고양이가 있으면 방바닥이 더럽다. 덕분에 걸레질은 필수가 되었다.
7.2.2.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면 보살, 두 마리를 키우면 그는 이미 부처이니라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면 보살, 두 마리를 기르면 그는 이미 부처이니라' 라는 말이 있다. 고양이는 생각보다 개구장이이고, 두 마리가 있으면 진짜 환장하게 장난을 치고 놀고 싸운다
쭙쭙이는 뚱띠의 1/20 밖에 안되는 덩치를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한 주먹거리도 안되는 사이즈 이다. 뚱띠는 2살이나 많아서 인지, 웬만한 장난은 그냥 넘어가 준다. 그런데 참다 참다 못 참겠으면 응징을 한다. 그런데 아가라서 그런지, 세게 물진 않는 듯 하다. 뚱띠와 함께 있다 쭙쭙이가 크게 울어 가 보면 뚱띠가 물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살펴보면 살살 무는 지 상처 하나 없었다.
쭙쭙이는 뚱띠를 이길 수 있다 생각해 덤비는 걸까? 아니면 봐줄 것을 알아서 덤비는 걸까?
뚱띠는 쭙쭙이가 귀여울까? 귀찮을까? 둘 다 일까?
투덕투덕 싸우더라도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다.
뚱띠와 쭙쭙이도 우다다다를 시작했다..... 아랫집에 죄송해서 문제이다...
솔직히 고양이는 잘때가 젤 예쁜 것 같다..
7.3 서로가 최고다
아기 고양이가 아침에 우유를 한 통을 먹더니, 토를 했다. 저렴한 분유를 주다가, 잘 안 먹길래 잘 먹던 비싼 분유로 바꿔주니 너무 맛있었나보다. 또 언니가 먹던 참치도 먹었는데 그것도 안 좋았던 것 같다. 아침에 우유 먹고 3시간 마다 먹던 우유를 마다 하길래,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께 상황을 말씀 드리니, 캔 먹은거 살려고 먹은거라고, 고양이는 원래 잘 토한다고 하셨다. 아직 소화기관이 자라지 않았는데 먹어서 토할 수도 있다 하셨다. 그렇게 자라는 거니까 걱정 말라고 하시고 소화제를 처방해 주셨다. 솔직히 내가 우유 양도 조절 못 했고, 참치도 말리지 못해서 죄책감이 있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고 엄청 마음이 위로 받았다. 내가 부족하지만, 우리 주인님들을 위해서는 진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왠지 의사 선생님이 그래도 괜찮아. 너 열심히 하고 있어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쭙쭙이는 다른사람이 있을 때도 나를 따라다닌다. 맨날 너무 따라다녀서 귀찮아 작업을 할 땐 작업실 문을 꽁꽁 닫아 놓는데, 문앞에서 애오애오 운다. 큰 고양이도 같이 애오애오 운다. 제가 오늘같이 실수도 많이 하고, 구박도 많이 하는데 죽어라 저를 따라 다닌다.
종종 애완동물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 간섭과 조언을 하는 사람이 많다. 고양이에게 빵을 주면 어떻게 하냐, 생선회를 띄어 주면 어떻게 하냐 등 어쩔 땐 고양이가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내 고양이가 조언해 주는 그 사람하고 살고 싶어 할까? 그래도 나랑 살고 싶어 할까? 그렇다고 제가 이상하게 키우는 건 아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지만, 부족하고, 완벽하지는 못한다.
우리 고양이들에게 나는 엄마가 된 것 같다. 나는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이든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가 없다. 종종 엄마가 나보다 꽃을 사랑하는 거 같아 속상할 때가 있는데 완벽하게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가 있더라도 나는 우리엄마랑 바꾸지 않는다. 우리 고양이들에게 나는 그러한 엄마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완벽하게 사랑해 주는 우리 고양이들.
내 고양이들은 내게 완벽한 고양이들 이고 , 나도 완벽한 주인이 될 거다. !!
7,4, 고양이의 살림살이
고양이는 그냥 몸만 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기고양이와 큰 고양이 뚱띠가 집에 있으니 생각보다 많은 물품이 필요했다. 그래서 동물 키우는 걸 아기 키우는 거랑 똑같다고 하나보다. 동물 키우는 것은 진짜 커다란 생명이 오는 것이고, 그만큼 감당해야 할 물품도 많아 진다.
제일 먼저 우리집의 보들거리는 것은 다 고양이 차지가 된다. 수면바지, 담요 등 극세사 재질은 다 고양이에게 바쳐 진다. 그리고 젖병도 사야 되고, 간식도 사야 하고, 장난감도 사야 하고, 바구니, 스크레쳐 등 꽤 많은 지출을 하게 된다. 생명이 오니 많은 것을 짊어지게 되네......
고양이 장난감 등 용품과 먹이도 금액대가 매우 다양하다 비싸면 더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비싼것을 사다 주인님에게 바쳤는데 냥아치 주인님은 내 치실 때가 참 많다. 큰맘 먹고 산 뱅뱅도는 장난감을 쳐다도 안 보고, 햇반 껍데기를 구겨가며 신나게 논다. 도대체 왜 재미있는지 이해가 안 되는 빵끈, 가죽끈도 엄청 아껴가며 신나게 가지고 논다.
그리고 자신이 아끼는 것들은 소중하게 밥그릇에 넣어 둔다. 그리고 필요시에 꺼내서 다시 가지고 논다.
비싸다고 고양이에게 최고는 아닌가 보다. 완벽하지 않아도 어설퍼도 고양이에게 즐거운 장난감이 많다. 완벽하지 않은 나도 너무 사랑해 주는 우리 고양이는 비싸지 않은 장난감들도 참 잘 가지고 놀아서 고맙기도 하다.
*본 글은 브런치 북 공모를 위해 기존의 글을 재 수정, 편집, 보완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