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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민경 Oct 14. 2020

육묘 일기 6. 고양이와의 상생

고양이와 같이 삽니다. 

6.1 아기 고양이 쭙쭙이의 나들이 


    6.1.1. 준비 

    치과 예약을 오후 3시에 했는데, 아기 고양이 쭙쭙이를 집에 두고 갈 수가 없었다. 밥도 2시간마다, 어쩔땐 1시간 만에도 달라고 그래서 쭙쭙이를 도저히 집에 두고 나갈 수가 없었다. 또 아직 뚱띠와 쭙쭙이가 친하지 않아서 뚱띠가 쭙쭙이에게 해꼬지를 할까 염려도 되었다. 날씨도 여름날씨라 데리고 나가도 될 것 같아 함께 나갔다. 평소에 잠도 잘 자고, 주로 지내는 손잡이 달린 라탄 바구니에 우유담은 보온병, 배변처리할 물티슈와 비닐을 바닥에 깔고 담요를 덮은 후 쭙쭙이를 올려 두었다. 쭙쭙이가 자꾸 밥을 달라고 해서, 보온병에 분유를 타서 담아 다녔다. 처음에는 보온병에 따뜻한 물만 넣고 가루를 따로 가지고 다녀 분유를 그때그때 타 줬는데, 외출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아 (1시간 남짓) 보온병을 사용하였다. 

  6.1.2. 치과 가는길 

  중간중간에 삐약거려 바구니의 정체를 사람들에게 들키긴 했는데 대게 고양이를 귀여워 해 주셔서 행복했다. 나와 쭙쭙이는 가는 곳 마다 슈퍼스타가 되었다. 지하철에서는 야옹 소리가 나자, 중년의 아저씨가 주저앉아 "야옹이~ 야옹이~" 하시고, 약국에서 할아버지도 야옹소리에 쭙쭙이를 들여다 보셨다. 재미있는 것은, 중년아저씨들, 할아버지들이 더 고양이를 좋아하셨다. 무뚝뚝한 아재들 마음에도 귀여움이 숨어 있나보다. 


 치과는 더욱더 위생적이어야 하는 곳이라, 애완동물을 데려간 것이 눈치가 보여 주저주저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서, 옆에 살포시 두었는데 애오애오 울어서 정체가 탄로나고 말았다. 간호사 언니에게 혼날까봐 살짝 긴장을 했는데 간호사 언니들이 다 나와서 고양이 구경을 하셨다.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 보시는데 쭙쭙이보다 언니들이 더 귀여웠다. 


  6.1.3. 편의점도 들렸다. 

  우리동네 한 편의점에는 고양이들이 산다. 언제나 상주하는 고양이는 두마리 인데 아빠와 아들로 추정된다. 둘다 똑같은 하얀 까망 으로 구성된 턱시도다. 편의점 언니은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아기 고양이 쭙쭙이를 보면 좋아하실 것 같아서, 치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들렸다. 

  예상했던대로, 편의점 언니는 쭙쭙이를 보자 "꺄아" 소리를 내며 좋아하셨다. 손에 안아도 보시고, 우유도 먹여 주셨는데, 아뿔싸.... 쭙쭙이가 우유를 먹으며 오줌을 줄줄줄 쌌다. 덕분에 언니 손은 오줌 범벅이 되었다. 

  쭙쭙이가 귀여워서 다행이다. 손에 오줌을 싸도 웃음이 나니...


바구니에 있는 쭙쭙이. 조금 더 자란후에는 이 바구니를 기어올라 이동장에 넣어다녔다. 


6.2. 다리털 숭숭 난 아재에게도 순정이 있다. 


"나는 꼬양이가 정말 싫어!!" 

  홍삼님은 고양이를 예뻐하지 않는 척 하지만 세상 누구보다 고양이를 예뻐한다. 홍삼이는 어릴 적 부터 강아지와 함께 자랐다. 그래서 일까? 동물을 바라보면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온다. 고양이를 키우는 건 처음이라는데 세상 이렇게 예뻐할 수 없다. 나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다리털 숭숭 난 아재에게도 순정은 있다. 


정말 나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홍삼님이 나는 안 만지고 쭙쭙이만 만진다. 

내가 더 귀여워져야 하겠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고양이보다 더 귀여워 질 수 있지? 




  동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놈은 없다는데, 우리 오빠는 정말 착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 술먹고 뽀뽀는 좀..."꼬양이를 괴롭히자! 꼬양이를 만져주자!"



6.3. 집사는 훈련된다. 

  6.3.1 츄르가 먹고 싶어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츄르는 길다란 비닐주머니에 담겨 있다. 이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홍삼스틱, 맥심커피 등이 있다. 길다란 비닐에 담긴 무언가만 보면 달려든다. 다 자기 간식인 줄 안다. 맥심 커피 몇 봉을 이빨로 뜯어 놓았나 모른다. 은근히 사고뭉치다. 오늘은 홍삼스틱을 먹으려고 꺼냈더니 뚱띠가 달려들었다. 찢어서 냄새를 맡게 하니 실망하며 저리로 간다. 뭔가 고소하다. 


이거 뭐냥 간식이냥

  6.3.2 츄르를 가져오너라 

  저렇게 간식을 좋아하는 뚱띠는, 간식이 먹고 싶을 때 간식껍데기를 가지고 온다. 집사가 장난감을 던져주면 물어오는 놀이도 참 좋아하는데, 그 놀이를 하고 싶을 때는 장난감을 물어온다. 이것 뿐 만이 아니다. 화장실이 더러우면 그 앞에서 야옹야옹 치워 줄 때까지 울고, 밥 그릇에 밥이 없으면 줄 때까지 운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의사표현을 하면 거의 들어주는 편인데 그땐 진짜 내가 집사인 것을, 고양이가 주인님인 것을 실감하곤 한다. 


  6.3.3. 밥 그릇은 뚱띠의 보물창고 

  뚱띠는 소중한 츄르 껍데기, 장난감등은 밥 그릇에 보관한다. 때로는 그릇만한 큰 인형이 담겨 있을 때도 있고, 오뚜기가 담겨 있을 때도 있다. 중요한 건 죄다 밥 그릇에 넣는 다는 것이다. 우리가 맨날 치워도 넣는다. 쭙쭙이가 조금 자라니 쭙쭙이도 똑같이 따라했다. 이유가 궁금해 찾아보니 관심을 얻기 위해, 간식이 먹고 싶어서 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확한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내 생각에는 그냥 밥이 좋고 장난감이 좋고, 그래서 다 모아두는 것 같다. 

  햇반껍데기는 고양이들이 참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비싼 장난감 다 이겨먹는다. 엄청 좋아한다. 돌돌말리면 더 좋아한다. 

딩굴 딩굴 뚱띠는 평화롭습니다.
6.4. 고양이 키우는 사람은 고양이 키우는 사람을 알아본다. 

   6.4.1. 자나깨나 쭙쭙이 조심 

  쭙쭙이가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바닥을 쳐다보고 다니고 있다. 쭙쭙이가 동에 번쩍, 선에 번쩍, 어디서 나타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조그만 생명체가 좋은건 다 알아서 포근하고 ㅂㅗ드랍고 따뜻한 곳은 죄다 찾아 다닌다. 특히 빨래더미는 쭙쭙이가 엄청나게 선호하는 곳이다. 


  

털 바르는 쭙쭙이

   6.4.2. 털

  쭙쭙이는 빨래더미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방금 빨래 했는데, 또 털투성이가 되었다. 오빠와 내가 추울까봐 고양이들이 배려해서 묘피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덕분에 오빠와 나는 여름에도 묘피를 입고 다닌다.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은 고양이 키우는 사람을 알아볼 수 밖에 없다. 나만 털투성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양이 털은 떼도 떼도 또 나온다. 돌돌이가 아주 필수품이 되었다. 그것도 빨간색 강력 제품으로. 


  6.4.3. 이불 조심해 

  빨래 더미도 좋아하는데 더 좋아하는 것은 이불이다. 내가 얇은 이불을 덮고 있는 걸 좋아해, 우리집 거실엔 항상 담요가 굴러다니는데 함부로 밟을 수 없게 되었다. 이불속에서 굼벵이같이 뭐가 올록볼록 하는데 밟을 뻔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저게 왜 재미있는 거지? 숨바꼭질을 하는 걸까? 

  담요에서 놀기만 하는 게 아니다. 쭙쭙 빨기도 한다. 솔직히 하도 담요를 빨아대서 쭙쭙이라고 이름 지었었다. 극세사 잠옷, 보들거리는 담요 모두 다 쭙쭙이 차지가 되었다. 온 집안 보들거리는 것에서 쭙쭙이 침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다. 


  

쭙쭙이가 보들거려 보들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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