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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민경 Oct 08. 2020

육묘 일기 4. 아기 고양이의 성장

쑥쑥 자라요. 

4.1. 돼지가 될 것 같은 아기고양이 



첫날에는 젖병을 못 빨아 주사기로 조금씩 흘려서 우유를 주었는데, 어느새 진짜 진짜 잘 먹기 시작했다. 우리집에 온 지 5일만에 일취월장이다. 아기고양이는 혼자 배변을 하지 못해서, 생식기를 물티슈로 톡톡톡 두드려 주는 배변유도를 해 줘야 배변을 한다. 밥을 먹이기 전에 배변유도를 하면 배에 빈 공간이 더 많이 생겨 우유를 더 많이 먹는다는데, 매번 까먹는다. 3시간에 한번씩 어쩔땐 1시간에 한번씩도 주면서 어찌 이리 까먹는지 모르겠다. 

  열심히 우유를 먹이고 있는데 다리가 후끈해 진다. 아아아.... 쌌다. 다른 고양이들은 요맘때 배변유도를 해 주어야 싼다는데.... 혼자서 오줌을 쌌으니 칭찬해 주어야 할까? 아... 잘 먹고 잘 싸니 건강한거니 좋아야 하는데 왜 내 기분은 이런걸까...? 홍삼님은 기특하다고 우쭈쭈 난리가 났다. 

좋겠다.너는...먹고 싸기만 해도 기특해서...

나도 먹고 싸기만 해도 칭찬받고 싶다...





고양이도 입맛이 있더라. 요 쪼끄만것도 맛있는 거 없는 것을 가린다.  병원에서 급하게 15000원에 산 국산브랜드의 분유는 한번 먹을 때 5cc 씩 진짜 찔끔찔끔씩 먹었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좀 비싼 외국 브랜드의 분유를 주니, 한번 먹을 때 15cc씩 먹더라. 먹는 간격도 조금 길어진 것 같다. 비싼 것으로 먹이는 것이 훨씬 편해 졌다. 후아 육묘는 힘들다. 육아는 더 힘들까? 







4.2. 뚱띠의 간식투쟁2. 


  사람은 동생이 생기면 사랑이 뺏길 까, 걱정을 하고, 질투를 느끼게 되는데, 고양이도 마찬가지일까? 

  쭙쭙이가 온 후 하루종일 베란다에 혼자 쳐 박혀 있고, 놀지를 않는다. 베란다 고양이 화장실 옆 의자에서 계속 빵굽고 앉아 있는다. 가끔 나와서 밥은 먹는데 조금 먹고, 다시 쪼르르 베란다로 돌아 갔다. 계속 삐져 있어서 안쓰러웠는데, 환장하게 좋아하던 간식까지 거부해 더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다시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쭙쭙이 마음이 조금씩 풀리고 있나보다. 빨리 쭙쭙이와 뚱띠가 친해져야 하는데.... 

 그래도 뚱띠와 쭙쭙이의 거리가 처음에 비해 엄청나게 많이 좁아졌다. 처음엔 무조건 하악질 하더니, 그 다음은 의자위에서 멀찍이 바라보더니 이제 1미터 근방까지 다가온다. 아직도 친하지 않으나, 뚱띠의 눈빛이 헤치려는 눈빛은 아닌 듯 하여 걱정은 놓게 되었다. 





바라는 보지만 다가가진 않습니다. 아직 친하지 않아요.


4.3. 아기 고양이 쭙쭙이는 발톱을 못 숨겨요. 




쭙쭙이 이전에 2년동안 키우고 있었던 뚱띠가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 뚱띠와 그 형제들은 밤마다 계속 울었다. 밥을 줘도 울고, 배변 유도를 해도 울었다. 병원에 가니 의사선생님께서 


"엄마가 없는데 당연히 울죠!! 엄마 찾는 거에요. 엄마!!" 


그런데 쭙쭙이는 울지 않는다.형제도 없이 혼자 인데 울지 않는다. 행동하는 것도 훨씬 얌전하고 뭔가 의젓한 것 같다. 혹시 쭙쭙이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사실을 알아, 엄마를 찾지 않는 것일까? 오늘은 우유병 사용까지 익숙해 졌다.  착한 고양이 쭙쭙이가 너무 안쓰럽다. 



4.4. 아기 고양이는 오늘도 성장합니다


쭙쭙이는 순식간에 크고있다. 

처음에 왔을 때는 이도 없었는데, 오늘 보니 송곳니가 두개가 반짝 거리더라고요. 눈도 모두 반짝반짝 떴어요. 아가라 아직 눈이 회색이다.. 고양이들은 아가일 때는 눈이 회색인데, 자라면서 눈 색깔이 노란색, 연두색, 하늘색 등으로 변하더라. 아직은 어떤 눈색이 될 지 모르겠다. (느낌 상 노란색이 될 거 같다.)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실에 넓게 담요를 펼쳐 놓았더니 거기서만 움직인다. 자기 세상이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 눈이 마주치면 안 된다. 너무 밥을 자주 먹는다. 그런데 모기 눈알만큼 먹는다. 저렇게 먹으면서 오줌은 줄줄 잘 싼다. 신기하다. 




4.5. 아기 고양이 쭙쭙이를 칭찬합니다. 



 하도 극세사 담요에서 쭙쭙거리길래 '쭙쭙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임시방편으로 쭙쭙이라고 부르고는 있는데, 아직도 좋은 이름을 생각하지 못했다. 오빠가 이름 공모전을 sns에 개최할까 한단다. 선물은 우리 동네 특산물인 토마토 한 박스라고 한다. 어떤 이름이 우리 고양이랑 어울릴까?  

  그런데 결국 시간은 그냥 지났고, 쭙쭙이는 크면서도 계속 담요에서 쭙쭙거렸다. 그래서 그냥 쭙쭙이가 되었다. 



  순식간에 쭙쭙이가 크고 있다. 오늘은, 처음으로 윗몸을 들었고, 배를 밀면서 온 집안 사방을 돌아다닌다. 이제 담요 위에서도 벗어났다. 바닥에서 다니다 추우면 물티슈 위에 올라가 앉아 있는다. 

  주먹만한 쭙쭙이가 어디에 있을지 모르기에 거실을 다닐 땐 매우 조심해야 한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고양이는 시야가 밝지 않다고 한다. 눈 보다는 귀가 더 밝은지, 저를 보고 달려 오기 보다, 제 목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그런데 조금씩 눈도 밝아 지는 것 같다. 소파에서도 앞이 낭떠러지 인데도 팍팍 내려 오더니 이제 조금씩 조심을 했다. 아직 눈이 회색인데 어떤 색깔로 변할지 궁금하다. 노란색일 것같은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어떤 색일지 궁금해 봐야지.(결국 노란색으로 자랐다.)  

  우유도 5미리 먹던 것이, 입맛에 맞는 것을 주니 한번에 15미리 씩 먹는다. 쑥쑥 먹으니 배가 자꾸 커진다. 근데 너 자꾸 배만 크는 거 같다..? 완전 올챙이 같다. 

모르는 강아지를 만나면 "손" 해보곤 한다. "앉아" 도 해 보고. 강아지가 손을 내밀고, 앉으면 똑똑하다 폭풍 칭찬을 한다. 그럴 땐 나도 개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한다. 나도 손만 내밀어도 칭찬받고 싶다.... 칭찬받고 싶은 귀여운 30대다...... 

  쭙쭙이는 요즈음 계속 칭찬을 받는다. 똥을 싸서 칭찬을 받고, 잠을 오래 자서 칭찬을 받는다. 

  나도 똥만 싸도 누가 칭찬해 주면 좋겠다..



*본 글은 브런치 북 공모를 위해 기존의 글을 재 수정, 편집 , 보완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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