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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민경 Oct 11. 2020

육묘 일기 5. 돼지가 될 것 같은 쭙쭙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요 

5.1 빵빵한 몸매의 쭙쭙이 


  쭙쭙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이렇게 자라다가 금방 호랑이만해 질 것 같다. 처음 왔을 때 몸무게가 200g이었는데, 6일만에 236g이 되었다. 지금 딱 예쁜데 너무 빨리 자란다. 여기서 딱 멈추면 좋겠다. 쭙쭙아~ 그만 쑥쑥 자라면 안되겠니...? 



  처음에는 동물병원에서 구매한 클라세밀이란 이름의 분유를 먹였다. 그런데 계속 쭙쭙이가 설사를 하는게 아닌가! 내 옷 위에서 싼 적도 있고, 하루 4번을 넘게 똥을 싸며 온 몸에 똥을 뭍혀 부득이하게 목욕도 시켰다. 너무 어려서 목욕 시켜도 될까? 생각했는데 물티슈로는 도저히 수습불가였다. 의사선생님한테 여쭈어 보았더니, 목욕 시키라고 하셨다.  어려서 더 시켜야 한다고 하셨다. 크면 자기가 핥고 처치를 하는데 지금은 못하니 시켜주라고 하셨다. 그 다음 감기 걸리지 않게 잘 말려 주었다. 

  인터넷 지식인 집단에서 KMR이 고양이 설사에 좋다고 하길래 바로 구매해 먹였다. 그런데 한번에 5ML-7MK를 먹던 쭙쭙이가 단 한번에 15ML를 먹는게 아닌가! 자기전에는 30ML를 먹어, 위장이 터질까봐 걱정이 되었다. 클라세밀을 먹을때는 진짜 쥐똥만큼 먹드만 KMR을 주니 진짜 죽을듯이 달려든다. 어제는 1시간만에 한번씩 밥달라고 울어댔는데 오늘은 많이 씩 먹으니 3-4시간에 한번씩 달라고 했다. 덕분에 내 일이 좀 줄었다. 

  결국 클라세밀은 쭙쭙이에게 맛이 없었던 것 같다. 요 조그마한 것도 맛을 안다. 1주일에 분유 한통씩 먹는데, 이 녀성이 내 통장을 텅장으로 만들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내 손가락을 젖병으로 아나 봅니다. 아 귀여워 내 심장 
5.2 이빨부자 쭙쭙이 



  고양이는 이빨이 생후 3주 이후에 난다 하는것 같ㅌ은데, 오늘 쭙쭙이를 살펴보니 이빨이 잔뜩 나 있었다. 엄마가 태어난지 20일 되었다고 하셨는데, 이빨 나기 시작한지는 10일 정도 지났고 지금은 조록조록 다 난 것을 보아 생각보다 연세가 있으신 것 같다. 엄마에게 내가 "쭙쭙이 태어난 지 좀 됐나봐"란 가설을 제시하니 완강히 부인하셨다. 쭙쭙이 엄마의 배가 홀쭉해진 시점과 맞지 않는다고 하셨다. 처음에 덩치가 워낙 작고 움직이지 않아서 갓 태어난 줄 알았는데, 어쩌면 자라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잘 먹고 잘 싸다보니 1주일 사이 235그람에서 350그람으로 115그람이나 무게가 증가했다. 너무 빨리 자라는데..? 콩나물도 아니고..? 역시 호랑이가 될 상인가? 

5.3 똥만 잘 싸도 고마워 


 쭙쭙이는 우유를 먹는 중, 똥을 참 안 쌌다. 그래서 똥때문에 병원에 두번이나 갔다. 처음에 3일동안 화장실을 안 가서 병원에 갔을 때는, 의사 선생님께서 그냥 모래위에 올려 두라고, 다 흡수되고 쌀 거가 없어서 안 싸는 거라고 하셨다. 하긴 그러니까 이렇게 쑥쑥 크는 거지?  차근차근 모래에 싸는 것도 익숙해 지고, 또 여기저기 싸면서 쭙쭙이는 자라났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6일동안 똥을 안 싸더라. 그리고 우유는 얼마나 잘 먹는지 배가 어찌나 빵빵했는지 모른다.   똥꼬를 톡톡톡 두드리고 배변유도를 아무리 해봐도, 물티슈에 살짝 똥색깔만 날 뿐 똥을 안 싸는것이다. 이러다가 배가 터져 버릴거 같아 걱정이 되어 또 들쳐안고 동물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기름같은 물약을 주셨다. 남용하진 말라고 하셨다. 주사기로 억지로 쭙쭙이 입에 밀어 넣었다. 약을 먹고 몇 시간 뒤, 쭙쭙이는 오징어 다리같이 길고 굵은 똥을 낳으셨다. 그동안 못 싼 똥을 한 번에 내보내서 그런걸까? 진짜 지렁이 인 줄 알았다.  세상에 똥 싼것이 뭐라고 이리도 행복할까? 

  강아지를 만나면, 꼭 "손!" 해 본다. 강아지가 손을 주면 세상 똑똑하다고 강아지에게 칭찬해 준다. 그럴때 그런 생각을 한다. 나도 강아지 하고 싶다..나도 손만 해도 칭찬 받고 싶다.. 그리고 쭙쭙이는 똥만 싸도 칭찬을 받는구나



쭙쭙아 너는 좋겠다..

똥만 싸도 예쁨 받으니...



  쭙쭙이는 똥 싸고 똥꼬 그루밍도 시작했다. 어쩌면 한 지 며칠 되었는데 제가 못 본 걸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쭙쭙이에게 뽀뽀를 엄청많이 했다. 그랬다. 


그런데 반전사건이 일어났다. 


집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자꾸 나서, 냄새의 근원을 찾던 중, 소파 뒤에서 엄청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의자 뒤에는 그야말로 똥파티가 벌어져 있었다. 똥만 있는 게 아니라, 눌러 붙은 오줌에, 고양이 장난감에 진짜 총체적 난국 이었다. 모래에 싸지 않아  안 싸는 줄 알았는데, 쭙쭙이는 쾌변을 하고 있었나 보다. 오빠 옷에 쌀 때 눈치 챘어야 했는데... 이 아이는 아직 화장실 개념이 잘 없다는 것을....아직 배울 것이 많은 아가라는 것을....


소파 밑 똥파티에 이어, 화분에 똥을 싸 저를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혹시 개구쟁이라 이러는 걸까요? 혹시 저를 놀리려고 이러는 걸까요? 화장실이 더러워서 그러는 걸까, 모래가 맘에 들지 않아 그러는 걸까, 모래를 청소도 해 주고, 모래를 바꿔도 주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우리 주인님 , 저를 고생시키시네요...

나도 누가 똥만 잘 싸도 예쁘다고 하면 좋겠다...
5.4. 고양이는 눈이 구슬 같아요. 


처음 쭙쭙이가 왔을 때는 눈동자 색이 하늘색에 가까운 회색이었다. 그래서 신비로운 하늘색으로 눈 색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태어난지 60여일이 된 오늘 확인 하니  눈동자 색이 바뀌었다. 호박색, 황토색? 노란 구슬이 되어 있었다. 털 색깔과 깔맞춤 인 것 같다. 

  회색이든, 노란색이든, 어떤색이든 고양이 눈은 예쁘다. 우주 같은 고양이의 눈. 

이 때는 눈이 회색이었어요.
60일 차, 어느덧 노란 눈이 되었어요.
5.5. 고양이 기차 


  쭙쭙이가 우리집에 온 지 80일 가량이 되었다. 딱 청소년 단계 인 거 같다

  그래서 신체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지금은 쭉쭉쭉 자라는 시기 인가 보다. 

  뭔가 몸에 비례가 안 맞게 길게 길어 지는 느낌이 든다. 특히 허리가 쭉쭉 길어 지는데 마치 기차 같다. 내 취향은 똥글똥글 빵빵한 고양이 인데... 빨리 살을 찌워야 겠다..


기지개 하니 더 길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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