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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Mar 19. 2024

양궁을 떠올리며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제목: 신궁전설이름: 양신궁

양궁을 떠올리며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양궁을 떠올리며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제목: 신궁전설

이름: 양신궁


원하는 곳을 그대로 쏘는 실력

이 실력을 고루 갖춘 곳이 대한민국이었다. 


점수제로 순위를 매기면 상대가 안돼서

토너먼트 제도로 바뀐 것이 한국 양궁의 실력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신궁은 단 한 번도 9점 이하를 맞춰 본적 없는

10점 밖에 못 쏘는 실력을 가진 선수였다.



그러나 아직 정식대회에서 그 기량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이제 나이 16살이기 때문이었다. 


몇 개월 후 올림픽이 열려 곧 그 기세를 세상만방에 알릴 신궁이었다.

어떻게 부모님은 신궁이 양궁을 쏘고, 신의 활을 쏘는 것처럼 

잘 쏠 것을 예상했는지, 이름도 양궁 하필 성도 양이었다.


이미 올림픽 이전 최소한의 나이로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은 석권한 신궁.

남은 건 올림픽 단 하나였다. 


“궁아 항상 그랬던 것처럼 긴장하지 말고”

“안해요 긴장”


공식 기록상 단 한 번도 9점 이하를 맞춰 본 적 없는 

그래서 10점만 쏘아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을 수도 있었는데


신궁은 그런 걱정은 없는 것 같았다. 



역사적으로도 고구려를 세운 주몽도

조선을 세운 이성계도 활을 잘 쏘았다고 하는데 

주몽이란 이름도 사실, 활을 잘 쏘는 사람들을 부르는 명칭이라고 하니


신궁은 그들의 후예로써 어쩌면 마땅한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언론들과 선수들도 신궁이 당연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낼 것이라 생각했다. 


평균 점수가 10점인데, 

그 미만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만약에 컨디션 난조가 일어나거나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그러면 신궁이 금메달을 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 오고 갈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천둥번개가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던 날.


그런 날에도 어김없이 양궁 연습을 하는 신궁이었다.


“신궁아 들어가자”


코치도 이제 그만하자는 얘기를 했지만

폭풍이 거세서 신궁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거의 보이지 않는 과녁.

시위를 힘껏 당긴 신궁은 손가락을 펼친다. 


기다렸단 듯이 화살이 과녁을 향해간다.

그때 하늘에서는 빛을 뿜는다. 


거대한 빛줄기가 바닥으로 꽂히는데 신궁의 곁을 떠난 활을 향해 오더니

곧장 쏘아진 활로 빛무더니가 쏟아진다. 


거대한 불빛이 크게 번쩍인다. 

신궁을 다 태워버릴 기세였다. 


“신궁아!”


시. 시이인. 구.구웅아.

어렴풋이 코치의 말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본다. 



빗소리가 수많은 함성소리도 바뀐다. 

핏물이 떨어지던 양궁장에 어느새 사람들이 가득 들어 앉아 있는 모습으로 바뀐다. 


수많은 환호 속. 

신궁이 기억하는 마지막 함성의 공간이었다. 


그러더니 눈 앞이 희미해지다 흰 빛으로 가득했다.


“신궁아!”


분명 코치의 말이 들리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코치님, 저 아무것도 안보여요”


코치는 방금 자신이 본 일에 대해서 신궁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내려치고 그게 그대로 신궁에게 떨어졌다.

놀란 코치는 얼른 신궁에게 달려왔다. 


처음엔 겁이나서 신궁을 만지지 못했지만 곧 신궁을 일으켜 병원으로 향했다.


“괜찮아 신궁아! 나 옆에 있어!”

“코치님..”


서둘러 신궁을 차에 태워 병원으로 향하는 신궁이었다.

번개를 맞은 후의 증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선수를 가르치기 위해, 지도하기 위해 존재하는 코치였지만

번개를 맞은 이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애초에 번개에 쉽게 맞는 거면 

벼락맞을 확률이라는 말도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 


서둘러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비가 거세서 가시거리 확보가 쉽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치의 차까지 덮치는 사고가 발생하고


병원으로 가지 않아도 앰뷸런스가 와 두 사람을

그리고 다른 사고차의 일행들도 병원으로 실고간다. 


“현재, 완전한 실명은 아니지만 차후를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실력으로 이미 미래를 보장받던 아이.

그런데 그 실력이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였다. 


“앞으로 앞을 못 볼거라고요?”


코치도, 가족도, 의사 선생님도 자신에게 똑같은 소리를 했다.

안정을 취하면 다시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아직은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지만 



이제 올림픽이 며칠 안남았는데

그러면 무슨 소용이냐고 소리쳤다. 


아직 어리니까 안정을 취하고 다음 올림픽에 나가면 된다는 설득도 있었지만

신궁에게 그런 말을 들리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두려움도 컸다. 

생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두려움. 


다시 활을 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어렸을 때 봤던 영화속에서 시각을 잃은 무사도

감각을 일으켜 검을 들고는 했지만 


이건 검과 다른 활이다. 

가까이서 느껴서 베어 가르는 게 아니라 

멀리 있는 물체를 맞추는 행위다.


원래 시력에 의존하여 하는 게 궁술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맞춰야 할 과녁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건 말도 안 된다


가끔 눈을 가리고 쏘는 연습을 하고는 했지만

그건 담력을 기르기 이해한 훈련이었을 뿐이었니까. 


적어도 쏘고 난 후 어떻게 잘못 쌌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이라도 할 수 있었는데

눈을 뜨지 못하는 지금이라면 그런 모든 게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한동안 울부짖었다.

그날 천둥번개가 치던 폭우 때보다 더 큰소리로

온 병원이 떠나가라 울부짖는 신궁이었다.


이름이 무색해졌다.

신궁은 무슨, 


이제 앞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삶이 자신을 기다렸다.

그날 천둥번개는 왜 쳐서는!


왜 그때 훈련을 했을까 하는 자신에 대한 원망도 있었지만

그런 날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꽤 있었는데

왜 하필 그날 번개가 쳤을 까, 하늘을 원망하게 된 신궁이었다. 


자신의 실력을 시기하고 질투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런 짓거리를 했을 땐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었던 신궁이었지만


하늘의 질투로 인해 앞을 못 보게 된 건 도저히 버티기 어려웠다.

그래서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는 것과 그렇지 않고 보려 하는 것

두 차이는 검고 흰 것밖에 없었다. 


보이지 않는 건 똑같았다. 


그런 양궁에게 어느 날 어떤 사람들이 찾아왔다.

자신들을 게임 개발자라고 밝힌 사람들이었다. 


“저 어차피 안보여서 게임 못해요”

“우리가 만든 게임은 지금까지 와는 좀 다르다”

“VR인가 AR 이런 기능도 어차피 전 못 봐요. 그래서 못해요”

“우리는 뇌 신경을 중심으로 해서, 눈의 역할을 시스템이 대신해주는 거야”

“그게.. 눈의 역할을 대신 해준다고요?”


다시 볼 수 있다는 말에 신궁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직은 양산은 안됐지만 베타테스트에 신궁을 초대했다. 


신궁처럼 장애인도 일반인 보다 더 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이었다.

시각장애인도 볼 수 있는 세상, 청각 장애인도 들을 수 있는 세상. 


“그게 돼요?”

“아직 미완성이긴 하지만 뇌파에 보내는 메시지를 연구해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단다”


신궁은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사라들을 따라나섰다. 

사람들의 안내를 받고 게임에 접속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기계에 몸을 맡겼다. 


이 기계를 통해 뇌파에 전해지는 여러가지도 함께 연구할 수 있어서

게임개발자 뿐만 아니라 의료계도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최첨단 게임이었다. 


“그럼 접속한다”


무언가 따뜻한 물이 자신을 감싸는 느낌을 받는 신궁이었다.

그때 번개가 자신의 몸에 닿았을 때 느꼈던, 아주 짧지만 순식간이었다 

충격적이며 뜨거운 느낌과는 반대로 온화화가 따스한 파도가 밀려오는 느낌이었다. 


게임에 접속하니, 

아이디를 입력해주세요 라는 메시지가 허공에 떠있었다.


손을 움직여 보는 신궁, 손가락이 약지부터 새끼 엄지 검지까지 차례로 접힌다

이건 원래 그랬던 거니까.


자신의 시야로 손을 가져오는 신궁.

손이 보였다. 다시 보였다. 그런데 자신의 손은 아니었다. 

게임 캐릭터라고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손이지만 자신의 손은 아니었다. 


“보인다. 보이긴 보이는데”



밖에선 게임 머신 속에 들어간 신궁을 바라본다. 

해킹 시스템 방지로 신궁의 플레이를 직접 보진 못하지만

GM 시스템으로 신궁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아직 캐릭터를 완성시키지 않아서 신궁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신궁은 여러 시스템을 만져보며 자신과 비슷한 몸을 만들다가

평소 자신이 원하는 잘생긴 배우의 이미지로 바꾸다가 

역시나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바꾸다가를 반복한다. 


그래서 밖에서 신궁의 캐릭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당혹스러웠다.


“오래 안나오는데요? 잘못된 거 아닐까요?”


게임머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제작자와 의사는 서로를 쳐다보며 말했다.


“상태는 양호합니다. 게임머신의 문제도, 신궁군의 몸에도 문제는 없어요”

“그냥, 게임 캐릭터를 오래 만들고 있는 거예요”

“원래 오래 걸릴 수도 있는 부분이죠 가장 중요한 부분일수도 있구요”


거의 게임을 처음 해보는 신궁에게도, 

게임 캐릭터를 만들고 월드에 접속하면 된다는 짧은 메시지에도 

자신의 소명을 깨우치고 만족스러운 캐릭터를 만들고 있는 신궁이었다. 


그렇게 게임에 접속한 신궁,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지만 멋진 몸덩이를 조금은 뒤섞은 모습이었다.


접속이 늦어지자 이런 이유로 늦어지는 걸 거라며 설명을 받던 가족들이

안심의 미소를 띄우며 저것 봐라 하는 표정을 짓는다.


“저 합의점을 찾아내느라 오래 걸렸나 보군요”


그렇게 신궁은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디를 <신궁전설>이라고 지었다. 


아이디를 보며 미소를 짓는 어른들 

실력은 역대급으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던 신궁이었지만


아직은 어른이라 부르기엔 부족한,

아이였던 것이었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과의 경쟁에 뛰어들어 

경쟁에 더 익숙했던 아이. 


“이제 된 건가”


신궁을 만나기 위해 다른 캐릭터로 말을 건네는 코치와 가족들.

신궁은 그들에게 보인다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동료들. 


“신궁이 왔어?”

“어 이 목소리는..?!”


게임에서 목소리의 변조도 얼굴의 변화도 가능하지만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자신 말고는 다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신궁아”



같이 양궁 국가대표를 위해 대결하며 경쟁하는 동료들.

그리고 학교 친구들까지 신궁의 앞에 있었다.


거기다 세계선수권과 월드컵에서 다퉜던 외국선수들까지.


“신궁, 너 기다리고 있었어”

“이거,, 나 지금 죽어서 천국 가는 그런 거 아니지?”

“야 무슨 소리야! 나 아직 살아있어!!”

“죽을 거면 너 혼자 죽어! 왜 나까지 죽여!”


신궁은 그런 모습을 보고 눈물을 쏟아냈다. 

보이지 않는 두려움 속에 기억은 생생해 져서 잊고 싶었는데

잊고자 했던 그들이 자신을 위로해주고 있었으니까.


신궁이 깨어난 모습을 보고 접속한 네 사람. 

신궁은 그들을 보기 전에 이미 눈물이 맺혔다

맺힌 눈물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진다. 


“너무 보고싶었는데, 이젠 못보니까. 너무 그래서 너무 보고싶었는데”


신궁전설의 뒤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신궁.

그곳에는 가족과 가족 같은 코치님이 있었다. 


왈칵 부둥켜안는 신궁. 


“보고싶었어요”


그렇게 신궁은 게임 접속을 성공하고, 

그곳에서 ‘궁수’ 클래스를 가지고 사냥을 나선다. 


오랜 첫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신이 나서 돌아다니는 신궁. 


“에이, 그것 밖에 못 쏴?”


현실의 실력이 게임에서도 발휘되어 

신궁은 궁수랭킹 1위로 단숨에 오른다. 


그렇게 현실속에서 못 다이룬 신궁 전설을 써내려 가는 신궁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연습한 눈을 감고 쏘는 신궁. 


이 감각이 현실과 똑같다면

아마 현실에도 가능하지 않을까?


신궁이 게임에서 보여준 광경을 믿지 못하며

사람들은 궁금해진다. 이게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게임의 감각이 현실과 얼마나 비슷할까?

게임이 현실을 잘 구현했을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양궁장.

전 세계의 사라들이 주목한 한 순간이었다.


벼락을 맞기 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던 순간이 생각난 신궁이었다.

지금, 밖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나 그때의 장면이 보인다.

함성이 들리진 않지만 이건 보이지 않는 신궁에 대한 배려.


수를 셀수 없는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을 느낀다.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쏘는 활. 


그런데 그 궁수가 지금까지 쏘아온 점수는 모두 과녁의 중앙, 

점수로는 10점 뿐이었으니까. 


신궁은 자리에 서서, 쉼 호흡하고 

걸음거리로 느낀 거리, 방향을 기억하며 활을 들어올렸다.


사람들이 꺅, 하며 작게 소리지른다. 

참아보려 했지만 나온 함성이었다. 

방향마저 잘못 맞출 수 있었는데



적어도 방향은 확실했다.


10점만 쐈던 소년의 화살은,

이제는 어디로 맞출 까?


시위를 당기자 마치 모든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엄청난 적막이 흘렀다. 


시위를 당기던 신궁의 손가락이 퍼진다. 

천둥처럼 활 시위를 떠나는 화살. 


보이지 않는 신궁이 조절한 과녁의 방향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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