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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Mar 26. 2024

청소년 올림픽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올림픽을 맡겨라 - 이선화

청소년 올림픽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제목: 올림픽을 맡겨라 

이름: 이선화


“청소년 올림픽?”


처음에는 올림픽이 하계만, 나중에는 동계도

그리고 요즘에는 E-스포츠까지 추가 되서 패럴림픽까지 포함해 4개만 있는 줄 알았던 선화.

그런 선화는 이제 한 개 더 추가되어 다섯개의 올림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올림픽이 5개? IOC 녀석들 욕심도 많네..”


선화가 지금 청소년올림픽에 대해 들은 건 

이 올림픽에 나서겠다고 말하는 학생들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번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열리는 

2024 청소년 올림픽에 관련한 행사 의뢰가 왔기 때문이었다.


행사담당자 선화.

그녀는 고생길이 훤한 이 길을 걷고 싶지 않다. 


“저 아니어도 행사 진행할 곳은 많을 것 같은데, 훌륭한 공무원 분들도 많으시고”

“선화씨 아니면 누가해요, 우리 강원의 자랑! 아니 대한민국의 자랑! 세계의 자랑!”

“저는 세계도, 대한민국도, 강원의 자랑도 아닌데요”

“에이, 왜 이렇게 빼요 선화씨. 할꺼면서!”


여러 강원도에서 열리는 지역축제를 멋지게 개최하는데 성공한 선화.

선화 컴퍼니는 행사계의 삼성이었다. 


이번에 행사를 준비하던 회사에서 갑자기 법적인 문제가 생겨

황급히 대체제를 찾다가 선화를 찾아온 강원도와 올림픽 유치 관련 공무원들이었다.


“저는, 지역행사는 진행해봤고, 성공적으로 잘 개최했으니 자신도 있는데, 이건 너무 세계적인데요?”

“그쵸? 세상으로 발돋음을 할 절호의 기회죠?”

“기회가 아니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 같습니다. 저에게는”

“우리 강원 시민과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3천명의 청소년들이 있죠!”

“3천명이나 오는군요”

“종목도 올림픽이랑 같아요”

“아니, 근데 제가 해야할 게 뭔데요? 올림픽은 축제.. 뭐 축제긴하지만 축제보다는 열심히 서로 겨루는 거잖아요? 스포츠로? 저는 이기고 지는 거에 관심이 없어서”

“메달은 수여하긴 하지만 메달 집계는 안해요! 그리고 공식적으로 집계를 방송국 같은 데서도 못하게 하는 게 청소년 올림픽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맡을 이유는”



선화는 이 사람들이 처음에 왜 찾아왔는지 모를 때는 

여러 기대를 하긴 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청소년 올림픽도 처음부터 자신을 찾아왔으면

정말 멋진 기획력으로 보답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른 업체 선정해서 일해놓고

그 업체에게 위기가 다가오자 이제서야 자신을 찾는 것도,

그리고 올림픽 개최가 한달도 안 남았다는 상황도 

선뜻 하겠다는 말을 못하겠는 선화였다. 


“한달남은 청소년 올림픽을 이제야 준비해라? 저 보고 이전 업체에서 하던 일 승계해서 잘해라로 들리거든요. 그건 뭐 공무원분들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 저는”

“아닙니다! 하고싶은 대로 하세요!”


하고싶은 대로 하는 건 좋은 일이다.

충분한 준비의 시간이 있었을 때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할 시간이 없는데요..”


한달 남은 시간.

그 기간에는 물건을 공수해오는 시간으로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어떤 기획을 통해 어떤 물품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고,


한국에서 최대한 짧게 구할 수 있는 무언가만 써야하거나

최악으로 이미 전 업체에서 기획했던 걸 잘 구축하는 정도로 

말 그대로 대타정도로만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왜 처음부터 안 찾아왔습니까? 그랬음 했을텐데”

“그게, 그땐 저희가 찾는 게 아니라 경쟁업체로 경매했죠”

“아.., 그걸 알려주셨어야죠. 저희도 그럼 가서 붙었을텐데, 암튼 그래서!”

“한다는 거죠?”

“그 반대의 말씀을 드릴 게요”


그렇게 선화는 그들을 떠나보냈다.

보통은 겨울철에 행사가 없어서 다 휴가를 보낸다.


지금은 그 시기다. 

이 청소년 올림픽 행사를 진행하려면 

휴가 보낸 직원들을 다 복귀 시켜야 했다.

어떤 원성을 들으려고. 


“그래, 잘했어. 다 때가 있었지, 처음부터 우리를 찾아왔어야지”


선화를 그렇게 손을 털고 다른 일을 하려고 할 때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대표님, 우리 청소년 올림픽 하는 거예요?”


얘는 어디서 이상한 소문을 듣고 와서


“아니, 우리 그거 안하기로 했는데?”

“안하기로 했다고요?”



이미 직원들한테 소문이 다 나서

해외에서 귀국중인 직원도 있었다. 


“도대체, 내가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안거야”

“에이, 우리가 괜히 엘리트겠어요?”


직원들이 빨리 다시 하는 걸로 하자고 

이미 몇 명은 비행기 탔다고 

비행기 값만 몇 백 인거 아시죠? 라는 이상한 협박을 해오는 직원들이었다. 


“이 회사 주인은 난데, 왜 자기들이 주인행사야!”


기특하면서도 어이가 없는 선화.

강원도에서 열리는 2024 청소년 올림픽. 


고민을 하다가, 

자신의 집 앞에 찾아온 관리자를 만났다. 


직원들 때매 한다고 하더라도 

배알이 없게 다시 한다고 말하러 가는 것도 별꼴처럼 느꼈는데


이쯤 되면 못 이긴 척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관리자의 부탁을 못 이기는 척 받은 선화는 

결국 직원들을 부른다. 


“선화 컴퍼티 출동”


직원들을 불러 모은 선화. 


“이왕 하기로 한 거, 죽기 직전까지 노력해라. 죽으면 보상해주는데 직전에 살려줄 테니까”

“네! 대표님”

“어어. 행사 준비할 땐 직함 뗀다. 좋은 아이디어가 이긴다. 경험을 살리는 건 좋으나 경력으로 찍어 누르는 게 없는 우리는?”

“선화 컴퍼니!”


누군가 이들을 보면 오타쿠 찐따들이 모인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들은 어딘가의 오타쿠다. 


정점에 서 있는 사람들이, 즐기면서 일을한다.

어디서도 그랬다 뛰는 놈 위 나는 놈 위 즐기는 놈이라고.

이들은 즐기는 놈이다. 


그런 와중에 선화는 이런 오타쿠 선함의 선장이었다.

아주 카리스마가 가득한 선장이었다. 


선화는 이전 업체에서 진행했던 행사들을 살펴보았다.

직원이 이 행사는 살리고 이 행사는 죽이자고 의견이 왔다. 


“행사도 좋은데, 너 우리나라에서 청소년 올림픽 하는 줄 알았어?”

“저는 알았습니다.”


덕후들 집합소라서 그런지 10명중 6명은 알았고 4명은 몰랐다.


“평균적이지 않은 애들한테, 평균을 물어본 내 잘못이다”


선화는 이중의 평균은 자신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처럼 청소년 올림픽 자체가 

국내에서 열리는 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선 SNS에서 지난 올림픽 감동적이었던 순간들이랑 연관해서, 그런 순간을 위해 미친듯이 노력하는 우리 애기들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홍보영상부터 제작해”

“종목은 어떻게 할까요?”

“일단 기본적으로 다 만들고, 예산이 얼마 없으니까. 예산은 주 인기 종목인..”


올림픽의 인기 종목을 떠올리는 선화였다.

세계적으로 단연코 육상과 축구였다.


그런데 강원에서 열리는 건 동계.


“하키랑 피겨스케이팅, 그리고, 음”



모든 사람들을 다 집중하는 것보다 

썰매장을 찾는 사람들을 우선 겨냥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키랑 보드에 집중해”

“하키는 뺍니까? 피겨스케이팅도?”

“우리나라 유망주 있어? 찾아봐. 일단 스키랑 보드에 집중하고, 우리나라 유망주 있는 종목 찾아봐”

“넵!”


선화의 명령아래 일사분란 하게 움직인다.

직원 중 슈퍼타쿠라 불리는 동료가 의견을 내자 

이제는 슈퍼타쿠의 지휘아래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그 순간만큼은 선화도 슈퍼타쿠의 부하직원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렇게 출퇴근이 자유로워진다. 

퇴근하고 싶을 때 퇴근하고 출근하고 싶을 때 출근하면서 

열정으로 일하는 직원들. 


선화는 이런 컴퍼니를 자신이 만들었다는 사실에 

반은 자고 반은 일하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뿌듯해한다


반은 자고 있는 직원들도 퇴근시간 아깝다며 

돈 주는 시간 늘린다며 자고 있는거지만

조금 전까지 한 호흡으로 미친듯이 일했던 동료들이었다. 


스스로 엑스자로 팔을 모아 자신을 토닥이는 선화.

다른 직원들이 어딘가의 오타쿠, 덕후였다면 

선화는 자기자신덕후, 자기 오타쿠였다. 


“잘했어 선화야. 역시 선화가 최고다.”


선화는 곧장 다른 직원들을 불러 일을 하고,

공무원들 앞에서 준비한 PPT도 발표했다.



박수세례를 받는 선화,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는 선화였다. 


“역시, 선화 컴퍼니의 선화님입니다”


선화에게 엄지척을 날리는 도지사,

도지사가 직접 선화의 PPT를 감상했다.

세계적인 축제였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지난 해에 새만큼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가 망했기에

강원특별자치도의 입장에선 관심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업체가 문제가 된 것도

잼버리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감사고 뭐고 들어간 것이라고 얼핏 들은 선화였다. 


“감사합니다. 그럼 성공적인 청소년 올림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처럼만 해주시면 됩니다. 믿겠습니다. 이 대표님”

“믿음엔 언제나 보답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화는 인사를 나누고 

PPT 결과를 직원들에게 알린다.

직원들은 환호를 하며 

이제 PPT 내용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사무실에서 보인 열정과 흘린 땀을 이제 밖에서 보내기 시작한다. 


“올해는 겨울 휴가 말고! 봄 휴가 가자! 한달만 힘내자 우리 모두 파이팅!”

“파이팅!!”



그렇게 멋진 리더 선화와, 선화 컴퍼니의 동료들은 

고작 한달사이에 인수인계도 없이 인계 받은 

청소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게 하기 위해 

밤도 낮처럼, 낮엔 대낮처럼 피땀흘리며 일했다.


모두 선화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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