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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Apr 02. 2024

지창욱과 박보영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독서의 계절 / 지규현 & 박진서

지창욱과 박보영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지창욱과 박보영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제목: 독서의 계절

이름: 지규현 & 박진서


꽃잎이 피어 눈꽃처럼 흩날리는 날에도

폭우처럼 눈덩이가 하늘과 대지를 뒤엎어 쌓일 때도


읽기를 멈추지 않고 나누기를 게을리지 않는 사람들,

‘독서의 계절’이라는 이름의 독서 모임이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꼭 모였다.

처음엔 서울 권 고등학생이었던 진서가 만든 모임이었다.


학생이 꼭 공부만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독서가 필요하다고! 또 독서는 인생에 대한

삶에 대한 공부라는 주장으로 만들었던 진서였다.


그렇게 서점들을 전전하며 홍보를 하던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진서,

그런 진서에게 첫눈에 반한 게 바로 규현이었다.


그래서 왕복 4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돌파하며

단 하루도, 단 한 번도 독서모임에 빠진 적이 없는 규현이었다.


오죽하면 진서가 아파서 빠진 날에도 규현은 참석을 했다.

진서가 보고싶은 마음으로 참석했지만,


진서 없이도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오히려 덕분에 진서에게 밥을 얻어먹게 되었다.


“고마워! 덕분에 이번 모임 빵구 안 나게 잘 됐다!”


그렇게 진서를 좋아하다 보니 진서가 좋아하는 책을 좋아하게 된 규현,

그의 삶은 오로지 진서로 가득했고, 진서는 규현의 꿈이었다.


“진서 너는 책이 그렇게 좋아?”

“웅, 너무 좋아~ 너도 그런 거 아니야? 그래서 너도 좋아, 책을 좋아하는 규현이 너도”


규현은 순간 심장이 멎는 줄만 알았다.

좋아서 기뻐서 행복이 자신 안으로 듬뿍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이 좋다가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자신을 좋아하는 건가 생각했다.

자신이 좋다는 건지 책이 좋다는 건지 다음 독서모임이 올 때까지

또 다시 진서를 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규현이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진서를 만난 규현은,

좋아하는 책이라며 ‘고백’이 담긴 책을 선물한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선물하는 책으로 유명한 책이었다.

진서는 이 책 선물하며 고백하던데 너 지금 나한테 고백하는 거야? 라고

농담인지, 장난인지, 진담인지 헷갈리는 말을 했다.


그러자 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 지금 고백하는 거야.”


그때 진서의 희미한 미소에 규현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몰랐다.

싫은 걸까, 거절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진서를 못 보게 되는 걸까 싶었다.


“고백,,”


진서가 고백이란 두 글자를 읊조렸다.

규현은 순간, 지금껏 살아온 모든 시간이 자신을 파도처럼 덮쳐 오는 걸 느꼈다.

앞으로 살아간 모든 시간이 자신에게서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으..응.. 고백”


진서의 빛나는 두 눈이 규현을 쳐다보았다.

우주가 담긴 두 눈에는 규현이 뚜렷하게 보였다.


“규현아, 나”

“잠깐만”


결과는 독서모임이 끝나는 날 듣겠다고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독서모임을 하기위해 모임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는 규현과 진서의 친구들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규현에게도 진서에게도 서로에게만큼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매우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항상 진서의 옆자리를 차지했던 규현은 그날은

지선의 옆자리를 비웠다.


떨렸다.


하필이면 책은 그런 얘기가 아니었는데

모임의 주제는 ‘사랑’ 이었던 그날


규현은 아직도 그 날을 떠올린다.

그때 내가, 진서를 잡았으면, 그날 대답을 들었다면 좋았을까.


어느덧 10년이 넘은 시간이었다.

이제는 서로 대학도 졸업하고 취업도하고,


그렇게 지내면서 규현은 아직도 ‘독서의 계절’을 지키며

독서모임 지기로 활동하고 있었다.


진서는 그날 규현에게 대답을 하겠다고 했는데,

규현은 그날 집으로 먼저 갔다.


독서모임 중에 나온 진서의 말 때문이었다.


“나, 오늘이 모임 마지막이야”


모임을 만든 진서가 떠난다니,

모두가 이제 모임 끝나는 거냐고 물었다.


“사실, 그래서 규현이한테 부탁하려고 했거든”

“너가 포기하는데 왜 그걸 또 규현이가 맞아가”

“규형이라면 잘 하겠네, 우리 중에 진서 다음으로 책에 열정적이잖아”

“나는, 유학을 가기로 했거든”


진서는 해외 유학을 떠나기로 했기에

독서의 계절 독서모임에 대한 운영을 규현에게 맡기고 싶어했던 진서.


규현은 충격의 도가니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고백은 어떻게 되는 건가.


충격에 빠진 채, 사람들과 인사하는 진서의 모습을 보고

규현은 진서를 피해 뒷문으로 도망치다시피 건물을 빠져나갔다.


진서가 보내는 인사가, 마지막일 것 같아서

그래서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고 싶어서 그렇게 빠져나와 후회했다.


그날 진서는 밤이 늦도록 규현을 기다렸지만

이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오로지 진서만이 알았고,


다음 독서모임 때,

경비원이 하는 얘기로 규현만 알았다.


그때는 이미 진서의 전화번호도 사라졌고,

진서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진서야.. 진서야!!”


규현은 그때서야 후회를 하고,

마지막 인사를 했어야 했는데,


정말로 많이 좋아했다고 그렇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규현은 자신의 눈물을 감추며,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규현이 그렇게 27살이 되도록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그러는 중에 진서를 꼭 닮은 갓 스무살 소녀가 독서의 계절 모임에 가입했다.


예은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

마치 그녀를 보고 있으면 진서가 생각나는 규현이었다.


“규현 오빠, 오빠는 연애 안해요?”

“연애? 연애는 안 하는데, 사랑은 하고 있어”

“사랑이요? 우와, 짝사랑이라도 하는 거예요?”

“그치, 짝사랑이지, 예은이 너는 사랑해본 적 있니? 요즘 애들은 빠르다던데”

“사랑 받아 본 적은 많은데, 해본 적은, 음.”


규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예은.


“있네요, 하고 있어요 사랑, 저도”

“그래? 소중하게 대해줘”

“어떻게 하면 소중하게 대해주는 건데요?”

“그냥, 뭐, 잘해줘”

“오빠, 내가 잘해 줄게요”


규현의 머리를 쓰다듬는 예은,

그런 예은의 손목을 잡고 책으로 가져가는 규현이었다.


그러면서 책의 문구를 읽는다.


“사랑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음. 없으면 안 되겠죠?”


곧 사람들이 모이는데,

어쩐지 기분이 이상한 규현이었다.


마치 눈이 내리기 전,

비가 오기 직전 느끼는 묘한 기분,


그리고 그런 기분은 언제나 그런 감정이 예고였음을 확인시키고

곧 눈과 비를 맞게 만든다.


뚜벅, 뚜벅, 빛을 내리는 천사처럼 사뿐히 걸어오는 그녀,

작은 숨소리지만 저만치서 이미 알고 있었다.


인간이란 참으로 신기한 게 마법 같은 것도 쓰지 못하는데

이런 순간은 또 기적처럼 잘 캐치해내고는 한다.


마치 죽은 예수가 삼일만에 깨어나 다시 걷는 모습을 본 것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녀 같은 그녀를 보는 규현,

두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몇 번을 또 봐도 그리고 누가 봐도 진서였다.


“박진서..”


규현이 진서라는 이름을 너무 애타게 부르자 예은이 그녀를 쳐다본다.


“안녕, 규현아, 오랜만이야. 십년 만인가”


마침내 유학을 끝내고, 고국으로 귀국한 진서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있었다.


그럼, 그렇지, 진서처럼 아름다운 애가 혼자 일리 없지,

규현은 누군지 묻지 못하고 자리에 앉았다.


진서가 알아볼 사람은 스무 명 중 두어 명 정도 밖에 없었다.


“규현이 너가 그래도 잘 이끌어 와줬네”


같은 계절만 벌써 10번이 넘게 본 독서모임이었다.

규현은 10년을 매번,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가 다시 이 모임을 찾아올 것을 상상해왔는데,

막상 정말로 그녀가 나타나자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좋아하니까”


좋아한다는 말에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진서와 규현이었다.

그런 두 사람의 시선의 중심으로 예은이 들어와 마치 예전 진서가 그랬듯이

진서와 진서와 같이 온 친구를 안내했다.


그는 유학길에서 진서와 만난 친구라고 했다. 이름은 준열이라고 했다.


“안녕하세요, 류준열이라고 해요”

“안녕하세요. 신예은이라고 합니다”


예은과 준열, 그리고 다른 독서모임(독서의 계절)의 친구들이 서로 인사를 나눴다.

그 인 사중에도 끊임없이 진서를 바라보는 규현이 있었다.

그런 규현을 또 응시하는 진서가 있었는데,


규현은 진서가 자신을 보는 이유가 자신이 그저 계속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독서모임이 끝나고, 다들 뒤풀이를 가자고 하는 사이에,

모임의 장소에 남게 된 진서와 규현이었다.


“10년 동안 지켜줬네, 고마워 규현아”

“고맙긴, 넌 앞으로 계속 나오는 거야? 한국에 아주 들어온 거고?”

“왜? 나 기다렸어?”

“…”


그럼, 기다렸지! 라고 말을 하고싶지만

그건 새로 사귄 남자친구에게 예의가 아니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문득 왜 자기가 그런 거까지 신경 써야 돼, 10년이나 기다렸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예뻐졌네”

“너도 더 멋있어졌다.”

“더? 옛날에도 멋은 있었나봐”

“그럼, 짱 멋있었지, 지금도 멋있지만 그때도 멋있었다고”

“그런 애를 왜 두고 갔냐”


문득 자신도 모르게 진심을 말하게 된 규현,

아뿔싸, 하는 표정으로 진서를 바라보았다.


“기다리긴 했다. 근데 니가 나 보기 싫어하는 줄 알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금도 이렇게 보고 있어도 보고싶은데, 어떻게 싫어해..”


참고 꺼내지 않으려 했던 말이 술술 나왔다.

술도 안 마셨는데 왜 이러지, 십년간 억누른 감정이 터지고 있었다.


“나도, 보고싶었어”

“보고싶었다고? 그럼 저기, 저 준열이란 놈인가 저 놈은 뭔데”

“그냥 친구..였는데? 너 지금 질투하는 거야?”

“웃어? 너 지금 이게 웃겨? 사람 마음…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웃기냐고”

“너 근데 왜 그럼 나 그때 그냥 버리고 갔냐, 니가 가지 말라고 하면 안갔을텐데!”

“너가, 그건…”


물에 젖은 것처럼 글자들이 거의 지워진 책 한권을 꺼내는 진서였다.


“이거, 너 나한테 이거 줘놓고 왜 대답도 안하고 가버린건데!”

“어…”

“그리고 이거!”


똑 같은 책이 10년간의 세월이 묻었지만 그나마 깨끗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나도 너한테 고백하려고 했단 말이야. 왜 치사하게 너만 고백하고 가버리냐고!”

-너가 가지 말라고 했으면 안 갔을 건데..!


독서의 계절,

봄에는 꽃피는 봄이라는 이유로

여름에는 뜨거운 햇빛 비치는 여름이라는 이유로

가을에는 단풍 물든 가을이라는 이유로

겨울에는 눈꽃이 내려 쌓여간다는 겨울이라는 이유로


모두가 독서의 시간이었다.

모든 세월이 독서의 계절이었다.


책을 피는데, 읽는데 필요한 건 다만,

다음이 궁금하다는 호기심 하나면 됐다.


사랑이 시작되는데 필요한 건,

마음을 전할 용기와 사랑한 다는 한 마디가 있으면 됐다.


두 사람은 처음 독서모임을 만들 때를 떠올린다.

책 속의 한 문장을 읊조린다.


“나는 계절 중에서 독서의 계절을 가장 좋아한다.”


서로가 똑 같은 말을 하는 두 사람이었다.


“책을 피는데 필요한 힘을 주는 따스한 햇빛”


두 사람의 한 쪽 눈에서 살며시 눈물이 흘러내린다.


“한 줄을 읽고 채워갈 마음의 공간을 제공해주는 시간”


진서와 규현의 입술이 벌렁 떨린다.


“네가 있는 모든 순간, 나에게 독서의 계절은 너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었다.”


짧은 거리를 달려 서로를 끌어안는 두 사람이었다.

10년간 참았으니까, 앞으로는 절대로 놓지 않을 거란 맹세를,


서로를 사랑한단 한마디로 대신하면서.


그렇게, 규현을 좋아하는 예은과 진서를 좋아하는 준열이

밖에서는 서로를 탐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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