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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Apr 04. 2024

유아인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114


유아인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유아인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엄홍식

제목: 천만의 첫사랑


“교과서만 봤어요”라고 말하던 수능 1등처럼 

모든 사람들의 ‘에이’라는 말을 듣는 홍식의 성적표, 

천만영화가 여러 편 나왔고 그중 9편이 홍식의 작품인 건 

믿을 수 없는 경지의 기록이었다. 종합 관객수가 2억이 넘는 유일한 작가.


세계에서도 주목하는 작가이며, 대한민국 유일의 2천만 작품 작가. 

그게 홍식이 가진 타이틀이었다. 


그런 홍식이 잠정적으로 은퇴했다.

너무 어렸을 때 많은 걸 이뤄서일까? 


홍식에 대한 소식은 많았지만 정작 정말로 홍식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홍식과 작품을 같이 했던 감독이나 배우들이 가끔 홍식을 찾긴 했지만,


그럴 때마다 홍식은 다시 작품을 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런 홍식의 집에 놀던 배우는 홍식의 일기장을 꺼낸다. 

일기장이 새롭게 쓰고 있는 작품인 지 알고 일기장을 들고 나온 여배우, 


“뭐야, 작가님 이야기 새로 쓰고 있었어요?”


홍식은 일기장을 보고 놀라지만, 끓이고 있는 음식을 쳐다보며


“그거 작품 아니예요, 내 욕망 덩어리지”

“그러니까 그게 작품 아니예요, 어머, 대한민국 또 한 번 엎어지나”


홍식의 인기는 아직도 대단해서

홍식의 작품들이 테마파크로 존재하기도 했다.

이미 거기서 로열티를 받고 있는 홍식이라서 

따로 작품을 안 써도 충분히 먹고 사는 정도이긴했다.


“작가님이 망해야 작품을 쓰려 나”

“그거 내 일기장이야, 작품이 아니라 똥떵어리라고”

“에? 그래요? 재밌는데?”

“재밌어??”


재밌다는 말에 연출부, 감독들은 달려들어 본다.

작은 일기장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든다. 


자신의 집 마당에 마련한 시골집 풍경속에 고기를 구우며 요리 중인, 

홍식은 그 모습을 보며 웃는다. 얼굴에는 검은 석탄 자국처럼 묻은

아궁이 속에 불꽃이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 계속해서 나무를 넣는데


“나무가 떨어졌네”


미리 준비한 마른 가지들이 떨어졌다. 


“뭐예요, 기대하래놓고”

“아니 오기 전에 아파가지고”

“아팠어요?”


홍식의 말에 일기장을 보던 인물이 마지막 편을 보는데

바로 어제 적은 일기장도 있었다.


“너무 아프다. 아픈 만큼 보고 싶다”

“뭐야, 누가 보고싶은 거야 작가님”

“우리도 작가님 엄청 보고 싶었다고요. 그래서 아팠는데!”

“남의 일기장을 왜 그렇게 다들 훔쳐보고 그래요. 일기장 훔쳐보면 안 되는 무슨 무슨 법 그런 거 없나?”

“그런 법 없죠, 무슨 일 생기면 일기장부터 흩어보는 세상인데”


홍식은 하하 웃으며, 혹시 땔감이 더 있나 창고를 향해 간다.

넓은 집, 넓은 마당, 좋은 공기 들어오고 뒤로 가면 뒷산, 앞으로 가면 바다.

그야말로 최고의 궁전 같은 곳에서 사는 홍식의 모습, 

또한 이렇게 유명한 사람들이 직접 찾아오는 유명인사이면서

대한민국에서, 아니 세계에서도 내놓으라 하는 성공한 예술인이었던 홍식이었다


홍식이 땔감을 힘들게 들고 오는데, 아무도 홍식을 도울 생각은 안 한다. 

일기장을 읽어보느라 야단 법석이다. 


“그 재미없는 남의 일기장 그만 훔쳐보고, 이거나 좀 도와요, 고기 좀 굽자”

“이게 어떻게 재미가 없어요. 물론 평범한 일기장이랑 별 차이는 없긴 한데, 유명세가 다르잖아요.”

“유명세, 그게 뭐가 중요해”

“돈이 되잖아요 돈이. 이 일기장도 그냥 출판하면 다 볼껄요? 특히 작가 지망생들은 달려들지”

“괜한 애들 한테 코 묻은 돈 뜯어낼 생각하지 말고 피디님 여기 고기나 구워요”

“작가님, 혹시 여기 이 작가님이 못 잊어서 보고싶다는 첫사랑 찾아주면 다시 시나리오 써주실 거예요?”


나무를 끙끙대며 가져오던 홍식이 멈춰 선 채로 연출자를 쳐다본다. 


“다 찾아봤는데, 없어요.”

“어머, 근데 이게 진짜예요?”


그동안, 홍식이 썼던 모든 로맨스가 그녀를 위한 로맨스였다는 멘트가 있었다.

다들 보고 오, 이건 진짜 엄청난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입을 맞춘다. 


“그게 무슨 엄청난 비하인드예요.”

“내가 찾아 줄게, 나 사람 잘 찾아. 그동안 작가님은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거죠.”


찾아온 배우들, 연출자, 감독 등이 희망의 눈빛으로 홍식을 바라보았다.

홍식은 살짝 웃으며 회피해 보려 대답하려 하지 않지만 끝까지 홍식을 바라보며

대답을 재촉한다. 거절이라도 해야 이들의 행위가 끝날 거 같았다. 


하지만, 거절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홍식이었다.


“찾을 수만 있다면 쓰죠. 그게 또 성공할 줄은 모르지만, 글을 쓰는 건 가능하죠”

“오, 약속했습니다?”

“정말로 찾게요? 일은 안해요?”

“아마 제가 앞으로 하게 될 일중 가장 잘했다고 칭찬받을 일이 작가님이 다시 집필하게 한 걸 껄요? 근데 진짜로 그동안 놀았어요? 집필 하나도 안하고?”

“썼잖아요. 그거, 일기장”

“이것도 쓰긴 한건데, 에이 작가님~”


이제서야 홍식을 도와 요리를 시작하는 사람들,

혼자 일기장을 읽는 여배우 한 명, 그는 일기장을 읽으며 홍식을 바라보는데


“뭐야, 성 배우님은 안 도와요?”

“아니죠~ 저도 가요!”


하고, 결국 일행을 도와 요리를 만든다. 

그렇게 요리를 만들어 먹는 사이에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저녁을 먹는 도중에도 홍식에 대한 질문세례는 멈출 줄 몰랐다.


“작가님, 혹시 슬기롭게 살아야 한다고 계속 말하는 이유가, 작가님 첫사랑 이름이 슬기라서예요?”

“제가 일기장에 이름도 썼었나요? 혹시나 내가 여기서 죽어서 발견 될 거라고 생각해서 이름 안쓰려고 했는데, 술에 취해서 썼거나 그랬나 보네요”

“음 약간 술 많이 마시고 썼나? 하는 부분이긴 했어요. 그래서 그런거예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말하면, 슬기 아니면 슬기롭게 살자 이런 말이 제 입에서 나오진 않았을 거예요. 거기 나도 술 한 캔 주세요”

“머야 작가님, 안 마신다면서 술 땡기나보네요?”

“이 상황에서 안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저도 여러분과 같은 사람입니다”

“아 정말요? 몰랐어요, 저는 글의 신이신 줄”

“제가 어떻게 신이예요, 저도 망한 거 많아요.”

“작가님 망한 거 보다, 작가님 성공한 게 더 대단한걸요? 누적 관객수 2억. 이건 요툽 조회수으로 쳐도 미친거예요. 근데 그거보다 더 어려운 걸 작가님은 한거고”

“지금 작가님 관련된 요톱 글 조회수 다 합치면 1억은 뭐야 1조는 당연 넘을껄요?”

“사람들이 얼마나 바쁘게 사는데, 저 같은 거 때매 얼마나 시간을 쓰겠어요”


바로, 옆에 있던 여배우 하나가 홍식에게 

‘엄홍식 작가의 차기작’이라는 이름으로 된 요툽을 보여준다. 

그 조회수만 벌써 7천만이었다.


“아니, 이렇게 조회수가 나와요? 나도 요톱이나 해봐야나 하나?”

“정말요? 언제요? 저 출연 시켜 주실 거죠?”


바로 출연각을 잡는 남배우에 다들 자기도 출연시켜 달라고 손을 들었다.

그 모습이 마치 유치원 선생님을 앞에 둔 유치원생들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깊은 밤이 마무리 되고, 

사람들이 즐거운 기억을 만들어 홍식의 집을 떠났다.


홍식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사람들이 즐겁게 이야기했던 일기장을 천천히 보는데,


어젯 밤, 홍식의 첫사랑인 슬기를 찾아주면 다시 작품 쓸 거냐는 말을 했던

홍식과 한솥밥을 많이 먹었던 CP, 최우식이 걸어온다.


“어, 우식 시피님 안 갔어요?”

“작가님, 이거, 내가 찾아 줄게요. 약속했어요? 차기작?”

“에이, 못 찾아요”

“내기해요. 내가 찾아 줄게요.”

“어떻게 찾아요. 절대 못 찾아요”


홍식은 이들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슬기는 이미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 사실을 말할 생각은 없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라도 상상속에서라도 살아 있길 바랐다.

그렇게 썼던 이야기가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이었다.


사랑하는 슬기가 살아있기를 바라면서. 


“저 믿어보세요. 찾아줄 테니까! 꼭 약속입니다”

“네, 찾으면 쓸게요. 차기작 백번이고 천번이고 씁니다.”

“진짜죠? 약속 약속! 아 이거 영상으로 남겨놔야 돼. 다시 한번 말해봐요. 약속했어요!”

“네 쓸게요”


그렇게 슬기를 찾으면, 다시 차기작을 쓰겠다는 약속을 한 홍식이었다.

스스로도 거짓말으로 속이고 싶었다. 정말로 슬기를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자신의 모든 걸 받칠텐데, 영혼이라도 걸 수 있을 텐데


슬기를 단 1초라도 볼 수 있으면, 

남은 모든 시간을 써도 좋았다. 


아니, 지나간 시간이 부정당해도 좋으니까. 

자신의 모든 시간을 써서 슬기의 1초라도 살려내고 싶었다.


문득, 슬기가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진 홍식이었다.

오늘은 일기장이 아닌 마음에 있던 이야기를, 

흘러가는 바람에, 반짝이는 별빛으로 썼다. 


‘보고싶다 슬기야’


“정말 보고싶다. 슬기..”


백 년을 기다려 볼 수 있다면, 정말로 백 년을 기 다려 볼 수 있을텐데

천년을 기다려 볼 수 있다면 천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게 버틸텐데


만년을 살아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수억 년을 살아도 다시 볼 수 없었다.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미래의 시대에 과거로 갈 수 있는 

시간 여행기가 발견된다면, 그렇다면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는 한 슬기는 볼 수 없는 존재니까. 


이제는 사실, 슬기의 얼굴조차 까마득하다. 

슬기를 대신하여 출연했던 여배우들의 얼굴을 되살려 슬기를 떠올리는 홍식이었다. 


“슬기야,”


잃어버린 슬기의 얼굴이 별빛들이 연결되어 보이는 것 같다. 


“슬기롭게 잘 살아야지.. 슬기롭게, 슬기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때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슬기와의 마지막을 떠올린다.


“나 없이 살아도, 슬기롭게 슬기처럼 살기!”


약지를 꽉 끼며, 약속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홍식의 두 눈가에서 내린 따뜻한 방울은 어느새 차디찬 바닥으로 떨어진다. 


“나도 따라 갈게 슬기야, 너무..보고싶다”

이렇게 생각한 게 수어 번, 그때 마다 슬기와 했던 약속이 떠오른다. 


“나 없이도 살아도, 슬기롭게 슬기처럼 잘 살기!”


버틸 수 없어 했던 선택을 또 참아보는 홍식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또 버티며 살아가는데, 


우식 피디가 찾아온다. 


“작가님, 여기, 한슬기 씨 데려왔어요”


말도 안되는 소리에 홍식은 하던 일을 멈추고 우식에게 한소리 하기 위해 

마당으로 나왔는데, 자신에게 수줍게 걸어오는 소녀의 모습. 


분명히 슬기였다. 


들고 있던 모든 걸 놓쳐버린다.


“스. 슬기..?”


기적이라는 게 있는 걸까?

아니면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현실이 아닌 걸까?


어, 어떻게..?


“슬..기? 한슬기?”


고개를 저으면서, 슬기에게 천천히 걸어가는 홍식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감독, 최우식 뜨고.


제목, 첫만의 첫사랑 로고 뜨며

사랑해요 라는 노래가 울려퍼진다. 


스크린을 바라보던 남녀노소 모두가 눈물을 흘린다. 


첫 만의 첫사랑,

제목이 검은 화면 속 밝게 빛난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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